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아파트와 떡볶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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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서민친화정책을 떡볶이로 할 수 없다"
얼마전 이명박 대통령이 재래시장에서 떡볶이를 시식하는 장면이 공개되면서 정치권 안팎에서 갑론을박이 일었다.

이런 가운데 야권에 이어 보수진영인 자유선진당마저 정부의 서민친화적 행보의 진정성에 일침을 가했다.자유선진당은 최근 논평을 통해 "강남 재건축아파트값은 정부정책에 따라 가격이 요동치는 법"이라며 "정부의 확고한 의지표명만으로 상당부분의 거품을 가라앉힐 수 있다"고 지적하며 이 대통령의 '서민행보'의 진정성에 의구심을 나타냈다.

부동산 과열을 방치할 경우 또다시 버블이 생겨 국가경제 파탄과 제 2의 금융위기마저 생길 수 있다는 게 자유선진당의 인식이다.

선진당 뿐 아니라 부동산 버블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최근 국책연구소인 KDI도 금융불안 해소를 위해 시중에 풀었던 막대한 유동성을 조속히 흡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 산하 국책 연구소가 '당분간 출구전략은 없다'는 정부의 진단과 상반된 입장을 표명한 것은 그만큼 시중 유동성 흐름이 심상치 않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 있다.

또, 한은 총재가 직접 나서 최근 오름세를 타고 있는 집값에 대해 '비정상적'이라는 진단을 내릴 만큼 부동산 시장의 과열 움직임은 심상치 않다.

실제 서울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 4채중 1채는 부동산 버블이 한창이었던 2006년 시세를 웃돌고 있으며, 서울 뉴타운 분양에는 때 아닌 '떴다방'이 또다시 등장했다.

문제는 강남에서 시작된 부동산 과열 현상이 수도권으로 확산될 조짐을 보이고 있는 데다, 최근에는 전세가격 급등으로 이어질 조짐마저 보인다는 것이다. 내집 마련이 꿈인 서민들로서는 이중고에 직면하고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부동산 과열 움직임이 IMF로 인한 '학습효과'에 기인하고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외환위기 극복 과정에서 실물경기에 앞서 부동산 시장이 가장 빠르게 회복됐다는 점이 현재의 부동산 수요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특히 우리나라의 경우 부동산은 필수 소비재라기 보다 투자의 대상으로 인식돼 왔다. '부동산 불패' 혹은 '강남 불패 신화'라는 속설도 부동산 과열을 이끌어낸 주범이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부동산 불패 신화'라는 말이 역사속에 사라질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고 입을 모으고 있다. 인구구조상 수십년 내에 부동산 시장이 수요중심에서 공급중심으로 옮겨갈 것이라는 분석이다.

일각에서는 강남의 경우 사정이 다를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한다. 강남권의 경우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고질병으로 꼽히고 있는 '사교육 열풍'과 맞물려 있기 때문이다. 실제 우리 사회의 사교육 열풍은 강남지역의 부동산 가격을 끌어올리고, 이는 계층간 빈부격차 확대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고리가 형성돼 있다 .

무엇보다 강남 지역이 사회 주류층의 주거지라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대목이다. 정부와 정치권이 강남 3구 재건축 아파트의 이상급등 현상에 대해 관대한 태도를 보이는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는 시각이 나온다.

결국, 한국사회의 고질병인 부동산 투기를 잠재우기 위해서는 정부와 정치권의 인식전환과 함께 보다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1~2천원짜리 떡볶이에 관심을 둘게 아니라, 서민들의 경제적 박탈감을 심화시키는 수십,수백억대 아파트 가격이 과연 합리적인가를 고민해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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