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노령화 가속…구조조정 '우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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産銀, 민영화 앞두고 '칼바람'?
'책임자급 > 행원' 불균형 심화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국내 은행의 노령화가 가속화되고 있다. 특히 인수합병을 통해 덩치를 키워온 대형 시중은행들의 경우 인사적체 현상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나 향후 경쟁력 제고 차원의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이달 민영화를 앞두고 있는 산업은행의 '발등의 불'은 비용경쟁력 제고를 위한 인력 구조조정이다.

산업은행의 경우 전체 임직원 2300여명 가운데 일반행원은 620명인데 반해 중간 간부 성격의 책임자급이 인력이 1500명(66%)에 육박한다.

일반기업들의 인력구조가 피라미드형인데 반해 산업은행은 마름모꼴의 기형적 인사구조를 보이고 있다. 이처럼 책임자급 이상의 인력이 월등히 많다 보니 인건비 또한 상상을 초월한다.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올해 산업은행의 평균 연봉은 9270만원으로 한국거래소에 이어 공기업 연봉 2위에 이름을 올렸다. 자회사로 있는 산은캐피탈 역시 8500만원으로 4위에 랭크됐다.

산은 관계자는 "20년 이상의 근속 직원이 많다보니 평균연봉이 올라갈 수밖에 없는 구조"라며 "이 때문에 민영화를 앞두고 칼바람을 우려하는 직원들이 상당히 많다"고 전했다.

이같은 인사적체 현상은 산은이 기업금융에 특화돼 있기 때문이다. 성공적인 민영화를 위해서는 외환은행 인수가 불가피하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이다.

산은이 외환은행을 인수할 경우 소매금융 강화는 물론 인사적체로 인한 비용경쟁력 약화 우려도 상당폭 불식시킬 수 있게 된다. 외환은행의 경우 현재 일반 행원 39%, 책임자급 45%, 관리자급 16%의 인력구조를 가지고 있다. 

여타 시중은행들 역시 피라미드형 인력구조와는 거리가 있다. 특히 덩치가 큰 은행일수록 인사적체 현상이 심각했다.

국내 최대은행인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의 책임자급 인력은 각각 40.3%, 41.7%로 40%를 상회하고 있으며, 일반 행원비중은 각각 33.0%, 31.9%로 책임자급 비중이 행원 비중을 월등이 앞서고 있다. 지점장 이상 관리자급도 각각 26.7%, 26.4%로 20%대 중반을 넘어선다.

국민은행과 신한은행이 올해 신입행원 모집을 크게 확대한 것 역시 갈수록 심화되는 항아리형 인사구조를 개선하기 위한 포석이 담겨 있다.

반면,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경우 책임자급-행원 비율이 각각 37.8%-42.4%, 30.1%-58.1% 로 피라미드 형태를 유지하고 있다. 특히 하나은행의 경우 올초 희망퇴직제도를 통해 관리자급 인력을 크게 줄인 것으로 알려졌다. 우리은행과 하나은행의 관리자급 비율은 각각 19.8%, 11.8%로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최근 하나-우리금융간 합병 가능성이 거론되면서 이로 인한 구조조정 우려가 내부에서 새어나오고 있지만, 양사 모두 피라미드형 인력구조 형태를 가지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M&A로 인한 칼바람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지난 IMF 사태 이후 은행들이 비용절감 차원에서 신입행원 채용을 꺼리면서 현재의 항아리형 구조가 됐다"며 "인수합병 과정에서 빈번했던 '노조 달래기' 차원의 직급상향도 인력 불균형에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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