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소(美少)금융, 기대보다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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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강제 재원조달…관치금융 부활

진보 겨냥? 정치집단 변질 가능성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정부 주도의 한국판 '그라민뱅크'를 꿈꾸며 출범한 미소(美少)금융재단이 출범 초기부터 갖가지 구설수에 휩싸이고 있다. 재계 및 금융권으로부터의 반강제적 자금조달에 따른 부작용은 물론, 중장기적 사업성에 대한 의구심도 증폭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미소금융재단이 순수 민간 NGO의 몰락을 가져옴과 동시에 정치적 이익집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너도 나도' 미소금융
정부는 미소금융재단 재원마련 방안과 관련, 민간주도로 향후 10년간 2조원 규모의 자금을 조달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금융권의 휴면예금 및 기부금과 대기업으로부터 각각 1조원을 충당하겠다는 게 정부의 중장기 로드맵이다.

정부로서는 '민간주도'라는 모양새만 갖춰놨지만, '반강제적'이라는 게 금융권과 재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대다수 은행들은 미소금융 출범직전까지 별도의 기부금을 조성해야하는지조차 알지 못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렇듯 논란이 가열되는 가운데서도 금융권과 대기업들의 참여가 줄을 잇고 있다. 어차피 내야할 돈이라면 정부의 눈밖에 나기 전에 자발적으로 참여한다는 인상을 주기 위함으로 해석된다.

실제 지난 11일 국민은행과 신한금융지주는 각각 5백억원 규모로 'KB미소금융재단'과 '신한미소금융재단'을 설립키로 했다고 발표했으며, 13일에는 삼성과 현대기아차, LG, SK, 롯데, 포스코 등 6대 그룹이 미소금융사업 공동 지원을 위한 협정식을 가졌다.

그룹별 지원금액은 삼성이 3천억원으로 가장 많고 현대기아차(2천억원), LG(2천억원), SK(2천억원), 롯데(500억원), 포스코(500억원) 등이다.

금융권에서는 국민, 신한 외에도 하나금융지주가 지난해 설립한 하나희망재단의 사업을 확대한다는 계획이며, 우리금융지주도 독자적인 미소금융재단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초기부터 잡음 '곳곳'
이처럼 금융권과 재계의 동참이 잇따르고 있지만 사업의 영속성에 의구심을 제기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최대 1억원의 자금을 담보나 보증도 없이 4~5% 저리로 대출해 줄 경우 채무자의 도덕적 해이는 물론 상위 신용등급자의 역차별 문제가 심화될 수 있다는 것.

정부 주도의 대규모의 마이크로크레딧 사업이 국내 실정과 맞지 않아 필연적인 실패로 이어질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마이크로크레딧의 대표적인 성공 모델인 그라민뱅크의 경우 시장 자체의 공급부족 현상이 성공적인 정착의 밑거름이 됐지만,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은 우리나라의 경우 자칫 공급과잉을 심화시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미소금융의 성공을 위해서는 대출금의 상환율을 높일 수 있는 방안 마련은 물론, 전문적인 인적재원을 기반으로 한 사전 컨설팅 및 사후관리가 절실하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정부 주도의 미소금융이 정치적 이익집단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부가 기업들로부터 대규모의 기부금 조성에 나설 경우 자발적 민간단체의 지원이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는 것. 미소금융이 진보성향의 민간단체의 몰락을 가져올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이다.

실제, 민주당 홍영표 의원이 12일 발표한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정부의 올해 소액금융 사업비는 400억원으로 전년 대비 66% 증가했지만, 같은기간 민간기구인 사회연대은행 지원금은 25억원에서 10억원으로, 신나는조합은 6억원에서 5억원으로 줄었다.

홍 의원은 금융위원회를 상대로 "이는 진보성향 단체이기 때문이냐"고 되묻고 "마이크로크레딧 사업 경헙이 전혀 없는 3개 단체도 사업자로 선정됐다"고 지적했다.

지난달에는 박원순 희망제작소 상임이사가 하나금융과의 마이크로크레딧 공동사업의 중단과 관련 "이명박 정부가 국정원을 통해 시민단체를 옥죈다"라고 폭로해 논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또, 민주당 신학용 의원은 "미소금융재단의 전신인 휴면예금관리재단의 올해 1인당 평균 인건비가 7300만원 수준"이라며 이사회 운영경비도 방만하게 운영되고 있다고 질타했다. 실제 미소금융재단은 지난해 이후 총 8차례의 이사회 개최를 통해 3180만원을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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