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우외환' 농협, 개혁 성공할까
'내우외환' 농협, 개혁 성공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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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만경영, 도덕적 해이의 온상"
개혁안 놓고 이해당사자 대립각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농협 개혁안을 둘러싼 정부 안팎의 논란을 종합해 보면 이같은 결론에 도달한다.

농협 개혁은 과거부터 수차례에 걸쳐 시도돼 왔지만 정치권은 물론 농협 내부에서조차 엇갈린 이해관계로 인해 번번이 무산되는 선례를 경험했다. 이명박 정부 출범 이후 개혁 드라이브에 가속도가 붙고 있지만 이해 당사자들의 이견이 합의점 도출의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부정부패의 온상?
농협은 경제사업 활성화를 통해 농민을 보호하고 농업을 육성하기 위한 취지로 설립됐다. 농산물 판매 및 유통과 같은 경제사업이 주축이 돼야 하지만 지금의 농협은 신용사업에 치중된 본말전도의 기형적 형태를 보이고 있다. 시중은행들과 수익경쟁을 하다보니 돈벌이에 급급한 경영행태는 고착화된지 오래이며, 감독시스템 부재로 인한 경영 비효율과 임직원들의 도덕적 해이는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지난해말 이명박 대통령이 "농협이 정치나 하고 이권에 개입한다"고 질타한 것은 농협개혁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는 정부의 강력한 의지가 담겨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도 농협의 방만한 경영행태는 도마위에 올랐다. 조사 대상 579개 공직유관단체 중 농협은 지난 4년간 45명의 비위 면직자가 발생해 불명예스러운 1위에 이름을 올렸다.

또, 농협중앙회는 최근 3년간 35명의 직원이 약 137억원의 공금을 횡령했지만 이가운데 형사고발 조치된 인원은 8명에 그치는 등 내부 통제시스템도 붕괴 직전에 놓였다는 비판에 직면했다. 농협은 이외에도 직원자녀들의 납입등록금을 전액 지원하고 지난해 경제위기 와중에도 260억원을 들여 골프회원권을 구입한 것으로 드러나는 등 올해에도 어김없이 도덕적해이 논란에 휘말렸다.이처럼 반복되는 논란은 전현직 농협 회장들의 무사안일주의가 키웠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원병 회장은 올 국정감사에서 제기된 골프회원권 논란에 대해 "농협의 주요 업무 중 하나인 경제사업 활성화를 위해 다른 금융회사와 유사하게 영업을영업을 하다보니 골프회원권이 늘어났다"고 답해 빈축을 사기도 했다.

■줄줄 새는 바가지
농협 개혁이 무엇보다 절실한 이유는 성격이 다른 경제부문과 신용부문이 공존하면서 발생하는 비효율성 때문이다. 농협중앙회가 경제사업보다 신용사업에 치중하다 보니 '농민을 상대로 장사를 한다'는 비판에 직면하며 정체성 논란도 불거졌다.

이에 대해 중앙회측은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는 경제사업을 보완하기 위해서는 신용사업이 버팀목이 될 수밖에 없다고 항변하고 있다. 그러나 신용사업 역시 경쟁력이 떨어지기는 마찬가지. 농협은 지난 2006년과 2007년 1조원이 넘는 순이익을 기록하며 시중은행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었다. 당시 은행권은 부동산시장의 호황을 타고 '땅짚고 헤엄치기식' 영업으로 사상 최대 순이익을 올렸다.

그러나 금융위기 이후 농협은 리스크관리에서 취약한 면모를 드러내기 시작했다. 실제 농협의 올 상반기 누적 당기순이익은 1천억원에 그쳤으며, 보험부문은 아예 적자로 돌아섰다. 글로벌 금융위기의 발단이 됐던 고위험 파생상품에도 수천억원을 투자해 손실을 입었다.

덩치로 보면 국민, 신한, 우리은행 등 빅3 은행에 이어 4번째에 속하지만 경쟁력은 크게 떨어지는 '덩치큰 약골'인 셈이다. 수익성 지표인 NIM과 ROA 등도 은행권 최하위 수준을 나타내며 부실은행이라는 꼬리표까지 달았다. 특수은행으로서 정부 지원을 감안할 경우 경쟁력을 운운하기조차 민망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다.

■사공이 너무 많다
이처럼 농협의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더이상 개혁을 미뤄서는 안된다는 공감대는 이미 형성돼 있다. 그러나 농협 개혁을 둘러싼 잡음이 지나치게 많다는 점이 정부의 골칫거리다. 정부는 안팎의 의견수렴을 거쳐 올 연말까지 최종 개혁안을 확정짓겠다는 계획이지만 농협중앙회는 자체안만을 고집하고 있다. 또 노조와 지역조합은 정부안과 중앙회안 모두에 반대하고 있다.

