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 망치는 매수 '고질병'
증시 망치는 매수 '고질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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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선현 기자] "주가가 오르면 상승추세를 이어갈 것이라며, 주가가 떨어지면 저평가 국면에 진입했다며 '매수'만 외치더라고요. 그래서 이제 증권사 보고서는 보지 않습니다."<투자자A씨>

기업들의 2분기 실적발표가 다가오면서 증권사들의 '매수' 보고서가 부쩍 많아졌다. 어닝서프라이즈 기대감까지 퍼지면서 경쟁적으로 목표주가를 상향조정하고 있는 모습이다. 물론, 증권가 '매수' 고질병이 어제 오늘 일은 아니지만 작금의 상황은 그 속내를 깊이 헤아려 보게한다.

국내 주요 기업들의 올 2분기 매출액과 영업이익은 전분기에 대비 각각 2.9%, 73% 늘어난 217조6800억원, 13조7500억원으로 집계됐다. 특히 순이익은 294%나 급증한 12조2000억원을 기록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글로벌 경기가 여전히 바닥을 헤매고 있음을 감안하면 선전한 셈이다.

문제는 증권사들의 잇딴 목표주가 상향으로 이같은 실적호조가 이미 증시에 상당부분 반영됐다는데 있다. 높아질 대로 높아진 눈높이를 만족시키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실적이 나와줘야 하지만 만약 기대치 보다 조금이라도 낮을 경우에는 실망감만 더 커지게 돼 주가에 오히려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실제로 최근의 실적조정비율은 2007년 고점 수준인 12%까지 육박해 있다.

그러나 산업재 및 소비재 부분의 회복세는 여전히 미미한 상황이며 대부분의 실적호조 기대감이 IT업종에 국한돼 있다. 업황 변동성이 심한 IT가 꾸준히 실적개선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미지수란게 관계자들의 전망이다.

이처럼 애널리스트들이 보고서에서  '매수' 의견만 고집(?)하는 이유는 뭘까. 보고서가  일반투자자들의 참고자료로 활용되기보다는 기관투자가를 대상으로 한 세일즈에 이용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적립식 펀드 등으로 기관의 영향력이 강화되면서 그들이 보유한 종목에 대해서 '매도'를 내기는 눈치가 보일 수 밖에 없다. 

특히, 해당기업의 반발이 애널리스트들이 '매도'의견을 기피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 S증권사 한 애널리스트가 모 기업에 대해 업황 부진으로 영업이익이 감소할 것을 우려, '매도'의견을 제시했다가 타 업종으로 발령이 났었다는 후문은 가히 상황을 짐작하게한다.

이런 가운데 최근 리서치센터 라인업을 완료하고 본격적인 업무에 들어간 유진투자증권의 행보가 눈에 띈다. 조병문 리서치 센터장은 "바이(Buy)를 위한 바이, 목표주가를 위한 목표주가를 제시하지 않을 것이며 필요할 땐 과감하게 매도(Sell) 의견을 내겠다"고 밝혔다. 

이같은 그들의 다짐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리서치센터의 독립성이 필요하다. 물론, '을'에 위치한 그들이 자신의 의견을 소신있게 말할 수 있는 것이 쉽지 만은 않겠지만 애널리스트들이 두려워하는 것이 '기업'보다 '오너'라는 점을 감안하면 업계내 독립적인 문화 정착이 무엇보다 우선시 돼야 한다. 이번 유진투자증권의 각오가 증권사 매수 '고질병' 치료의 첫걸음이 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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