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권하는 증권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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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문선영기자] 개인들이 빚을 내서 사들이는 주식이 크게 늘고 있다. 증시가 활황을 보이면서 직접투자에 나선 개인들이 자금 부족을 느끼자 신용융자를 통해 자금마련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증시랠리가 이어질 경우 레버리지를 일으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점에서 신용융자를 꼭 나쁘다고만 할 수는 없다.  그러나 신용융자도 결국은 빚이다. 빚을 내서 투자 했다가 자칫 증시가 조정을 받을 경우 큰 손실을 볼 수밖에 없다. 이에 개인투자자들의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지만 최근 신용융자 증가 추세를 살펴보면 다소 우려스운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지난달 31일 현재 주식 신용융자잔고가 코스피 3조3073억원, 코스닥 1조1583억원으로 총 4조4656억원을 기록하고 있는 것. 이는 지난 2007년 12월24일에 4조5000억원을 넘어선 이후 가장 많은 규모다.  최근 한 달도 안돼 5000억원 이상 늘어났다.

개인들의 무분별한 이용이 가장 큰 문제이지만 증권사들의 영업행태도 한 몫을 하고 있다. 증권사들이 신용융자를 확대하기 위해 융자한도를 높여주고 금리는 내리는 등 신용융자를 확대하는 영업전략을 구사하고 있기 때문이다.

HMC투자증권의 경우 종전 90일이던 신용융자 만기를 120일로 연장하고 담보융자 만기도 180일로 늘렸다. 증거금 50% 종목군에 대해 만기 기간별로 최고 2%까지 금리를 낮춰주고 있으며 HTS를 통해서도 담보융자 약정등록과 50%종목군 대출이 가능하도록 허용키로 했다.

한화증권 역시 주식담보융자 한도를 현재 10억원에서 20억원으로 2배 늘리고 증거금 종목군별로 차등 적용되던 담보유지비율을 없애기로 했다. 또 원금보장이 안되는 파생결합증권으로도 담보융자가 가능하도록 했다.

대신증권은 자기대용융자제도를 새로 도입, 현금없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 등을 담보로 5000만원부터 최대 5억원까지 주식 매수대금을 빌릴 수 있도록 했다.

앞서 미래에셋증권, HMC투자증권, 하나대투증권, 이트레이드증권 등도 신용융자 가능종목수를 늘리고 한도를 확대하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증권사들이 이처럼 신용융자를 확대하고 있는 것은 주식 브로커리지 수입을 높이기 위해서다. 최근 증시랠리가 이어지면서 브로커리지 수입이 크게 늘어나자 이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것이다.

 증권사들이 수익이 나는 만큼 신용확대에  집중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수익에만 신경쓴 나머지 투자자들의 리스크 관리는 외면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라는 우려감이 든다.  증시가 조정국면에 접어들 경우 과도한 신용거래는 고객에 큰 피해를 주게 된다. 실제로 지난해 10월에도 금융위로 주가가 급락하자 반대매매로 인한 깡통계좌가 속출했었다.

고객들과의 신뢰구축이 어느 업 중요한 업종이 금융회사들이다. 눈앞의 이익에 급급해 고객들의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한다면 고객들과의 신뢰가 무너질 수도 있다.

자본시장법 시대를 맞아 증권사들은 세계적인 금융투자회사로의 도약을 꿈꾸고 있다.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증권사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수익뿐 만이 아니라 투자자 보호에도 적극 나서야 한다는 점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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