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 특집] 증권사가 본 내년 은행업 동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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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익성 개선 불구 자산성장세 둔화
내년 은행주 상승 모멘텀 결국 M&A"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국내 증권사들 역시 국내 은행들의 실적개선 추세가 내년에도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수익성 지표가 금융위기 이전 수준으로 회복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특히 눈길을 끄는 대목은 대다수 증권사들이 은행주 상승을 견인할 핵심 재료로 M&A를 꼽았다.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이 내년까지 지속될 수 있는 데다 은행에 대한 건전성 규제가 강화되고 있는 만큼 큰폭의 자산성장세를 기대하기는 힘들다는 분석에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수익성 개선 이어질 듯"
증권사들은 내년 국내은행의 평균 순이자마진(NIM)이 2.3~2.5% 수준을 보이는 가운데 상승추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CD금리가 상승하면서 CD연동대출의 이자수익이 증가하고, 예대율이 낮아짐에 따라 고금리 시장성수신

조달의 필요성이 낮아진 데 따른 것이다.
한국은행이 빠르면 내년 상반기 중 기준금리 인상에 나설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도 NIM 상승추세를 가늠 해 볼 수 있는 요인으로 지목했다.
하이투자증권 심규선·손준범 애널리스트는 "올해 하반기부터 고금리 예금의 만기가 도래함에 따라 NIM은 내년 상반기까지 개선추세를 유지하다 하반기에는 정체될 것"이라며 "내년 상반기 금리인상이 있을 경우 NIM의 상승폭은 더욱 확대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최근 국내은행의 NIM 회복에 영향을 미쳤던 대출부문의 가산금리 역시 인하 압력이 낮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심규선·손준범 애널리스트는 "금리인상이 유보되면서 절대적인 금리수준이 높지 않다는 점과 내년 은행들의 대출경쟁 강도가 약화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가산금리 인하 압력은 크지 않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다만 국내은행의 NIM이 3% 내외를 기록했던 지난 2004~2006년 수준을 회복하기까지는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이었다.
대신증권 최정욱 애널리스트는 "내년 시장금리가 상승하지 않거나 신규 기준 예대금리차가 높은 수준으로 계속 유지되지 않을 경우 NIM이 재차 하락할 수 있다"며 "그러나 내년 기준금리가 약 1.0~1.5% 정도 완만한 상승을 가정할 경우 2010년과 2011년 은행 NIM은 각각 2.50%, 2.56%를 기록할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어닝 서프라이즈' 가능성
일부 증권사는 내년 은행들이 '어닝 서프라이즈' 수준의 실적 회복세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금융위기 이후 실적악화의 주된 원인으로 작용했던 대손비용이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기 때문이다.
HMC투자증권 구경회 애널리스트는 "8개 상장은행의 내년 순이익은 11조원으로 전년 대비 103% 가량 늘

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는 기업관련 대손비용이 시장 예상보다 크게 감소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구 애널리스트는 "은행들이 지난 2년동안 적립한 기업 대손비용은 15조3천억원으로 기업대출 총액의 3.6%에 달한다"며 "이 정도면 지난 2006~2007년 대출버블로 인한 대가를 충분히 치룬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내년 은행들의 대손비용은 전년 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한 4조5천억원 수준에 불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대다수 증권사들 역시 은행들의 대손비용 감소에는 이견이 없었다. 다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의 실적회복은 힘들 것이라는 게 중론이었다.
조사 대상 증권사들이 제시한 8개 상장은행의 순이익 전망치는 8~9조원 안팎으로 금융위기 직전 수준인 10조원에는 20% 가량 못미친다.
특히 내년 정부의 출구전략이 본격화될 경우 대손비용이 추가적으로 상승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최정욱 애널리스트는 "금리가 다시 상승할 경우 차주의 이자상환능력 약화에 따른 대손비용 상승이 예상된다"며 "다만 금리가 2~3%포인트 이상 급등하지 않는다면 추가적인 대손부담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외에도 현대건설과 하이닉스, SK네트웍스 등 출자주식 매각에 따른 매각이익 역시 실적전망을 밝혀주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거론됐다.

