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하준 교수 "경제 위기 다시 올 수도"
장하준 교수 "경제 위기 다시 올 수도"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섣부른 출구전략은 시기상조"
"달러 패권 약화…유로화가 대안"

[서울파이낸스 문선영기자]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는 "현재 주가는 상당 부분 정부의 재정지출, 통화정책 완화에 따른 거품"이라며 "자산시장의 거품이 꺼지게 되면 또 한 번 경기하강이 올 수 있다"고 주장했다.

장 교수는 24일 63빌딩 국제회의장에서 개최된 신한금융투자 '2010 리서치 포럼'에서 '글로벌 위기 이후 세계경제와 한국경제 중장기 전망'이라는 주제로 발표하며 이같이 말했다. 

장 교수는 "달러 약세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이자율이 제로에 가깝다 보니 달러 차입을 이용한 소위 '캐리 트레이드'가 늘어나면서 거품을 더욱 키우고 있다"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그러나 "자산가격 거품을 두려워해 거시정책을 시행하지 말았어야 한다는 이야기는 아니다"며 "부동산 담보대출비율 조정이나 구제금융을 받은 금융기관의 이익에 대한 과세 등 자본시장에 대한 규제강화로 지나친 거품이 일지 않도록 해야 했다"고 지적했다.

장 교수는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섣부른 출구전략은 경계했다. 장 교수는 "미국, 영국 등 이번 위기의 진원지가 된 나라의 실업률을 비롯해 계속 악화되고 있는 지표들도 있다"며 미국 실업률의 경우 10%를 넘어 대공황 이후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다"고 말했다.

또한 "아일랜드, 아이슬랜드, 라트비아 등 유럽 변방 '금융 허브'들의 붕괴가 우려되고 있다"며 "이들 나라의 경제 규모는 크지 않지만 세계 경제가 밀접하게 연결돼 있는 점을 감안하면 큰 문제"라고 설명했다.

장 교수는 금융 규제의 중요성에 대해서도 강조했다.  장 교수는 "이번 경제위기에서 보았듯 제대로 규제되지 않은 금융은 독이 될 수 있다"며 "적절한 금융규제를 통해 금융위기를 방지하고 금융기관들이 장기적인 안목을 가지고 투자하도록 유도하는 것이 장기적으로 금융기관에 좋은 것"이라고 강조했다.

최근 기축통화로서 달러의 지위 약화 현상에 대해서는 "지난해 위기를 계기로 달러 패권은 일단 막을 내리게 됐다고 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어 현재 달러에 대한 가장 큰 대안은 위안화가 아니라 유로화라며 "지금 당장은 가능성은 없지만 다시 한번 금융위기로 영국의 파운드화가 평가절하되면 영국은 파운드를 포기하고 유로화를 택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렇게 되면 달러를 제치고 유로가 최대 통화로 부상하면서 달러패권이 약화돼 미국은 지금처럼 돈을 찍어 적자를 내면서 수입할 처지가 되지 못할 것이는 것이 장 교수의 주장이다.

장 교수는 한국 경제의 조기 회복에 대해 "이번 위기가 우리 내부의 문제이기보다 외부충격에 의한 것이기 때문에 외부충격이 가라앉으면서 빠르게 회복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특히 자동차, 전자 등 그동안 투자가 제대로 되고 준비를 해온 산업들에서 이번 기회를 통해 한단계 상승하는 효과까지 있었다고 평가했다.

하지만 한국경제는 현재 주축산업을 대체할 산업을 육성하지 못하고 기초연구, 부품소재 산업이 발달하지 못했다는 취약점을 가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특히, 장 교수는 "'제조업은 중국 때문에 어려우니 금융 등 서비스업으로 전환하자'는 주장은 안이한 이야기"라며 "튼튼한 제조업 기반이 없이는 금융, 컨설팅, 디자인 등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을 육성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장 교수는 금융발전 없이 자본주의 발전이 없다고 전제하면서 "제조업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제조업과 함께 금융을 비롯한 고부가가치 서비스업의 동반발전을 꾀하는 것이 한국경제가 나갈 길"이라고 조언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