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위기속 고임금 '배짱'
은행권, 위기속 고임금 '배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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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결' 외 수용불가"…협상 결렬
경영환경 악화 등 논란 지속될 듯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은행 노사간 임금협상이 끝내 결렬되는 최악의 사태를 맞았다. 지난 2000년 금융노조가 생긴 이후 금융권이 산별교섭을 통해 임금 협상에 합의를 보지 못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각 금융사의 산별교섭권을 위임받은 은행연합회로서는 '협상실패'라는 전례없는 오점을 남기게 됐으며, 금융노조는 '고통분담 외면'이라는 비판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이번 협상이 파국을 맞게 된 것은 향후 경영환경을 바라보는 확연한 시각차 때문으로 풀이된다.

사측은 신입직원 임금 20% 삭감을 비롯해 기존직원 매월 급여 5% 반납 및 연차휴가 50% 의무사용 등을 조건으로 내걸었다.

은행권의 실적부진이 지속되는 등 향후 경영환경이 불확실하다는 판단 하에 내부적인 비용절감 노력이 필요하다는 인식이 강하게 작용했다. 이와함께 기존직원들의 고통분담을 통한 청년실업 해소에도 나설 뜻을 밝혀왔다.   

특히 은행권의 경우 여타 산업 대비 높은 임금수준과 경직적인 임금체계로 매년 논란이 되고 있다는 점도 기존직원 임금반납 및 신입직원 임금삭감의 배경이 됐다.

실제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국민 신한 우리 하나 기업 외환은행 등 6개 은행의 직원 8만988명의 올 상반기 순이익은 1조2906억원이었으며, 1인당 평균 순이익은 1594만원이었다.

이는 지난해 1인당 평균 순이익 6385만원의 1/4 수준이며, 반기 기준으로는 절반 수준에 그친다. 이같은 생산성 후퇴의 원인은 기준금리 인하에 따른 이자이익 감소와 수수료 수익 감소,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대손충당금 확대 등에 기인한다.

이같은 생산성 후퇴에도 불구하고 급여에 복리후생비를 더한 은행원 1인당 인건비는 3577만원에 육박했다. 1인당 순이익의 2배가 넘는 셈이다.

국내 은행의 고임금 구조는 이웃나라인 일본과 비교해도 확연한 차이를 보인다. 한국경영자총협회에 따르면 지난 2007년말 기준 국내 금융업 평균 대졸초임은 3만3514달러로 일본(2만2273달러)와 비교해 월등히 높다.

일각에서는 최근 금융시장이 '전시상황'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은행 고유의 업무인 지급결제 업무가 증권사에 허용되는 등 경영환경이 갈수록 악화되는 데다, 본격적인 실적회복까지 상당한 기간이 소요될 것으로 전망되는 만큼 고통분담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 때문에 금융당국 역시 은행들의 자체적인 비용절감 노력을 적극 독려하고 있는 상황이다.

앞서 연합회 측은 기존 직원들의 일괄적인 임금반납 혹은 삭감안을 내놨다가 노조측의 반발로 신입직원으로 대상을 제한하기도 했다.

반면, 금융노조는 임금동결 외에 어떠한 조건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당초 긍정적이었던 신입직원 임금삭감안에 대해서도 '수용불가' 입장으로 돌아섰다.

최근 국내 경제가 회복기조를 보임에 따라 고통분담에 대한 당위성이 희석됐다는 게 노조측 주장이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경제위기가 정점으로 치닫던 당시 임금동결 및 연차휴가 사용을 통한 일자리 창출에 잠정합의했지만, 임금삭감을 종용하는 정부의 압력에 굴복한 국책금융기관장들의 반대로 최종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며 "이후 사측이 노조측의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함에 따라 합의점을 찾지 못한 채 표류할 수 밖에 없었다"고 주장했다.

특히 신입직원 임금삭감안의 경우 향후 노노갈등의 '불씨'가 될 수 있다는 점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신입직원의 임금삭감은 은행권의 임금테이블 자체를 하향시킬 수 있다는 인식이 크게 작용했다.

이번 협상결렬로 연합회 측은 임금협상이 개별은행별로 진행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지만, 금융노조는 임금 교섭권을 유지하기로 함에 따라 향후 노사관계 파행이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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