■환율 등 대외여건 '양호'
내년 세계경제의 불확실성에도 불구하고 은행주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대외여건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편일 것으로 예상됐다.
특히 미국의 저금리 기조에 따른 원·달러 환율 하락은 은행업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키움증권 서영수 애널리스트는 "원화가치가 강세를 보일 경우 KIKO(키코) 등 파생상품 관련 손실이 줄어

들 수 있는 데다 달러차입 비용 하락 효과도 누릴 수 있다"며 "달러캐리 트레이드 과정에서 매력도가 높아진 한국 은행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질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교보증권 황석규 애널리스트도 "지난 1996년 이후 업종별 주가간 상관관계를 볼때 은행업종의 경우 환율과의 역의 상관관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원·달러 환율이 하락할 경우 은행주의 수익률이 가장 높았다"고 강조했다.
거시경제 회복에 다른 기업들의 재무구조 개선 추세도 은행의 자산건전성 개선을 견인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구경회 애널리스트는 "비금융 기업 95개의 부채비율은 2008년 107%에서 2010년 87%로 낮아지고 디레버리지에 따른 이자보상비율도 7.0%에서 9.3%로 상승할 전망"이라며 "기업들의 이자지급능력이 개선되면서 부도기업 감소 및 은행의 자산건전성 개선도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일각에서 제기되고 있는 가계부문의 부실화 가능성도 희박하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황석규 애널리스트는 "실질금리 하락에도 불구하고 가계부채가 증가하고 만기도래하는 주택대출 규모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등 가계부실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가능성은 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며 "LTV비율이 46.4%로 낮은 데다 가계의 이자부담 금액이 가계지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낮고 실업률이 짧은시간에 급등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은행간 경쟁 둔화에 따른 판관비 감소 역시 실적개선에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구경회 애널리스트는 "2000년 이후 방만하게 운영됐던 은행 판관비가 올 들어 감소하면서 은행들의 실적개선에 크게 도움을 주고 있다"며 "금융위기로 인해 은행들이 과도한 판관비 지출을 하지 않게 됐다는 점은 긍정적인 면"이라고 평가했다.

