은행株 저평가 모멘텀은 '관치금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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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최근 국내 은행업종을 바라보는 국내외 투자자들의 시각이 엇갈리고 있다. 주가는 업종에 대한 경쟁력 향상의 기대감을 나타내는 대표적인 바로미터라는 측면에서 은행업에 대한 불확실성을 대변한다고도 해석할 수 있다.

국내 은행주는 지난해 초까지만 하더라도 미국발 금융불안으로 연일 곤두박질 치며 금융시장을 불안에 떨게 했다. 그러나 올들여 여타 업종 대비 큰폭의 상승세를 보이며 하락분을 상당폭 만회한 모양새다.

증시 전문가들도 은행주의 전망을 밝게 예측해 왔다. 그러나 최근 은행주의 상승탄력이 크게 둔화된 모습이다. 흥미로운 점은 외국인들은 여전히 매수우위를 보이고 있는 반면 국내 기관투자자들과 개인들은 은행주를 내던지는 양상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

은행주에 대한 외국인과 내국인의 엇갈린 시각에 대해 일부 전문가들은 '정보의 비대칭성'에 그 원인을 찾고 있다. 표면적으로 보면 분명 은행주는 악재보다 호재가 많다. 금융위기 진행과정에서 은행주가 지나칠 정도로 하락했다는 점이 첫번째 이유다.

단적으로 지난 2007년 9만원을 바라보던 KB금융(과거 국민은행) 주가는 6만원선에 걸려 등락을 거듭하고 있으며, 민영화라는 상승 모멘텀을 가진 우리금융 역시 2007년과 비교해 절반 수준인 1만3000원대에 거래되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2010년에는 은행의 수익성이 크게 개선됨은 물론 M&A(인수합병) 모멘텀이 은행주의 저평가 국면을 해소해 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시장재편의 열쇠를 쥐고 있는 금융당국 역시 금융공기업의 조속한 매각을 역설하는 등 시장의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이처럼 지나치게 싼데다 M&A 모멘텀까지 갖추고 있는 은행주가 국내 투자자들로부터 외면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외국인에 비해 우리 금융시장의 속성을 너무도 잘 알고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2010년, 외환위기 전후의 '관치 시대'가 저물고 '新관치의 망령'이 되살아날 것을 학습효과로 직감하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우리 금융당국은 세계적인 금융불안을 이유로 은행산업에 대한 각종 규제책을 쏟아내고 있다. 미국의 서브프라임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국내 금융시장에는 규제가 지나치게 많다'며 규제완화를 외치던 금융당국이었다. 관치금융 우려는 올초 금융당국 수장이 민간출신 인사에서 관료출신 '모피아' 인사로 교체되면서 표면화 됐다.

현재까지 금융당국이 발표한 은행관련 규제는 예대율, 부실채권 비율 인하, 성과보수 체계 개편, 외화건전성 규제 강화에 이어 최근에는 대형금융사들에 대한 종합검사 강화, 사외이사제도 개선, 은행 CEO 적격성 심사 추진 등 일일이 나열하기도 힘들다.

물론 예대율 규제와 외화건전성 규제 등은 글로벌 금융위기로 나타난 국내 은행의 취약점 개선을 위해 불가피하다는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문제는 민간 금융사의 인사까지 정부가 좌지우지 하려는 움직임이다. 이는 최근 금융시장을 떠들썩하게 했던 '황영기 신드롬'과 강정원 행장의 회장선임을 둘러싼 KB금융 사태와 무관치 않다.

특히 금융당국은 황영기 전 회장과 KB금융 사외이사를 상대로 일사부재리의 원칙까지 스스로 훼손하며 검사와 제재의 공정성 논란까지 불러일으키고 있다. 이는 공정과 윤리라는 원칙을 감독당국 스스로를 부정한 것과 다름 없다.

우리 금융당국은 불과 1년 전에 '고객중심의 사고, 고도의 전문성, 신뢰받는 금융감독'을 새로운 비전으로 선포했다. 김종창 금감원장은 "업무를 하는 자세와 마음가짐에 있어서 수요자 중심의 감독을 펼칠 것"이라고도 했다. '머리 따로 몸통 따로'인 국내 금융감독시스템 탓인지 금융위에 묻지 않을 수 없다.

더불어 우리금융의 조속한 민영화 문제 역시, "낮은 주가 때문에"라는 변명보다 금융사의 경쟁력 제고를 가로막는 '관치'라는 이름의 악재를 제거하려는 노력이 선행돼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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