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저축은행부터 서민금융 외면
대형저축은행부터 서민금융 외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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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종헌 기자

[서울파이낸스 전종헌 기자]대형저축은행들이 서민금융을 외면하고 있다는 비판이 일고 있다. 반면 몇몇 소형저축은행들은 신용대출을 확대하고 있어 엇갈린 행보에 선후가 거꾸로 가고 있다는 지적이다.

대형저축은행들은 사실상 신용대출을 실시하고 있지 않다. 명목상 신용대출 상품이 있긴 하지만 대출 조건이 까다롭다. 이에 이용하는 사람이 공무원 등 특정 직업군에 한정돼 있을 뿐만 아니라 고이율의 금리도 변동이 없다.

수십 차례 고금리 대출에 대한 지적에도 불구하고 연 40%가 넘는 대부업계 수준의 금리는 요지부동이다. 시중 은행 대출 금리가 수개월째 하락하면서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게다가 몇몇 대형저축은행 영업점을 찾은 방문객들은 “손님을 가려서 받는다”는 인상을 받았다며 불편한 마음을 전했다. 저축은행 실적에 도움이 되는 고객이 아니면 눈길을 주지 않는다는 얘기다. 

이러한 대형저축은행장들의 행보 속에 중형저축은행장들은 신용대출을 확대하고 있어 상반된 경영정책을 펼치고 있다. 미래저축은행은 지난달 최저 연 8% 금리의 무보증 저금리 신용대출 상품을 출시했다. 프라임저축은행도 최저 연 8.5%에서 최고 13% 금리의 무보증 신용대출 상품을 선보였다.

결산을 앞두고 현금을 확보해야 하지만 어려운 시기 서민과 고통을 분담하겠다는 은행장들의 의지가 돋보인다. 하지만 적은 지점수와 지역적 한계 그리고 홍보부족으로 이들 저축은행의 서민금융지원책은 빛이 바래고 있다. 시장 구도가 대형사 위주로 편재돼 있기 때문이다.

대형저축은행들은 결산을 앞두고 몸 사리기에 나서고 있다. 후순위 채권을 발행해 총알(현금) 확보에는 기를 쓰고 나서고 있지만 제 역할에는 ‘눈뜬장님 행세’를 하고 있다.

얼마나 애를 썼는지 총알확보에 나선 곳마다 금고가 꽉 차고도 남아 그 총알을 누가 가져갈까 눈치를 보는 형국이다. 대형사들은 발행한 채권 청약이 끝나면 성황리에 끝났다는 보도자료 만들기에 바쁘다. 자금이 확보됐으니 건전성이 높아졌다고 스스로 치부하는 모습으로 비춰진다. 몇몇 중형저축은행도 소문난 잔치에 손님을 자처하고 나섰다.

대형저축은행들의 후순위채발행 행보에 가세하고 있는 것이다. 업계 분위기를 선도해 나가야 하는 대형사들이 본분에 충실하고 있지 않아 중·소형사들도 이를 따라가는 추세다. 저축은행 한 관계자는 “내 코가 석자”라고 하소연 했다.

물론, 저축은행 스스로 건전성을 높이고 고객들에게 신뢰를 심어주기 위해 보수적인 영업을 할 수 밖에 없다는 업계의 입장은 분명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본분을 잊고 몸집 불리기와 과도한 PF(프로젝트 파이낸싱) 대출로 위기를 스스로 자초했던 과거의 모습을 상기해 봐야할 것이다. 또한, 서민금융을 외면하고 몸 사리기로 일관한다면 서민금융회사로서의 입지는 좁아질 것이다.

저축은행에서 외면 받은 서민들은 불법 사채시장으로 발길을 옮길 수밖에 없다. 제도권 금융기관의 마지막 보루로서의 역할에 충실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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