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8대 시중은행장의 내년 경영전략 키워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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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은행권 화두, '내실속 균형성장' 그리고 'M&A'

설문대상 : (왼쪽부터) 강정원 국민은행장, 이백순 신한은행장, 이종휘 우리은행장, 김정태 하나은행장, 민유성 산업은행장, 윤용로 기업은행장, 래리클레인 외환은행장, 데이비드 에드워즈 SC제일은행장

내년 경제회복 기조 공감 불구 '내실' 위주 성장전략
'선택과 집중' 통한 해외진출…틈새시장 통해 수익창출
시장재편 놓고 견해차…당국의 과잉규제에 우려 표명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2년 전 전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한 리먼브러더스 파산 사태에 따른 후유증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그러나 올 하반기 들어 건전성과 함께 수익성 지표도 뚜렷한 개선 흐름를 보이며 한시름 놓은 형국이다.
하지만 최근 불거진 '두바이 사태'는 글로벌 금융위기의 여진이 완전히 해소되지 않았음을 시사하고 있으며, 세계경제의 더블딥 가능성도 공론화 되는 등 내년 국내외 경제에 대한 불확실성은 여전한 상황이다.
이에 서울파이낸스는 국내 주요 시중은행장들을 대상으로 올해 금융시장에 대한 평가와 내년 주요 사업계획, 그리고 금융위기를 계기로 강화되고 있는 금융감독당국의 규제강화 움직임에 대한 소견을 물었다.

■'비상'에서 '정상'으로 회귀
대다수 은행장들은 올 한해를 '위기를 성공적으로 극복한 해'라고 자평하면서도 반성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는 점에 공감을 표했다.
정부의 적극적인 위기대처와 함께 시중은행들의 리스크관리 집중을 통해 유동성 및 건전성 지표가 대폭 개선되는 등 체질강화에도 상당한 진전이 있었지만 국내 금융불안이 은행의 자금공급 기능 상실에 있었다는 점은 반성해야 할 대목이라는 것.
강정원 행장은 "올해 국내 은행산업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겪으면서도 안정적 자본적정성 및 자산건전성을 바탕으로 견실한 재무적 안정성을 확보했다"며 "다만 경기 침체로 인한 기업 구조조정 진행과 시장금리 급락에 따른 은행 수익성 하락은 지속적으로 해결해 나가야 할 과제"라고 지적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오히려 국내 은행의 양호한 기초체력을 확인시켜줬다는 견해도 나왔다.  
데이비드 에드워즈 행장은 "국내 은행들로서는 외채 상환 압력이 없어지고 해외자금 차입이 재개됐다는 것이 중요하다"며 "정부의 지원도 큰 역할을 했지만 국내 은행 자체의 펀더멘털도 당초 우려했던 것보다 튼튼한 것으로 드러났다"고 평가해 눈길을 끌었다.
내년 금융시장 및 은행산업 전망에 대한 시각도 대체로 일치했다. 국가별 출구전략 시행 시기 및 강도의 차이로 글로벌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될 가능성은 상존하지만 금융시장의 안정기조는 지속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국내 은행산업 역시 '비상' 상황에서 '정상'으로 되돌아가는 모습을 보이겠지만 과거와 같은 자산성장세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됐다.
에드워즈 행장은 "대출성장의 양대 축인 중소기업 및 주택담보대출의 증가세가 내년에도 정체될 것으로 보인다"며 "결국 외형보다 내실을 강화하는 경영방침이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반면 래리 클래인 행장은 "내년 은행산업은 글로벌 경기회복과 함께 주요 금융변수들이 안정화 될 것으로 보인다"며 "특히 은행들은 CIB(상업투자은행) 영업전략 모색을 통해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 것"이라며 낙관적 견해를 밝혔다.
이와함께 금융위기 재발 방지를 위해 세계적으로 논의되고 있는 규제강화의 틀이 구체화되면서 이에 대한 은행산업의 대응 역시 중차대한 과제로 급부상 할 것으로 예상됐다.

