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운오리' 원전 친환경 수출효자로 부활
`미운오리' 원전 친환경 수출효자로 부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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잇따른 오작동 사고와 방사능 오염에 대한 우려로 침체기에 빠졌던 원자력 발전이 화려하게 부활하고 있다.

원자력이 처음 인류에게 선보인 무대는 전쟁과 재앙이었다.

원자력은 애초 평화적인 발전을 목표로 연구돼왔지만 제2차 세계대전의 시대적 필요로 쌍생아인 원자폭탄이 먼저 출생했기 때문이다.

원자폭탄의 어마어마한 위력으로 싹튼 원자력에 대한 공포와 부정적 인식 속에서 원자력은 1950년대부터 전력 생산이라는 본연의 임무로 돌아가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역시 이 시기 산업화라는 절대 명제 아래서 원자력 발전을 도입하기 시작했다.

1957년 국제원자력기구(IAEA) 가입을 신호탄으로 원자력법 제정(1958년), 원자력관련 학과 설립(1958,59년) 등 관련 인력 양성에 정부 차원의 투자가 진행된 것.

1970년대 경제개발계획에 따른 고도 경제성장으로 전력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났고 두 차례 오일쇼크를 거치면서 원자력 발전의 필요성은 한국 경제에 숙명과도 같았다.

1971년 3월 착공된 고리1호기는 1978년 4월 우리나라에서 처음, 세계에서 21번째로 원자력으로 전기를 생산하기 시작했다. 우리나라 뿐 아니라 전 세계적으로 원전 건설 붐이 일어나 원자력이 전성기를 구가하던 시기였다.

그러나 1979년 미국 TMI 사고와 1986년 구 소련의 체르노빌 원전 사고는 원자력이 기약없는 침체기로 접어들게 한 계기였다.

원전 투자가 급감한데다 `반핵'을 요구하는 환경 단체의 목소리가 커지면서 최근 20년간 원전 사업을 주도해왔던 미국, 프랑스, 일본 등에선 사실상 새로 건설된 원전이 전무했다.

IAEA 2008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미국에서 배출된 원자력공학 박사 학위자는 1990년대 말 100명선에서 2002년 30여명으로 줄었다.

이 여파는 우리나라도 예외가 아니어서 2000년대 들어 각 대학의 원자력 관련 학과 학부생 입학 정원수가 30% 정도 줄었을 정도로 한 때 최고의 인재만 왔다던 학과가 공학 중에서도 `비주류'로 분류됐다.

2003년 부안 방폐장 사태는 원자력에 대한 부정적 여론을 증폭하는 결정적 계기가 되면서 원전에 3분의1을 의존하는 국내 전력체계 자체에 까지 회의론이 일었다.

이처럼 `미운오리 새끼'나 다름없었던 원전이 `백조'로 부활하게 된 계기는 역설적이게도 환경 문제였다.

지구 온난화의 주범으로 온실가스가 지목되고 이에 대한 국제적 위기 의식이 확산하면서 저탄소 에너지원으로 원전이 화석 연료의 대안으로 재조명받게 된 것이다.

원전은 ㎾h 당 이산화탄소 배출량이 10g으로 석탄(991g), 석유(782g)보다 현격한 장점이 있고 태양광 발전(57g)에 비교해도 온실가스 배출 문제에선 `친환경' 에너지원으로 부상하고 있다.

방사능 사고와 같은 위험이 내재돼 있지만 경제성과 전기 생산 성능, 온실가스 배출량 등 종합적인 면을 고려하면 차세대 에너지원으로서 원전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라는 판단이 국제적으로 확산하고 있다.

온실가스 의무 감축국인 선진국이 외면했던 원전에 다시 `러브콜'을 보내는 것도 이 때문이다.

국제 원유가격이 불안정해진 것도 원전이 다시 각광받게 된 경제적 배경이다.

원전의 원료인 우라늄의 가격과 수급이 국제 시장에서 수십년간 안정돼왔고 원자력의 단위전력당 생산 단가도 화석연료의 25∼80%, 태양광 발전에 비해선 20분의 1에 그치는 경제성도 원전 부활에 큰 몫을 했다.

IAEA에 따르면 세계 우라늄 확인 매장량은 약 547만t, 추정 매장량은 1천55만t으로 현재 사용량을 기준으로 240년간 쓸 수 있는 양이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8월 제1차 국가에너지기본계획을 통해 지난해 기준 24%인 원전 설비 비중(총 발전설비용량 중 원전 설비의 비중)을 2030년까지 41%로 확대키로 했다.

이런 국제적인 `원전 르네상스'는 침체기를 겪으면서도 국산화율 95%를 이룩하고 자체 설계 능력을 보유한 우리나라엔 놓칠 수 없는 기회로 다가왔다.

원전 한 기의 건설 비용이 5조원 안팎일 정도로 대형 사업이고 기술 진입 장벽이 높아 한 번 수출의 물꼬를 터 놓으면 독과점의 위치를 오랫동안 누릴 수 있어서다.

관련 업계와 학계에선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한 원전 건설 시장이 2030년까지 1조 달러(약 430기)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는데 이 중 10∼20% 정도만 수주해도 한국 경제엔 큰 파급효과를 미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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