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블, 여전히 우려된다
버블, 여전히 우려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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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금융시장은 여전히 불안하다. 지난 주 목요일 증시는 하루 사이 36.75포인트가 빠지며 코스피 지수 1400선이 붕괴돼 1378.14로 장을 마감했다. 전 세계 증시가 하락세를 보였지만 특히 한국 증시의 낙폭이 두드러졌다.

환율은 당국개입의 의혹이 있던 전날의 6원 하락이 하루 만에 17원 상승으로 반전하며 1250원을 올라섰다가 막판에 1247원으로 마감했다. 여러 정황증거로 볼 때 역시 당국의 개입 의혹이 일어나는 대목이다.

각국 정부나 시장 관계자들은 전 세계 경제의 회복을 낙관하며 특히 한국 금융시장에 대한 국내의 평가들은 더더욱 낙관적이다. 한국 경제가 U자형과 V자형의 중간 형태를 보이고 있어 빠른 회복이 예상된다는 증시 애널리스트도 있고 한국 정부도 꾸준히 장밋빛 전망을 내놓으며 개인투자자들을 부추기고 있다.

현재 한국경제가 치르고 있는 어려움도 세계 경제의 위기 때문이라고 편하게 답을 내놓는다. 그러나 세계 경제 위기 속에서 유독 우리 경제의 각종 수치들이 앞장서서 떨어지고 뒤따라가며 오르는 현상에 대해서는 너나없이 함구한다.

현재 한국 금융시장의 움직임 가운데 주목할 부분은 외국인 투자자들이 마치 담합이라도 한 듯 매도를 해도, 매수를 해도 한꺼번에 움직이는 경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이런 시장 동향은 국내 개미군단들의 푼돈이 모두 외국 핫머니들로 흡수돼 가는 과정의 전형이다.

이런 불안한 금융시장을 앞에 두고 정부는 저금리, 규제완화 등 부동산 시장으로 소액자산가들을 꼬이게 하는 유인책을 잇달아 내놓고 있다. 그런 흐름을 타고 서울 금싸라기 땅 16곳이 개발의 급물살을 타고 있다는 보도들이 나온다.

모두가 국내 굴지의 재벌들 영토로 돈을 끌어들이기에 분주하다. 생산설비 투자는 없고 대규모 빌딩 신축 계획들뿐이다. 굴뚝산업의 대표주자이기를 자임하는 듯 토목사업에만 열 올리는 현 정부의 정책 색깔과도 무관하다. 그저 재벌들의 주머니만 불룩해지면 한국경제가 성장하는 것으로 여기는 것이라고 밖에 여길 수 없는 현상들이다.

거품이 일어나는 부동산 시장에서도 소액자산가들은 여전히 좋은 먹잇감이다. 저금리 시대, 불안한 금융시장은 소액 자산가들에게 끊임없이 부동산 시장으로 휩쓸려들 조건을 만들어 주지만 그 시장이 개미들에게는 단지 위험한 유혹이 될 공산만 커질 뿐이다.

그러나 그 같은 부동산 열기는 실수요와 쉽사리 연결되기 어렵다. 이번 경제위기로 인한 기업의 구조조정은 아직 본격화하지 않았다. 대다수 서민들의 생계는 갈수록 더 불안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아무리 국민들에게 낙관론을 주입해도 세뇌에는 한계가 있다.

지금 정부의 낙관론 유포에 국민들은 아직 닥친 위기를 온전히 실감하지 못하고 있다. 허리띠를 졸라매야 할 시점까지 국민들의 위기에 반응하는 감각을 마냥 마비시켰다가 그 후에 닥칠 어려움을 이 사회가 어찌 감당할지에 대한 책임감은 보이질 않는다. IMF 구제금융 신청 직전까지 위기를 차기 정권으로 넘기려 미봉책으로 버티다 국가를 부도위기로 몰아넣었던 당시 정권의 모습을 반복적으로 떠올려야 한다는 사실은 매우 불행하고도 우울하다.

지난 대선 때나 총선 때나 여전히 유권자들에게 개발 떡고물을 제시하며 표를 얻은 현 정부로서는 어떻게든 부동산 버블을 일으키며 실속 없는 자산가치 상승으로 위기감을 마비시키려 드는 심정도 이해는 된다. 그 버블이 꺼지지 않을 수 있다면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러나 초고속 성장으로 높은 인플레이션을 상쇄할 수 있는 개발 초기 단계를 벗어난 지 오래인 한국경제다. 버블은 단지 버블일 뿐 더 이상 성장의 열매를 맺을 수 없다. 이제 환상으로 대중을 현혹하는 정책이나 전망발표는 국가 경제를 수렁으로 밀어 넣고 대다수 국민들에게서 작은 희망마저 앗아가는 파렴치한 행위일 뿐이다.

한국 경제를 대표하는 재벌기업들로부터 시작해서 거의 모든 기업은 생산적 투자를 접은 지 오래다. 새로운 성장 동력에 눈 돌려 투자하는 기업을 찾아보기 어렵고 교육은 창의성을 북돋우기보다 암기 기계들을 길러내는 데 혈안이 된 사회에서 정부가 할 일은 당장 시장에 개입하고 설치는 것보다 장기적 미래를 대비하는 게 오히려 더 시급하다. 우리 자식들이 미래에 뭘 먹고 살 것인지를 고민하는 게 더 중요한 시점이라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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