■은행산업 재편…"효율성이 기본"
은행장들은 내년 은행산업의 대표 화두로 M&A(인수합병)을 통한 '은행산업 재편'을 꼽았다.
론스타의 외환은행 매각과 정부의 우리금융지주 민영화 추진으로 국내 은행산업이 IMF 이후 또 한번의 '금융빅뱅'을 경험하게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다만 산업재편의 주요 당사자로 거론되고 있는 은행장들은 M&A에 대한 구체적인 계획에 대해서는 언급을 자제하며 원론적 수준에서의 필요성만을 언급했다.
M&A의 경우 쌍방간 협의과정이 필요한 데다, 이번 시장재편 역시 정부주도로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는 인식이 작용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외환은행의 유력 인수자로 꼽히는 국민은행 강정원 행장은 "외환위기 이후 해외자본에 의한 국내 은행 인수는 성공적이지 못한 것으로 판단되며, 우리금융 민영화의 경우 시장의 여건과 정책적 판단에 따라 민영화의 시기와 방식이 고려돼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우리금융과의 합병 가능성이 거론되는 하나금융 산하 하나은행 김정태 행장 역시 "은행간 M&A에 대한 모든 가능성은 열어놓고 있다"며 "다만 현재로서는 내실경영 체제 강화를 통해 은행산업에서의 역할과 위치를 더욱 공고히 함으로써 변화에 적극 대응해 나갈 것"이라며 원론적 입장을 내비쳤다.
KB금융 및 산은지주와의 M&A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외환은행 래리 클레인 행장도 "경쟁 은행과의 차별화를 통해 경쟁우위를 더욱 강화해 나가겠다"며 외환은행의 경쟁력 강화에 집중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수년내 민영화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기업은행의 경우 당분간 기업-개인부문의 균형성장을 통한 조달기반 확충에 힘쓰겠다는 뜻을 밝혔다.
윤용로 행장은 "기업은행은 중소기업지원을 강화함으로써 경제위기 극복에 중요한 역할을 수행했으며 당분간 이같은 역할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며 "다만 효과적인 중소기업 지원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는 정부와의 긴밀한 협의를 통해 M&A를 추진할 여지는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시장재편 가능성에 한발 비켜서 있는 신한은행의 경우 중립적 입장을 나타냈다.
이백순 행장은 "내년에는 대규모 은행간 합병이 예상되고 있어 개별 은행의 입장에서는 위기와 기회가 공존할 것으로 보인다"며 "내년에도 내실경영과 수익성 강화 등 기본에 충실하면서 성장동력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모색에도 적극 나서 차별화된 성장전략을 추진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이 행장은 특히 "자산 위주의 무리한 실적경쟁은 결국 은행 스스로에게 부메랑으로 되돌아 올 것"이라며 "우수인력 양성을 위한 투자, 첨단서비스와 시설에 대한 투자와 같은 쪽에서 경쟁이 많아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민유성 은행장도 "규모의 경제를 발휘하기 위해서는 일정 수준의 규모는 필요하지만 지나친 집중화는 사후관리 측면에서 부작용이 크다"며 "대형 금융기관이 부실화되는 경우 국민경제적 파급효과가 막대하다는 점을 충분히 감안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은행산업 재편 과정에서의 '집중화' 문제와 관련해서는 우려할 만한 수준은 아니라는 것이 중론이었다.
강정원 행장은 "은행산업 재편이 독과점을 초래할 것인지의 여부는 단순히 산술적 기준으로 단정하기 어렵다"며 "해외와 비교해 볼 때도 국내와 같은 금융 강소국 대표은행들의 시장점유율은 높은 수준이다"라고 말했다.
래리 클레인 행장 역시 "은행산업 재편시 소매금융을 제외한 분야에서의 독과점 폐혜는 미미할 것으로 판단된다"며 "각 은행의 강점분야가 상이한 만큼 은행별 강점을 극대화 할 수 있는 방향으로 시장재편이 이뤄지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또 윤용로 행장은 "은행산업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은 양적확대 위주의 규모의 경제보다 개인금융, 기업금융 및 글로벌 선도은행 등 분야별 선도은행의 경쟁구도로 재편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수익창출 돌파구 '해외진출'
내년 국내 금융시장 역시 불확실성이 내재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국내 은행들의 수익성 회복을 위한 다각도의 노력이 전개될 것으로 전망된다.
