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은행의 교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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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우리은행의 경영악화를 둘러싸고 금융권 안팎의 논란이 뜨겁다. 올초 전현직 은행장들의 책임을 묻겠다고 벼르던 정부의 태도도 최근에 와서는 미적지근해 졌다.

경영악화의 책임론을 마치 '뜨거운 감자'인냥 쉬쉬하는 분위기마저 엿보인다. 그도 그럴 것이 전현직 은행장들에게 책임을 추궁할 경우 은행간 과당경쟁을 방관해온 금융당국 역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징계 수위에 대한 결정도 부담이기는 마찬가지다. 책임소재를 밝혀야할 전현직 은행장들은 금융계는 물론 정재계까지 두루 알려진 거물급 인사들이다.

징계 대상이 되고 있는 인사는 지난 2004년부터 지난해 초까지 우리금융을 이끌어온 황영기 현 KB금융 회장과, 박병원 전 청와대 수석, 박해춘 현 국민연금 이사장 등이며, 이팔성 회장과 이종휘 행장은 지난해 6월부터 우리금융을 맡아 오고 있다.

특히 일부 경영진의 경우 이명박 대통령과의 각별한 친분관계로 유명세를 타기도 했다. 아직까지는 동병상련인지 정치적 입김이 작용했는지 판단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최근 정황을 살펴보면 설령 징계가 결정되더라도 인사상 불이익이 없는 '주의'나 '경고' 수준에 그칠 공산이 크다.

공적자금을 먹고 자란 은행이 또다시 국민의 혈세를 수혈받은 만큼 은행부실의 책임을 완전히 비켜가기는 어렵다는 게 금융권 안팎의 중론이지만 책임소재를 밝혀야 할 정부의 태도가 수동적이라는 점에서 높은 수위의 징계가 나올 가능성은 낮다.

일각에서는 일선에서 물러난 경영진에 대한 책임을 묻는 것은 가혹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황영기 회장도 "당시 은행간 치열한 경쟁상황에서 어쩔수 없는 경쟁이었다"고 항변하고 있다.

또 현직 회장과 은행장의 경우 전직 경영진으로부터 부실자산을 고스란히 물려받았다는 점에서 억울한 측면도 없지 않다. 

한가지 주목할 만한 점은 이들 CEO들의 경영방식이 과거와는 사뭇 달라졌다는 점이다. KB금융지주 회장에 앉자마자 지주사간 대등합병을 이슈화 시키며 여타 은행들을 '발끈'하게 만들었던 황영기 회장은 계열사간 시너지효과에 집중하고 있으며, 박해춘 국민연금 이사장은 최근 열악한 환경에서도 12%의 수익률을 거두며 세간 이목을 집중시키고 있다. 특히 박 이사장은 '무릎에서 사고 어깨에서 판다'는 투자의 정석을 그대로 실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CEO는 우리은행 시절의 '공격적 성향' 때문에 적격성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지만 경영능력에 있어서만큼은 전문가다운 면모를 과시하고 있다. 또, 이팔성 회장과 이종휘 행장 역시 '수익 위주의 경영'에 집중하면서 올 1분기 흑자전환에 성공하는 등 시장의 우려를 상당폭 해소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징계 유무나 수위를 떠나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다시는 외환위기를 반복해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외환위기로 십수개의 은행이 문을 닫았음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생존을 고민해야 하는 은행이 나온다면 어떤 형태로든 책임소재는 가려야 한다.

더구나 우리은행처럼 공적자금이 대거 투입된 은행이라면 두말할 나위가 없다. 우리은행은 말 그대로 혈세로 연명해 가고 있는 '국민의 은행'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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