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재입각 금융계 미칠 파장은...
이헌재 재입각 금융계 미칠 파장은...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4.02.16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은행업 진출 노리는 산업자본 긴장
우리금융 민영화도 급물살 탈 듯


2·10 개각을 통해 이헌재 전 경제부총리가 다시 재경부 수장 자리를 맡았다. 3년 6개월만의 복귀다. 금융시장은 이헌재 부총리의 복귀로 잔뜩 긴장한 모습이다. 경제 전반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강한 업무추진력, 카리스마는 둘째 치더라도 최근 당면한 굵직굵직한 현안에 대해 큰 변화가 예고되고 있기 때문이다.

▶ 산업자본 은행업 진출 불투명 = 김대중 정부 시절 이헌재 장관은 금감위원장으로 있을 때나 재경부 장관으로 있을 때나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에 대해 반대 입장을 견지해 왔다.

98년 7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을 중심으로 한 산업계의 슈퍼은행 설립 요구에 대해 처음 이헌재 장관은 긍정적인 화답을 했다. 은행 출자자금이 투명하고 차입금만 아니면 산업자본의 은행 설립을 허용한다는 방침이었다.

그러나 삼성, LG, 대우, 현대, SK 등 5대 재벌 구조조정을 진행하던 중 산업계의 과도한 차입경영에 대해 칼을 빼들면서 허용 불가 쪽으로 방침을 선회했다.

99년 5월 이 장관은 “전세계적으로 산업자본이 금융자본을 지배하는 나라는 드물다”며 재정경제부가 추진하던 은행법 개정 움직임에 반대의사를 분명히 했다. 그는 “금융산업은 자본보다 인적자원과 첨단금융기법이 중요한 산업”이라며 “재벌도 재무구조만 좋으면 은행의 주인이 될 수 있다는 논리에 동의할 수 없다”고 잘라 말한 바 있다.

2000년 1월 재경부장관에 임명됐을 때도 “산업자본이 신용창출과 지급결제 기능이 있는 은행에 직접 들어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재벌의 은행소유에 반대하는 뜻을 분명히 했다.

이런 정황을 고려해 봤을 때 최근 무르익고 있는 산업자본의 은행업 진출 여론은 상당한 장벽에 부딪힐 가능성이 크다. 전경련이 ‘이헌재 펀드’에 적극 가담할 것이란 의사를 밝혔지만 펀드 운용자가 아닌 재경부 장관이라는 공인의 자리에서 이를 눈감아 줄지는 의문이다.

다만 이 장관 역시 외국자본의 지나친 국내 금융 독점 상황에 대해서는 심각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는 만큼 과거와는 다른 견해를 보일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대기업들이 회사채 등 직접금융시장 중심으로 자금을 운용하면서 과거에 비해 은행 부채 비율이 많이 축소된 것도 긍정적인 요소다. 이에 지주회사를 통해 산업부문과 금융부문을 확실히 분리시키기만 한다면 은행업 진출의 길이 열릴 수도 있을 것이란 예측이 나오고 있다.


▶ 우리금융 외국자본에 안넘어간다 = 지난해 하반기 언론을 통해 HSBC가 우리은행 인수를 타진중이라는 보도가 나가자 이헌재 장관은 ‘이헌재 펀드’를 통해 우리금융 인수에 나섰다. 국내 기업금융의 40%를 차지하는 우리금융만큼은 외국자본에 넘길 수 없다는 취지에서였다.

이 장관은 취임 직전 한 사석에서 김석동 금융정책국장에게 외환은행에 대한 일처리를 잘못 했다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이에 LG카드 지원 거부 의사를 밝혔던 외환은행 등 외국계 금융기관들은 향후 활동폭이 위축될 전망이다.

게다가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도 외국자본 매각보다는 국내 토종 자본의 컨소시엄 형태가 될 것이 유력하다. ‘이헌재 펀드’가 무산될 것이란 견해도 나오고 있으나 또 한편 이름을 바꾼 사모펀드가 오히려 재경부의 간접적 지원을 등에 업고 활동을 펼칠 것이란 기대 또한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이헌재씨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금융계 유력 인사가 ‘이헌재 펀드’를 인수받을 가능성도 있다”며 우리금융 민영화가 토종 자본에 넘어갈 것으로 예상했다.

펀드의 핵심 인사 중 한 명인 김영재 전 금감위 대변인은 솔로몬신용정보 회장직에서 물러나 펀드 조성에 전력투구하겠다는 입장을 이 달 초 밝혀 이런 예상에 힘이 실리고 있다. 이윤재 전 대통령 정책비서관이 핵심 역할을 맡을 것이란 추측도 나오고 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