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너진 '애국심'?…외제 담배 10년새 400배 '폭증'
무너진 '애국심'?…외제 담배 10년새 400배 '폭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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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양우 기자]외제담배를 피는 것은 일종의 금기를 깨는 행위와도 같았다. 해외여행후 귀국시 여행기념물 품목1위가 외제 담배였을 정도였다. 그래서, 외제담배를 몰래 피우는 경우가 많았고, 담배연기(색깔)만보고도 외제인지 국산인지를 식별할 수 있다는 '속설'도 '사실'처럼 받아들여졌다. 다른 한편에서는 외제담배를 피는 것은 '매국행위'처럼 인식되는 극단적인 분위기마저 형성되기도 했다.

불과 20여전 대한민국의 실제상황이 그랬다. 그러던 것이 외국 제조 담배 수입이 지난 10년 새 무려 400배 가까이 폭증한 것으로 나타났다. 담배 '무역역조'를 걱정해야할 정도의 상황에 이르렀다. '애국심'(?)이 무너졌다고나 할까? 아니면, 기호식품의 '맛'이 지닌 영향력을 인정해야할까?  물론, '시장개방'이라는 근본적인 변화가 원인이겠지만, 개방초기 분위기를 생각하면 그렇다. 

더구나, 수입되는 담배는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미국산 담배 외에는 찾아보기 어려웠으나, 이제는 필리핀, 말레이시아 등 동남아산이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11일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제조담배(시가.궐련 등 제외) 수입은 1만1천478t으로 10년 전인 1998년(29t)의 396배에 달했다. 금액으로는 지난해 수입한 담배가 7천755만달러 어치로 1998년(22만달러)의 약 348배였다.

외국 담배 수입은 2000년대 초까지만 해도 극히 적은 양이었다. 1998년 29t을 수입한 이후 1999년부터 3년간 3t을 수입하는 것에 그쳤고 수입되는 담배도 대부분 미국 담배였다.

그러나 2002년 담배 수입이 1천410t으로 많이 증가했고, 2003년 6천857t으로 급증한 데 이어 2004년 8천121t으로 증가세를 이어갔다.

이후 2007년(7천996t)까지 6천~7천t대에서 증감을 반복하다가 지난해 다시 1만1천478t으로 늘어났으며 올해도 상반기까지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올 상반기 수입된 담배는 5천733t, 금액으로는 4천1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중량은 6.3%, 금액은 16.5% 각각 증가했다.

최근 수입되는 담배는 필리핀 담배(원산지 기준)가 가장 많아 올 상반기 수입량은 전체의 77.6%인 4천448t에 달했다. 그 다음은 말레이시아(8.1%), 프랑스(6.7%), 일본(6.6%), 인도(0.9%) 등의 순. 미국에서 제조된 담배는 수입량이 1t에도 미치지 못한다.

원산지는 달라도 이들 외국산 담배의 대부분은 미국과 유럽 등의 거대 담배 회사들이 동남아 현지 공장 등에서 생산한 것.

반면, 올 상반기 해외로 수출된 국산 담배는 157t으로 수입량의 2.7% 수준이었다. 금액으로는 171만달러 어치로 수입량의 4.2%에 해당한다. 담배 '무역역조'가 심각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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