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첨> 증권사 CEO '전성시대'
<초첨> 증권사 CEO '전성시대'
  • 임상연
  • 승인 2004.03.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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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 경험 바탕 줄줄이 은행장 이동
연줄인사 부작용도 고려해야.


최근 증권사 CEO들이 잘 나간다.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 외환은행 이강원 행장 그리고 황영기 前삼성증권 사장이 우리금융 회장으로 이동한데 이어 現 정태석 교보증권 사장도 광주은행장으로 거론되는 등 줄줄이 은행장으로 이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과거 은행장 자리는 관가출신 인사들의 텃밭이였다는 것을 감안하면 이같은 변화는 일대 사건에 가깝다. 아직까지도 은행권 내부에서는 일개 본부와 비교되던 증권사 CEO들이 줄줄이 은행장에 발탁되는 것에 적응하기 힘들어하는 눈치다.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으로 인해 증권사 CEO 출신도 은행장을 할 수 있다는 인식이 자리잡긴 했지만 잇따른 깜짝 인사에 은행권도 놀라는 반응이다. 그도 그럴것이 증권사 CEO들의 잇따른 발탁은 은행권 입장에서는 세대교체가 아닌 세력교체와 같은 포진이기 때문이다.

더욱이 광주은행장으로 단독 추천된 정태석 사장은 40대(55년생 만48세)로서 이사회 주총을 거쳐 은행장이 될 경우 젋은 인사들로 수혈되고 있는 은행권에 신선한 충격이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처럼 증권사 CEO들이 은행장으로 줄줄이 이동하는 것은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능력있는 인사가 필요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IMF이후 관치인사와 낙하산 인사등이 국내 금융시장은 물론 경제에 얼마나 악영향을 미치는가를 뼈저리게 느끼면서 능력위주 인사가 점차 자리잡아 가고 있다는 것. 그렇다고 은행장 인선이 관가 영향력에서 완전히 벗어난 것은 아니지만 과거 정부당국에 의해 그려지던 인사가 어느정도 사라진 것은 사실이다.

은행장으로 이동한 증권사 CEO들의 역량도 이미 입증된 상태다. 그 대표적인 예가 은행계 카리스마로 불리는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 김 행장이 좋던 나쁘던 은행권에서는 전설적인 인물로 불리고 있는 것은 증권사 시절부터 몸에 밴 과감하고 시의적절한 인사와 공격적인 영업력, 틀에 얽매이지 않는 사고 때문일 것이다.

최근 우리금융 회장으로 내정된 황영기씨도 앞으로 기대되는 또 다른 인물. 그 역시 증권사 CEO 시절 정도영업, 자산관리업등 공격적이면서도 세밀한 경영전략을 들고나와 뚝심있게 밀어부쳐 안착시키면서 능력면에서 일찍이 대외적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증권사 CEO들이 잘 나가는 또 다른 이유로는 금융겸업화 글로벌화 등 급변하는 금융환경에서 보다 체계적으로 자본시장을 경험한 증권사 CEO들의 자질이 은행장의 필수조건으로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다.

실상 여수신 업무등 단순 은행업무에만 국한된 은행장의 능력은 이제 말그대로 당연지사다. 오히려 최근에는 PB등 신탁업무, 채권발행등 IB업무, 리스크관리업무 등 부가업무를 얼마나 잘 이해하고 수행하느냐가 은행장 자질의 주요 평가요소가 되고 있다.

이에 증권전문가는 과거 관치인사나 낙하산인사 때 처럼 은행장이 단순히 자리로서 존재하는 시절은 지났다며 여수신등 은행 본연의 업무는 기본 요소가 됐고 이제는 자본시장 업무가 은행장의 필수요소가 됐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금융전문가들은 능력있는 증권사 CEO들의 은행장 발탁은 국내 금융시장 발전에도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금융권 원로는 능력위주 인사는 금융기관을 기름지게 할 뿐 아니라 시장과 더 나아가 국내 경제의 질을 높이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이같은 측면에서 능력있는 증권사 CEO의 은행권 진출은 긍정적이다라고 말했다.

하지만 금융권 일각에서는 잇딴 증권사 CEO들의 은행장 발탁에 대해 우려하는 목소리도 높다. 능력위주 인사가 자칫 자기사람 만들기식 인사로 변질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이미 이같은 현상은 정부당국은 물론 금융기관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이헌재 재경부 장관의 선출된 이후 박해춘 LG카드 사장 등 금융권 곳곳에서 과거 이헌재 사단이 재진입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증권업계에서는 이번 정태석 사장 추천을 놓고 황영기 우리금융지주 회장 내정자가 지배력 강화를 위해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도 나돌고 있다.

조직 지배력 강화를 위한 연줄인사 또는 자기사람 만들기식 인사는 과도기적 단계에서 성공요인이 될 수 있다. 또 이같은 인사도 능력위주로 투명하게 이루어진다면 흠잡을 때 없다. 그러나 단순히 자기안위를 위한 인사라면 과거 관치인사나 낙하산인사보다도 더욱 나쁜 결과를 초래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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