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MA 고금리 '눈가리고 아웅'
CMA 고금리 '눈가리고 아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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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선현 기자] 최근 CMA(종합자산관리계좌)를 둘러싸고 은행권과의 신경전이 극으로 치닫고 있는 가운데 고객확보를 위한 증권사들 간의 금리경쟁이 점입가경이다.

하나대투증권이 지난 5월 4%대의 금리를 제공할 때 까지만 해도 '출혈경쟁'을 조장한다며 볼멘소리를 털어놓던 증권사들도 소액지급결제서비스 개시를 기점으로 슬그머니 금리를 올리며 경쟁에 동참하고 있다. 이제 4%대 금리는 기본이 된 가운데 메리츠증권은 5%의 파격적인 금리를 제시했다. 그야말로 '금리전쟁'이다.

고객 입장으로서는 기준금리의 2배를 훌쩍 넘는 고금리는 환영할만한 일이다. 0%대의 은행 수시입출금 계좌와 비교하면 이벤트 금리라 하더라도 CMA가 훨씬 좋은 재테크 수단이란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문제는 증권사들이 고금리만을 앞세우며 광고를 하다보니 구체적인 조건에 대해서는 제대로 공지하지않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증권은 월 급여이체 금액이 50만원 이상이거나 적립식 펀드 자동이체 금액이 월 30만원 이상일 때 300만원 한도 내에서 6개월간 4.0%가 적용된다. 이벤트가 끝나거나 300만원을 넘어서는 금액에 대해서는 2.5%가 적용된다. 4.0% 적용기간을 더 늘일 수는 없다.

6개월간 4.2%를 적용하는 한화증권 역시 금액한도는 300만원이며 최고금리 적용기간 연장은 불가능하다. 하이투자증권의 경우 300만원 한도 내에서 3개월간 4.2%를 적용한다. 그러나 최고금리를 계속 적용받으려면 2000만원어치의 거치식 펀드에 가입하거나, 주식선물옵션 거래수수료가 3만원 이상돼야 하며 적립식 펀드를 매달 50만원씩 3년 이상 들어야 한다. 추가적인 가입상품이 뒤따라 오는 것이다.

단순히 '고금리' 광고를 보고 직적 지점에 방문, 계좌를 개설 하려 했던 고객들은 주렁주렁 따라오는 '조건'에 실망하면서 인상을 찌푸릴 수 밖에 없는 노릇이다.

심지어 기존 고객은 이같은 고금리 혜택조차 받을 수 없다. 굿모닝신한증권은 90일 동안 연 3.1%의 금리를 제시하고 있지만 기존 고객은 제외된다. '고금리'와 더불어 각종 이벤트로 인해 '역마진'이 불가피한 상황에서 기존 고객들까지 챙길 여력이 없는 탓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CMA에 대한 운용 및 리스크 관리 체계는 여전히 미비하기만 하다. 최근 제기되고 있는 CMA 유동성 우려에 대해서도 증권사들은 뚜렷한 답변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물론, CMA자금이 일시적으로 빠져나갈 수 도 있다는 가설 자체가 다소 무리가 있기는 하지만 "그럴 일은 절대 일어나지 않는다"라는 답변으로는 고객들의 불안을 잠재우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금융당국을 비롯한 은행권의 기우들이 증권사들의 CMA 안정성에 집중돼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증권사들은 고금리만을 앞세워 고객 모으기에만 급급하기 보다 장기적인 관점에서 운용 철학을 세우고 철저한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정립하는 노력을 우선적으로 기울여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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