대다수 은행들이 내년 중점 경영과제로 '해외진출'을 선정한 가운데 금융지주사 차원의 시너지 창출 움직임도 본격화될 것으로 보인다.
민유성 행장은 "포화상태인 국내시장보다 해외시장 진출을 통한 수익성 확보 노력이 요구된다"며 "내년에는 대부분 시중은행들이 지주회사체제로 전환됨에 따라 사업포트폴리오 개편을 통한 업무다변화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진단했다.
국민은행은 내년 상반기 중 중국 쑤저우지점을 개설할 계획이며, 가급적 빠른 시일내에 베트남 호치민 사무소의 지점전환도 성사시킨다는 계획이다.
신한은행의 경우 'Shinhan Bank Japan' 및 신한베트남은행 등을 통해 그룹내 비은행 금융사업과의 동반진출 기회를 모색하고 있으며, 미국 현지법인인 SHBA를 통한 글로벌 전략에 대한 면밀한 검토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이백순 행장은 "'선택과 집중'이라는 명제하에 전략적 중요도가 높은 일본, 중국, 미국 등과 성장성이 높은 베트남, 인도 등의 지역에 중점을 둘 것"이라고 강조했다.
우리은행의 경우 내년 인도 뉴델리 사무소를 지점으로 전환하고 인도네시아 법인과 중국 법인의 영업망 확대를 계획하고 있다.
이종휘 행장은 "수익성 및 성장성, 시장이해도가 높은 지역을 중심으로 현지법인을 신설하고, 현지은행에 대한 M&A 전략을 추진할 것"이라며 "특히 BRICs 등 신흥시장 및 고성장 지역에 관심을 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하나은행은 금융위기로 미뤄졌던 지린은행 지분 참여를 본격화 한다는 계획이다. 빠르면 내년 초 3억1600만달러 투자를 통해 지린은행 지분 18.44%를 확보하고 동북 3성을 중심으로 중국 IB시장 개척에도 나선다는 계획이다.
또한 인도네시아 현지법인인 PT Bank HANA의 현지화를 위해 현지 중견은행을 추가로 인수할 예정이다.
기업은행도 중국에 5개 내외의 점포를 추가로 개설하고, 베트남에 현지법인이나 지점을 추가로 설치한다는 계획이다.
윤용로 행장은 "이번 금융위기가 준 하나의 교훈이라면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는 점"이라며 "단순히 해외진출 지역을 넓히는 것을 목표로 하기보다 잘할 수 있고 잘아는 시장에 집중하여 규모있는 사업을 하는 '선택과 집중' 전략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외환은행은 내년초 중국 현지법인이 출범하게 되면 기존 중국소재 7개 점포를 현지법인 소속으로 전환시키고 성장성 및 전략적 거점의 의미가 있는 지역으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다. 이와함께 두바이와 호치민 대표 사무소의 지점 전환을 추진하고 인도, 동남아, 북미 및 유럽지역에서의 영업확대를 위해 영업망을 구축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새로운 수익원을 찾아라" 
해외진출과 함께 '틈새시장' 발굴을 위한 움직임도 점차 구체화되고 있다.
대다수 은행들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녹색금융'을 내세우고 있는 가운데 통신과 유통 등과의 융합서비스에 대한 관심도도 높아지고 있다.
신한은행은 녹색금융 등 대형 장기 국책사업을 IB(투자은행) 등의 분야와 접목하는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이를 위해 은행 자체적으로 '그린뱅크 추진팀'을 출범시켜 '그린뱅크' 구현을 앞당긴다는 계획이다.
