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전현직 경영진 스톡옵션 ‘명암’
은행 전현직 경영진 스톡옵션 ‘명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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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료 임박한 스톡옵션 휴지 조각
외환은행 등 경영진 '대박' 기대

[서울파이낸스 고득관 기자] 스톡옵션을 두고 은행 경영진들의 명암이 엇갈리고 있다. 금융위기로 은행이나 금융지주사 주식이 대부분 반토막이 난 상황이기 때문이다. 스톡옵션 행사 만료가 코앞에 다가온 임원들은 스톡옵션을 날려버릴 상황인데 반해 올해 초 주가가 바닥일 때 스톡옵션을 받은 경영진은 느긋한 표정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에 따르면 하나금융지주는 2006년 주요 임원에게 행사가격 4만4천원의 스톡옵션을 부여했다. 이중 서근우 전 부사장, 서정호 전 부사장, 조병제 전 하나은행 부행장 등은 2만5천주의 스톡옵션을 아직 행사하지 못하고 있다. 행사 가능 기간은 다음달 초에 모두 만료된다.

스톡옵션은 기업이 임직원에게 정해진 기간 동안 행사 가격으로 주식을 팔거나 현재가격과의 차액을 지급하는 형태의 보수이다. 따라서 주가가 떨어져 스톡옵션의 행사가격보다 낮아지면 스톡옵션은 아무 쓸모가 없게 된다.

현재 하나금융지주 주식의 시장가격은 2만5천원대에 머무르고 있어 2006년에 받은 이들의 스톡옵션은 모두 휴지조각이 될 처지이다. 2006년 당시의 하나금융지주의 주가는 4만5천원대였지만 금융 위기로 지난해 말에는 1만2천원까지 떨어졌다가 현재 절반 가량을 회복했다.

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2006년과 2007년 하나금융지주에서 받은 스톡옵션 15만 2천주를 보유하고 있다. 김 회장은 현재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지만 2006년분의 행사가격이 4만4400원, 2007년분이 4만9900원이어서 주가가 두 배 이상 오르기를 기다릴 수 밖에 없는 형편이다. 김정태 하나은행장도 하나금융지주에서 2006년, 2007년 두 해 동안 6만주의 스톡옵션을 받았지만 김승유 회장과 마찬가지의 상황이다.

하나은행도 2005년 3월 주요 임원들에게 하나금융지주 주식에 대한 스톡옵션을 지급했다. 김 회장과 김 행장은 각각 10만주와 8만주의 스톡옵션을 가지고 있다. 행사 기간은 내년 3월에 끝나는데 행사 가격은 2만8300원으로 현 주가보다 약간 더 높은 수준이다. 만약 금융 위기 전인 지난해 상반기에 4만5천원대에서 이 스톡옵션을 행사했다면 김 회장은 약 17억원, 김 행장은 약 13억원의 차액을 보상받을 수 있었다.

신한금융지주 라응찬 회장은 2005년부터 2008년까지 4년치의 스톡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수량은 약 31만주이다. 문제는 역시 행사가격이다. 현재 라 회장은 2005년과 2006년에 받은 스톡옵션을 행사할 수 있다. 하지만 현재 주가는 3만원을 오르락 내리락 하고 있는데 반해 2006년 스톡옵션의 행사가격은 3만8천원이다. 2005년분도 2만8000천원으로, 현 주가와 차이가 크지 않다. 신한금융지주의 주가가 6만원을 넘어섰던 2007년에 받은 스톡옵션은 행사가격이 5만4천원으로 현재 시장가보다 2만 4천원이나 높다. 2008년 지급받은 스톡옵션도 행사가격이 4만9천원이다. 다만 행사기간이 아직 5~6년 가량 남아 있어 아직 시간적 여유가 있는 상황이다.

반면 올해 3월에 선임된 래리 클레인 외환은행장은 스톡옵션으로 큰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래리 클레인 행장은 취임시 90만주를 스톡옵션으로 받았다. 행사 시기는 2011년 4월부터 2016년 3월까지이며, 행사가격은 7300원이다. 래리 클래인 행장은 지난 5월 스톡옵션 중 6만주를 반납해 현재 84만주의 스톡옵션을 보유하고 있다.

1만5천원 정도이던 외환은행 주가는 지난해 11월 4980원까지 떨어졌었다. 래리 클레인 은행장이 취임한 지난 3월 말 외환은행의 주가는 6천원대였다. 외환은행 주가가 바닥권에 머물러 있을 때 스톡옵션을 받은 것이다.

현재 외환은행은 1만원 안팎의 주가를 나타내고 있다. 스톡옵션 행사 가능 시기까지 남은 7년 내에 외환은행 주가가 금융위기 이전인 1만5천원까지만 상승해도 래리 클래인 은행장은 64억원 가량의 차액을 챙길 수 있다.

래리 클래인 은행장은 3년 분 스톡옵션을 한꺼번에 지급 받았기 때문에, 외환은행 주가가 점진적으로 회복된다고 가정할 때 매년 스톡옵션을 받는 것보다 더 큰 수익을 얻을 수 있다.

이외에도 외환은행은 장명기 수석부행장에게 행사가격 6300원에 7만6500주, 서충석 수석부행장에게 행사가격 5800원에 14만2500주 등 15명의 경영진에게 총 55만주의 스톡옵션을 지급했다. 이들 경영진도 외환은행 주가가 2~7년 안에 금융위기 이전 수준만 회복해도 총 50여억원의 수익을 거둘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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