정부안에 따르면 농협의 신경분리 작업은 2011년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통해 진행하며, 농협중앙회 명칭은 농협연합회로 바꾸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안은 지난 3월 민관합동기구인 농협개혁위원회의 개혁안을 토대로 농협중앙회의 자체개혁안을 종합해 만든 것이다. 그러나 농협개혁위원회는 정부안이 '경제사업 활성화'라는 농협개혁의 본래 취지와 맞지 않다며 입법 반대 운동에 나설 뜻을 밝히고 있다.

농협중앙회도 임시 대의원대회를 개최해 정부안과 상충되는 자체개혁안을 만장일치로 통과시키는 등 정부안에 반발하고 있다. 농협 자체안은 2012년 신용사업 부문 우선 분리하고 경제사업 부문은 2015년까지 분리하는 내용을 골자로 하고 있다. 이 과정에서 6조원 가량의 정부지원도 요구하고 있다.

특히 중앙회측은 경제사업 부문의 경우 자립기반이 약해 경쟁력을 키운뒤 분리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농협중앙회 명칭도 그대로 유지해야 한다고 입장이다.
이에 대해 농협 노조는 금융노조 산하 지부와 연대해 신경분리안 저지를 위한 총력전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이에 대해 정부는 올 연말까지 협의를 이어가겠다는 입장이지만 중앙회측이 자체안만을 고집할 경우 정부안대로 강행하겠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어 충돌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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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준 2009-11-04 01:39:05
마음에서 우러나와야 한다. 비굴하면 안된다. 세상을 속이면 안되고 속인다고 속는 세상도 아니다. 거짓말 하지 않고 정직하게 보는 시각이 필요하다. 어쩌면 외국자본의 요구에 순응했을 수도 있다. 논리야 맞을 수도 있다. 그리고 나도 골치아픈 일 없이 그냥, 은행직원만큼 일하고 수익 올렸으니 나도 그만큼 보수 받고 살고 싶다. 그러나, 내 마음엔 아직 농사꾼들이 있다. 그게 아니었으면 나도 내 욕심 챙겼을텐데...

김영준 2009-11-04 00:52:03
입이 근지러서 못 참겠다. 사실 나도 신경분리 해서 은행직원들 봉급 받아보고 싶다. 그러고 싶은데, 내가 살아온 시간이 아깝다. 우린 그렇게 살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는, 도대체 어디에 있는 건가...연봉으론 치자면 8천짜리다. 그러나 통장엔 한달3백 보너스 있는달엔 4백8십이다. 이게 여러분들이 궁금해하는 농협직원의 월급이다. 왜 차이나냐고? 농협 급여팀에게 물어봐라. 이제 나도 일한만큼 보수 받아야겠다.

김영준 2009-11-04 00:40:10
그토록 주장하는 신경분리 논리가 내가 살아가야 할 농민의 길과 합치하는 건가? 그 사람들은 지금 이해가 안간다, 짐작하는 건 권력욕...냉정하게 생각해서, 신경분리는 자산가치로는 50조원 이상의 손실을 볼 것이다. 그 돈이면 농민들 부채탕감하고 남는 돈일 것이다. 정부가 농협에 진 빚이 30년전 3조원이라고 한다. 환산하면 30조가 넘는다. 그거 그냥 무마할 것인가? 그게 다 농민들에게 귀속할 돈이다.

김영준 2009-11-04 00:27:53
아직 결과는 모른다. 그러나, 예측은 있다. 신경분리의 골자가 혹시 국가 기간산업중의 알려지지 않았던 농협을 호시탐탐 노리던 미국기업들이 설레발치던걸 고개숙여 :예 드리게겠어요" 하지는 않았는지.., 그런 것이 아니라면 정확하게 도대체 무슨 일 때문에 이런 일이 진행되고 있는지 시원하게 들어볼 수는 없을까?

김영준 2009-11-04 00:21:02
주체가 누구인지는 모르지만, 그 주체들은 나중에 무슨 일이 생겨도 책임진다는 서약을 해야 했어야 하는데..신경분리의 해답은 없는데 유럽유학 갔다고, 미국유학 갔다 왔다고 선진문물이라고 한다. 난 외국이라곤 신혼여행때 동남아 한군데 갔다왔는데 그게 다다. 지금의 정부안은 과거의 정부안과 별차이는 없다. 근데 왜 이렇게 첨예한 대립이 있나..모든 것을 지켜보는 입장에서 참 우습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