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 지주사 전환 '첩첩산중'
SK그룹 지주사 전환 '첩첩산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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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내외 정치 상황 '먹구름'…개정안 6월 처리 힘들 듯
SK C&C 상장도 연기…기업가치를 높여 재추진할 계획

[서울파이낸스 문선영기자]SK그룹이 시름이 커지고 있다.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지주회사 전환준비가 잇딴 악재로 어려움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SK그룹은 지난 2007년 7월 지주회사로 전환했지만 공정거래법에서 규제하고 있는 지주회사 요건을 갖추지 못해 공정거래법 개정안 국회통과만을 기대하고 있는 상황이다. 그러나 노무현 전 대통령의 급작스러운 서거와 북한의 2차 핵실험이라는 대내외적인 악재로 인해 당초 기대했던 6월중 공정거래법개정안 통과가 사실상 어려울 것으로 보이고 있다.

■개정안 국회통과 시기 '불투명'…SK도 '회의적'

SK는 지난 2007년 7월1일 지주회사 체제로 출범을 공식 선언했다.

당시 SK는 지주사 전환 이유에 대해 "국내 대기업이 언론이나 시민단체로부터 비난을 받고 있는 환상형 순환출자 구조를 벗어나 선진형 시스템인 지주사를 선택했다"며 "한층 개선된 기업지배구조를 확보하고, 자회사들의 독립된 경영체제 구축을 통해 경영효율성을 높임과 동시에 이를 통한 주주가치를 제고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처럼 의욕적으로 지주사 전환 의지를 불태웠지만 지주사 전환준비에 들어간지 2년이 다 돼감에도 불구하고 SK그룹의 지주사 전환은 여전히 지지부진한 상태다.

SK가 성공적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기 위해서는 6월까지 SK C&C→SK(주)→SK텔레콤→SK네트웍스→SK C&C로 연결되는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야 한다. 아울러 금융자회사인 SK증권을 매각해야 한다. 금산분리정책에 따라 SK와 같은 산업 지주회사가 금융 자회사를 둘 수 없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SK그룹이 지주사 전환을 위해 선택할 수 있는 방법은 유예기간 연장을 신청하는 것과 지주회사 규제 완화를 골자로 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처리되는 것이다.

당초 SK 측은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처리에 기대를 걸었다. 유예기간 연장을 신청할 경우 까다로운 공정위의 심사를 받아야하는 절차를 거쳐야 하고 최악의 경우 공정위가 유예 신청을 받아들이 않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될 경우 SK는 그룹 금융계열사인 SK증권을 반드시 매각해야 하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게 된다.

업계 관계자들 역시 SK의 지주사 전환 작업의 최상의 시나리오로 국회에서 공정거래법 개정안이 통과되는 것을 꼽았다.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SK는 SK C&C 상장에 대해 상대적으로 시간적 여유를 얻을 수 있고 SK증권 매각도 피할 수 있게 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SK측의 기대가 현실이 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당초 4월 처리가 예상됐던 개정안 처리가 계속 미뤄지면서 6월 임시국회에 재상정될 예정이었다. 하지만 최근 노 전대통령이 서거하면서 정상적인 국회 운영이 어려워지면서 6월 처리 여부 역시 불투명한 상황이다.

개정안은 일반지주회사의 금융자회사 소유도 허용하고 있다. 법안 개정시 SK증권을 매각해야 하는 조건도 사라진다. 더구나 최근 SK텔레콤이 하나은행에서 분사예정인 하나카드 지분을 취득할 것으로 알려진 점도 법안 개정이 선결과제다.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사 지분을 취득할 수 없기 때문이다. 공정위 내부에서도 법안 통과가 어렵지 않겠냐는 관측이 지배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SK 역시 법안 통과에 대한 기대를 버린 것으로 보인다. SK 측은 최근 "지주회사 요건 충족 기한인 다음달 중에 공정위에 지주사 전환 유예기간 연장을 신청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주식시장 약세…SK C&C 상장 포기

그동안 SK는 최태원 회장이 대주주로 있는 SK C&C가 지주회사격인 SK㈜를 지배하는 구조를 염두해 두며 SK C&C의 상장을 추진해왔다. 
 
SK그룹은 SK C&C→SK㈜→SK텔레콤→SK네트웍스에서 다시 SK C&C로 연결되는 순환출자 형식으로 구성돼 있다. 지주회사인 SK(주)가 SK에너지, SK텔레콤, SK네트웍스, SKC, SK E&S, SK해운, SK파워, SK가스 등 8개 자회사를 지배하고 SK C&C가 SK(주)의 지분의 31.82%를 소유하고 있는 구조이다. 최 회장은 SK C&C의 지분 44.5%를 확보하고 있다.

지주회사 요건을 충족시키기 위해서는 이 순환출자 형식을 끊어야 하며 금산분리법에 의해  금융자회사인 SK증권도 매각해야 한다.  이에 SK는 SK C&C 상장 이후 구주매각 방식으로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가 각각 보유하고 있던 지분 30%와 15%를 정리한다는 계획이었다.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의 지분 처리를 통해 투자금 회수는 물론 최태원 회장의 지분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순환출자 고리를 자연스럽게 끊겠다는 계산이었다. 또 SK증권의 경우 SK가 보유하고 있는 지분을 매각하고, 이를 최 회장이 사들여 SK증권에 대한 최 회장의 개인적인 영향력은 유지한다는 계획이었다.

비상장사인 SK C&C의 상장을 통해 자본잉여금으로 지주사 전환과 함께 경영권 장악에 필요한 최 회장의 지분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이었던 것.

그러나 이마저도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최근 세계경기 둔화, 미국발 금융위기에 따른 국내 주식시장 약세에 SK C&C의 주당 가치가 떨어졌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 2007년 말까지만 해도 SK C&C의 주당 가치는 10만원 이상을 호가했지만 현재 자회사인 SK㈜의 주가가 떨어지면서 SK C&C도 주가가 하락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상황에서 기업공개가 이뤄질 경우 증시 분위기상 현재 SK텔레콤과 SK네트웍스의 막대한 손실이 예상되는데다 기관투자자들의 투자를 충분히 끌어들이기도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에 지난 17일 거래소에 따르면 SK C&C는 지난해 받은 상장예비심사결과 효력기간이 만료됨에 따라 주권상장 재심사를 청구하고 새롭게 상장심사 과정을 거치기로 했다.

SK는 향후 SK C&C 기업가치를 높여 IPO를 재추진한다는 계획을 세운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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