■성장세 둔화…수신경쟁 불가피
은행권을 둘러싼 양호한 대내외 여건에도 불구하고 은행들의 대출성장세는 부진할 것으로 예상됐다.
은행들의 실적개선은 내년 국내외 경제의 '완만한' 회복세를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때문에 보수적인 성향의 은행들로서는 대출보다 수신기반 확대에 집중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대다수 증권사들은 내년 은행권의 원화대출 증가율이 5~7% 안팎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다.
유진투자증권 김인 애널리스트는 "지난 3년간 원화대출은 연 평균 20%에 가까운 수준을 보였으며 특히 기업대출이 원화대출 성장세를 견인했다"며 "기업대출의 경우 구조조정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대출 증가요인이 많지 않을 것으로 전망되며 가계대출 역시 정부의 규제가 지속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증권사 CMA 및 보험사의 지급결제서비스 확대 가능성 역시 은행권의 수신경쟁을 심화시키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최정욱 애널리스트는 "최근 증가율이 둔화되고 있지만 증권사 CMA는 은행 수시입출식예금의 강력한 경쟁상대"라며 "신용경색이 완화되면서 안전자산 선호현상이 약화되고, 증권사에 이어 보험사까지 지급결제서비스가 본격적으로 확대되면 은행의 타격은 클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다만 내년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은 은행으로부터의 자금이탈을 제약할 수 있는 반대급부가 될 것으로 전망됐다.
은행권의 수신확대 움직임과 함께 카드부문에서의 경쟁도 치열해질 것으로 전망됐다.
최 애널리스트는 "하나카드의 제휴사업자는 결국 SKT로 결정될 것으로 추정되는데 이럴 경우 내년 신규사업자 진입에 의한 카드시장의 경쟁이 본격화 될 것"이라며 "신용카드 사업은 이미 성숙기에 접어든 만큼 기존 사업자들은 시장점유율 유지를 위해 마케팅 비용을 크게 느릴 수밖에 없고 이는 판관비 등 비용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내년 M&A, 은행권 재편의 '결정판'
증권사들은 내년 은행재편을 주도할 은행으로 KB금융과 우리금융, 하나금융, 외환은행 등을 공통적으로 꼽았다.
실현 가능한 조합으로는 KB금융+외환은행, 하나금융+우리금융이 유력하게 제시됐다.
증권사들은 특히 이번 은행권 구도개편의 경우 과거와 다른 차별화된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김인 애널리스트는 "내년 외환은행 매각으로부터 시작되는 M&A는 과거 우량은행의 부실은행 인수와 같은 생존을 위한 M&A가 아닌 우량은행간 합병의 성격이 강하며 400조원 이상의 자산규모를 가지는 '리딩뱅크' 탄생의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실제 과거 하나+서울, 신한+조흥 합병은행의 총자산 점유율이 각각 11.8%, 19.1%였던 것과 비교해 KB+외환, 하나+우리 합병의 경우 시장점유율은 각각 31.2% , 32%로 신한지주를 포함한 시장점유율이 80%를 상회한다.
또 최정욱 애널리스트는 "과거 M&A의 경우 한국 노동시장의 경직성과 강성 노조로 인해 합병에 따른 비용절감 효과는 거의 없었던 것으로 추정되며 점포수와 임직원 수도 계속 증가하면서 수익성 개선효과도 미미했다"며 "그러나 이번 산업재편 효과는 과거와 다를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밝혔다.
최 애널리스트는 이어 "빅3 은행의 시장점유율이 상승하면 경쟁 요인이 크게 완화될 수밖에 없다"며 "게다가 이번 산업재편이 마무리되면 당분간 대형 M&A 기회가 없다는 점에서 예전과 달리 합병 이후 재무건전성 과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노력들이 강력하게 진행될 여지가 높다"고 분석했다.
한국의 경제위상에 걸맞는 대형은행 출현을 더이상 미룰 수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나대투증권 한정태 애널리스트는 "국내 경제규모는 세계 12~13위 수준이지만 100위안에 들어가는 금융기관은 3개 뿐"이라며 "물론 금융기관이 꼭 큰 것이 좋은 것만은 아니지만 산업정책 측면에서 위기를 감당할 만한 사이즈가 필요하다는 점은 이견이 없을 것이고 경제규모와 위상에 맞는 은행들이 등장하면서 세계 금융기관과 경쟁할 수 있는 능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라고 조언했다.
내년 산업재편 과정에서의 돌발변수로는 민영화 대상인 산은지주와 기업은행 등이 꼽히고 있지만, 현재로서는 정부 소유 은행이 M&A 주체로 나설 가능성은 낮다는 시각이 우세했다.
이 때문에 산업은행의 수신기반 확보를 위한 대안으로 제시되고 있는 방안이 산은지주의 지방은행 인수이다.
구경회 애널리스트는 "산은지주 입장에서 인수 대상은 현재 매각 대상인 외환은행과 우리금융 산하 지방은행을 꼽을 수 있다"며 "일부에서는 기업은행을 거론하기도 하지만 기업은행은 당분간 특수은행으로서의 기능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향후 정부의 우리금융 매각과정에서 자회사인 광주은행과 경남은행이 매물로 나올 경우 산은지주의 관심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일부 증권사의 경우 내년을 기점으로 은행수가 대폭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심규선·손준범 애널리스트는 "내년 M&A는 시중은행 뿐 아니라 대구·부산은행 등 지방은행의 구도변화 가능성이 예상된다"며 "지난 1998년 29개였던 국내은행은 IMF를 거치면서 현재 11개은행으로 감소했으며 2010년 이후 3년 안에 6~9개 수준으로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우리금융의 민영화 과정에서 경남·광주은행의 분리 매각이 진행될 경우 대구은행 또는 부산은행의 경남은행 인수에 따른 '대구+부산+경남' 의 조합이 부각될 가능성을 염두한 전망이다.
결국 금융시장 재편의 갖가지 시나리오는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서의 정부의 태도가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일각에서는 내년 은행권 구도개편 과정에서의 특혜 및 관치논란의 재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가 감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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