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기고> 은행산업의 2010년 전망
<특집 기고> 은행산업의 2010년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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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금융연구소 정중호 연구위원

▲ 정중호 연구위원
올해 국내은행들은 매우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작년 9월 리먼 사태 이후 외화유동성 위기로 시작된 금융위기의 충격은 국내은행들의 건전성에 대한 대내외의 우려를 확산시켰다. 국내적으로도 조선, 해운 및 건설업 여신의 부실화 가능성과 부동산가격 급락으로 인한 가계부문의 채무상환부담 증대 등 우리 경제의 취약점이 부각되었다.

다행히 위기 직후 글로벌 공조체제 확립과 위기에 대한 공동대응의 틀 속에서 우리 정부와 한국은행이 적극 대응함으로써 위기의 확산을 막을 수 있었고, 국내은행들 또한 선제적인 자본확충, 여신건전성 관리 강화, 비용절감 등을 통해 재무건전성 개선을 위한 노력을 기울여왔다. 그 결과 9월말 기준 국내은행의 BIS비율이 사상 최고치인 14%를 넘어섰고, 부실여신 비율도 2/4분기를 정점으로 점차 하락하는 모습을 보이는 등 긍정적인 신호들이 조금씩 나타나고 있다. 

전세계적으로도 극단적인 금융패닉이 진정되면서 글로벌 자금시장이 안정을 되찾는 한편, 자본시장도 일종의 안도랠리를 구가하면서 시스템 위기가 일단락되는 과정에 들어선 것으로 판단된다. 세계경기 또한 지난 2/4분기에 저점을 통과한 이후 회복세가 점차 가시화되고 있다. 하지만, 지표상으로 가시화되고 있는 세계경기 회복이 상당 부분 경기 급랭에 따른 반사효과와 대규모 경기부양책에 따른 정책효과에 기반한 것이며, 민간부문의 본격 회복세는 아직 미미하다는 점에서 섣부른 낙관은 금물이다.

더구나 이번 위기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은행권의 부실처리가 더딘 가운데 자산정리와 부채 축소, 자기자본 확충 등 추가적인 디레버리징이 여전히 필요한 상황이다. IMF에 따르면, 이번 위기로 인한 전세계 은행권의 총손실은 약 2.8조달러 규모로 추정되나, 이 중에서 올해 2분기까지 상각처리된 규모는 1.3조달러에 불과하다. 유럽보다는 높은 수준이지만 미국에서도 추정손실의 60% 정도만 상각처리된 상황이다.

최근에는 위기의 진원지인 서브프라임 부실이 점차 해소되고 주택시장도 저점 통과 가능성이 부각되고 있는 반면에, 최근 대손상각비율이 빠르게 상승하고 있는 상업용 부동산 및 소비자신용 부문의 부실이 미국은행의 새로운 위험요인으로 부상하고 있다.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역사적으로 주택가격보다 1년 이상 후행하는 특성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도 상당 기간 더 하락할 가능성이 높다든가, 가격이 너무 떨어져서 2010년말까지 만기가 도래하는 상업용 모기지의 리파이낸싱이 어렵다는 등의 이유가 근거로 제시되곤 한다.

미국 주요은행들의 대출자산 건전성이 앞으로도 상당 기간 악화될 것이고, 이에 따라 대손비용 증가도 어느 정도 불가피해 보이는 것은 사실이나, 현재로서는 이로 인한 시스템 위기의 재발 가능성은 그리 높지 않아 보인다. 우선, 시스템 차원에서 중요한 미국의 대형은행들보다는 자산규모가 100억달러 미만인 중소형은행들이 주로 상업용모기지를 중심으로 영업해왔기 때문이다. 또한 상업용모기지의 증권화 비율은 주택모기지에 비해 크게 낮아 증권화 상품을 매개로 손실이 여타 금융부문으로 광범위하게 파급될 가능성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부분적인 신용회복은 대부분 정부나 중앙은행의 대규모 유동성 지원 및 직접적인 신용공급에 따른 것이며, 위에서 예시한 위험요인의 존재로 인해 민간의 자율적인 신용창출 기능은 여전히 위축된 상태에 머물러 있다는 점에서 손쉬운 낙관보다는 미국 금융시스템의 중개기능이 정상화되기까지는 아직도 가야 할 길이 멀다는 신중한 입장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국내은행의 경우에 2010년은 완만한 경기회복세가 이어지는 가운데 경영환경은 다소 개선되나 외형성장은 제한적이며, 산업구조 재편과 규제강화가 화두가 되는 한 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은행산업은 부실자산 증가세 둔화로 대손비용 부담이 감소하고 예대마진 회복세가 지속되는 등 수익성은 개선될 것으로 보이나, 위기극복을 위한 금융완화 기조와 각종 지원정책의 축소 등 불안요인으로 인해 본격적인 외형성장은 어려울 전망이다. 반면에, 지급결제 참여 증권사들의 CMA시장 선점경쟁이 본격화되고 펀드판매 수수료 차등화 등 펀드판매 관련 제도 도입으로 비은행부문과의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금융당국의 예대율 및 유동성규제 강화조치로 인해 은행들 간에 정기예금 중심의 수신경쟁은 더욱 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2010년에는 국제적으로 G20, 금융안정위원회(FSB), 바젤은행위원회(BCBS) 등이 준비하고 있는 은행 건전성규제 강화 방안, 즉 보통주 중심의 자본규제, 핵심조달비율 및 레버리지 비율 규제 강화 등 금융안정을 중시하는 방안이 구체화됨에 따라 국내 규제체계 개편도 점차 가시화될 전망이다. 건전성 규제 강화는 은행업 특히 여수신업무의 수익성을 악화시킬 것이기 때문에 국내은행들의 사업구조 다각화 및 신규 수익원 발굴노력을 촉발시키는 계기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또한,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외환은행 매각 등 은행권의 대형 M&A를 통한 산업구조 재편이 본격화되고, 위기 이후를 대비한 적정 경쟁구도 확립과 대형화의 계기가 마련될 것으로 보인다. 이와 동시에 SC제일, 한국씨티 등 외국계은행이 금융지주사체제 전환 및 강화를 서두르고 국내 영업기반 확대를 도모하는 한편, 산은지주 출범, 보험지주사 등장 등을 계기로 국내 금융산업은 대형화/겸업화의 시너지를 추구하는 복합금융그룹간 경쟁구도 형태로 나아가는 첫 해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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