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투자증권의 '설설설'
유진투자증권의 '설설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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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선현 기자] 최근 기자에게 세 줄의 메시지가 전달됐다. 유진투자증권이 롯데그룹에게 매각될 수도 있으며 이날 오후에 관련 사안이 발표될 것이라는 내용이었다.

이는 곧바로 언론 보도를 통해 흘러나왔고 유진투자증권의 주가는 14% 가까이 치솟으며 거래량도 평소의 3~4배가량 많은 1억5800만주를 기록했다. 유진투자증권 측은 바로 "사실 무근"이라고 해명했고 실망매물이 출회되며 주가는 6%나 밀려났다.

유진투자증권의 이같은 '인수설 곤욕'은 이번뿐만이 아니다. 지난달 중순에는 KB금융의 인수 재추진 루머가 나돌면서 주가는 장 내내 천국과 지옥을 오갔으며 증권가 M&A루머가 터질때마다 유진투자증권은 단골메뉴로 등장하고 있다. 

그러나 유진그룹은 증권사 매각 계획을 사실상 철회하고 대형 금융투자회사로 성장시키는 쪽으로 방향을 선회했다. 이를 위해 나효승 신임대표를 선임하고 조직을 재정비 하는 등 경영체계 강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그러나 시장과 내부 불안은 쉽사리 가라앉지 않고 있다. 한 직원은 최근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새로운 대표이사도 선임되고 경영 체계를 강화하고 있지만 거듭되는 매각설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며 "일부 직원들은 불안한 마음에 이동을 생각하고 있는듯 하다"고 답답한 심정을 토로했다.

실제로 나효승 대표이사가 선임된지 불과 두 달도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서 박희운 센터장을 포함한 리서치 센터의 25% 해당하는 10여명의 연구원들이 타 증권사로 자리를 옮겼다. 당시 업계가 '리서치 인력 대란'을 겪고 있었다고는 하지만 10여명이 한꺼번에 자리를 옮기는 것은 매우 이례적인 일이었다.

이같은 경영 혼선으로 인해 유진투자증권은 지난해 457억원에 달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고 부채 총계는 1조1925억에서 1조2758억원으로 6%나 늘어났다. 지난해 주당 20원씩 하던 배당도 올 해는 없을 전망이다.

이에 시장에서는 매각과 같은 중대 사안을 두고 불과 몇개월 만에 입장을 번복한 것에 대한 자업자득이라고 평가한다. 증권업을 산업자본의 '2중대'쯤으로 생각했었던 유진그룹이 자초한 결과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유창수 전 회장이 서울증권을 인수할 당시, 시장에서는 유동성이 심하고 전문적인 금융환경에 적응해 나갈 수 있겠냐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막대한 산업자본을 바탕으로 타 증권사와의 M&A를 통해 '덩치키우기'에만 집착한다는 비판이었다. 그러나 이에 대해 유진그룹 측은 "유 회장이 증권업 의지가 강하고 주요 임원들이 전통 금융맨들이기 때문에 성장을 믿어 의심치 않는다"고 항변했다.

결국, 유진투자증권은 유진그룹의 '계륵'으로 전락했고 시장은 그들의 '성장성'보다 '매각설'에 더 촉각을 곤두 세우고 있는 모습이다. 증권업은 '신뢰'가 생명이다. 매각설 이슈가 거듭되고 있는 증권사에게 투자자들의 신뢰를 기대한다는 어불성설이다. 유진그룹이 증권사 매각을 사실상 철회하고 성장으로 방향을 선회한 만큼 '수익성'에 집착기 보다 '신뢰' 회복을 위한 묘책을 강구하는데 지혜를 모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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