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밥그릇 싸움' 점입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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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소보원 설립 놓고 이견?
지급결제 놓고 업권 간 갈등
산은-KoFC, 수은-기은 신경전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국내 금융권이 너나 할 것 없이 밥그릇 싸움에 나서면서 어수선한 분위기가 연출되고 있다. 감독권을 둘러싼 금융당국의 해묵은 신경전은 물론 은행-증권-보험업계의 민간 금융사들의 영역다툼도 진흙탕 수준으로 치닫고 있다. 또 민영화 수순을 밟고 있는 산업은행과 KoFC간 주도권 다툼도 민영화 취지를 퇴색시키기에 충분해 보인다.

■금융위-금감원 시각차
최근 정치권을 중심으로 금융소비자보호원 설립이 구체화될 조짐을 보이자 금융감독원이 '발끈'하고 있다.금융소보원 설립안은 지난 9월 김영선 국회 정무위원장 등 한나라당 의원 21명이 발의한 금융위원회 설치법 개정안의 주요 골자로 금감원과 공정거래위원회, 한국 소비자원 등에 분산된 소비자 보호업무를 한데 모아 강화하겠다는 것이 핵심이다.

이에 대해 금감원은 금융소보원이 설립될 경우 금융감독체계에 혼선이 생길 수 있으며, 자체적인 조직확대를 통해 소비자 보호 업무를 강화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그러나 금감원의 경우 민간 금융회사들과 직간접적인 이해관계에 얽혀 있는 만큼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자체적인 기구마련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실제 금감원은 소비자 보호에는 등한시 한채 금융회사의 편의를 우선시한다는 비판을 받아 왔다. 올 들어 금융관련 민원도 지난해 대비 50% 가까이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위기의 재발 방지를 위해서라도 금융소비자의 역량강화를 위한 제도적 기반이 마련돼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금융연구원 김병연 연구위원은 "우리나라와 같이 금융상품이 성장초기 단계에 있는 경우 선진국의 금융구조개편방식을 추종할 경우 성장잠재력이 약화될 수 있다"며 "금융교육 등을 통한 소비자의 역량 강화를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그동안 감독권을 둘러싸고 신경전을 벌여온 금융위원회는 금융소보원 설립의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관련기관이 이해관계에 놓여 있는만큼 신중할 필요가 있다며 다소 애매한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영역다툼 '최고조'
중복 업무를 둘러싼 영역다툼은 민간금융회사라고 예외는 아니다. 증권사의 지급결제 업무 허용으로부터 시작된 은행-증권사간 갈등은 은행-보험으로 번지면서 금융시장을 혼탁하게 하고 있다.

증권사의 지급결제를 줄곧 반대해온 은행권은 우여곡절 끝에 자본시장법이 시행되자 '수수료 차등화'라는 히든 카드를 꺼내 들었다. 각 금융사별 자동화기기 보유대수별로 수수료를 차등화 하겠다는 것인데 은행권은 이를 위해 공정위로부터 유권해석까지 마친 상태이다.

이에 대해 증권사들은 '사실상의 수수료 인상'이며, 이는 고스란히 금융소비자들의 부담으로 이어진다며 반발하고 있다. 지급결제 업무를 둘러싼 은행-보험업계간 밥그릇싸움도 일촉즉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보험사들은 증권사들의 지급결제 업무 참여를 계기로 보험업법 개정안 상정을 위해 물밑 작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지만, 은행권은 금융시스템의 와해 가능성을 거론하며 보험업법 개정안에 대한 반발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특히 은행-보험업계간 갈등은 각각의 협회 차원에서의 신경전을 넘어 퇴직연금 판매 과정에서 '꺾기' 의혹을 제기하는 등 '흠집내기' 양상으로 번지고 있다. 

신의 직장으로 불리는 국책은행간 신경전도 심화되는 양상이다. 이달초 민영화의 첫발을 뗀 산은금융지주가 산은으로부터 분리된 KoFC의 지배구조 하에 놓이면서 양측의 갈등은 시작됐다.

KoFC의 원활한 정책금융 수행을 위해서는 산은의 지원이 불가피하지만 정부-KoFC-산은으로 이어지는 옥상옥 구조에서는 업무 영역을 둘러싼 신경전이 불가피하다. 산은 내부에서는 KoFC가 '벌써부터 시어머니 노릇을 하려 한다'는 목소리가 감지되고 있다. 양측의 영역다툼은 관료 출신인 유재한 KoFC 사장과 민간출신인 민유성 산은지주 회장간 기싸움으로 확대되며 업무 효율성을 크게 떨어뜨릴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최근에는 수출입은행이 국내 300개 히든챔피언 육성 계획을 발표하면서 기업은행과 마찰을 빚고 있다. 1차로 선발된 12개 중소기업 가운데 절반 가량이 기업은행을 주거래 은행으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자본시장법이 당초 취지와 달리 업권간 영역다툼으로 비화되면서 금융시스템의 리스크만 키우고 있다"며 "국책은행들 역시 민영화 작업을 서둘러 업무중복에 따른 비효율성을 최소화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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