이 외에도 소매금융 부문에서는 '자산관리 서비스', 기업금융 부문에서는 FTA 등 무역환경 변화에 대응할 수 있는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
이백순 행장은 "온/오프라인을 아우르는 새로운 채널과 다양한 상품을 통해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에 대한 갈증을 갖고 있는 소비자들을 만족시킬 계획"이라며 "기업금융 부문에서는 기업의 해외진출 및 수출입 활동에 수반되는 금융서비스 제공을 위한 다양한 준비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우리은행도 녹색상품을 지속적으로 개발하는 한편 녹색금융연구회를 통해 금융지원방안도 보다 확대할 계획이다.
또한 인구, 사회변화에 따른 실버산업과 외국인 노동자 증가에 따른 관련 상품과 서비스 개발에 더욱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이 외에도 스마트폰뱅킹, T커머스 등 방송 및 통신 등 업종간의 제휴도 더욱 확대할 예정이다.
하나은행의 경우 IT 부문과의 연계를 통한 시너지 창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SKT와의 연합 움직임이 대표적인 사례다.
김정태 행장은 "최근 IT부문의 괄목할 만한 성장을 감안하면 온오프라인의 유기적 운영, 타산업과의 융·복합을 통한 고객과의 접점 확대 노력이 지속가능한 경영의 동력원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은행도 지난 8월 KT와 전략적 제휴를 체결하는 등 통신 및 유통부문에 각별한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윤용로 행장은 "금융과 통신, 유통의 컨버전스, 녹색금융은 고객기반을 확대하고 금융트렌드 변화를 선도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할 수 있는 미래성장 분야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의 경우 비교 우위의 소매금융 기반을 토대로 맞춤형 금융서비스 개발에 박차를 가한다는 계획이다.
강정원 행장은 "국내 시장이 포화상태에 있다는 견해가 있으나 심층적 분석을 해보면 고객의 니즈가 항상 변화하기 때문에 시장의 범위가 한정돼 있다고 보지 않는다"며 "틈새시장을 통한 맞춤형 금융서비스를 개발할 수 있는 기회는 여전히 충분하다고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감독과잉 우려…"업계와의 '소통'이 필수"
내년 은행산업에 대한 불확실성을 키우는 주요 요소 가운데 하나는 더욱 촘촘해질 것으로 예상되는 '금융규제'일 것으로 분석된다.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금융당국의 은행관련 규제가 부쩍 강화되고 있는 탓이다.
은행장들은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금융당국의 역할과 책임이 강조돼야 한다는 점에는 일정 부분 공감하면서도 '과잉규제'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특히 전세계적인 공조의 틀에서 벗어나 우리나라만의 '독단적'인 규제 도입이 현실화될 경우 국내 금융시장의 왜곡을 가져올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금융감독의 효율성 제고를 위해서는 세세한 규정에 입각한 감독보다 원칙에 입각한 감독이 필요하다는 게 대다수 은행장들의 공통된 의견이다.
무엇보다 금융당국의 전문인력 확충과 업계 전문가들과의 '소통'의 노력이 필수적이라는 데 의견을 함께 했다. 특히 일부 은행장의 경우 규정에 의한 규제가 아닌 암묵적 '창구지도'가 빈번해질 가능성에 우려를 표했다.
한 시중은행장은 "최근 발표된 '외환파생상품 거래 리스크 관리기준'의 경우 과도한 환헤지에 대한 더욱 분명한 기준이 제시돼야 할 것"이라며 "논란이 되고 있는 한은법 개정 역시 한국은행과 금융감독원간 협조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점이 강조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한편, 국내은행들이 공익적 책임은 등한시 한채 가산금리 확대 등을 통해 실적경쟁에 매몰돼 있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다소 억울한 측면이 있다고 호소했다.
한 시중은행장은 "올해의 경우 중소기업 지원 및 미소금융 재단 설립 등 은행의 공익적 차원에서의 활동이 어느해보다 많았다"며 "가산금리 확대의 경우 기존 CD금리에 연동하는 금리결정방식과 저금리구조가 장기간 지속돼 온 환경 하의 현상이며 향후 금리결정 방식의 개선을 통해 문제점을 개선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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