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자산건전성 우려 '온도차'
은행 자산건전성 우려 '온도차'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공적자금 기피…자체조달 '안간힘'
무디스 BFSR↓…건전성 우려 여전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국내 주요 은행들의 자산건전성이 연일 도마위에 오르고 있다. 최악으로 치닫지 않을 것이라는 시각이 우세하지만, 대기업 구조조정 등 자산건전성을 위협하는 요인도 여전하다. 은행들도 정부가 마련한 자본확충펀드보다 자체적인 자본조달에 나서는 등 자력생존에 무게를 두고 있다.

■위기대응 능력 취약
올 들어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안정된 모습이지만 은행들의 위기대응 능력은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 은행들의 위기대응 능력을 확일할 수 있는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갈수록 곤두박질 치고 있다.

실제 지난해 9월말 현재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평균 대손충당금 적립비율은 166%였지만 3월말 현재 115%까지 추락했다. 이 비율이 줄었다는 것은 부실 가능성이 높은 자산(고정이하 여신)에 대한 대응력이 약화됐다는 의미다.

올 1분기에 대다수 시중은행의 순이익이 흑자로 돌아선 것도 적자공포를 우려한 은행들이 비용으로 잡히는 대손충당금을 전분기와 비교해 적게 적립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수익성이 좋아진 것도 아니다.

은행의 대표적인 수익성 지표인 순이자마진(NIM)은 4대 시중은행 가운데 국민은행만 2%대를 유지했을 뿐, 신한·우리·하나은행 등은 1%대로 주저앉았다.

일부 은행의 경우 대손비용을 감안한 실질NIM은 1% 아래까지 하락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금융위기 직전까지 이들 은행의 NIM은 2% 후반에서 3%대를 기록했었다.

지난해말 논란이됐던 은행 예대율(예금 대비 대출 비율)도 상승세로 돌아섰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국내 전체 예금은행의 예대율은 3월말 현재 90.1%로 외환위기 이후 최대치를 기록했다. 예대율은 1월말 89.5%에서 2월말 88.6%로 소폭 하락했지만 3월 들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정부와의 MOU 때문에 중소기업대출은 갈수록 늘어나는 가운데, 한국은행의 저금리 기조로 은행예금이 자산시장으로 빠지고 있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의 자산건전성 문제가 또다시 불거질 경우 회복기에 놓여 있는 국내 경기에 찬물을 끼얹을 수 있다"며 "정부가 은행의 건전성 보완대책을 선제적으로 추진해야 한다"고 말했다.

■公자금 "NO"
본격적인 대기업 구조조정을 앞두고 있는 은행들로서는 자산건전성 회복에 더욱 힘써야 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은행들은 자본확충펀드나 구조조정기금 등 공적자금보다는 자체적인 자본조달에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오는 6월 두차례에 걸쳐 1조원 규모의 하이브리드채권을 발행할 예정이며, 농협도 오는 21일부터 7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판매할 예정이다.

지난 4월 국민은행도 1조원 규모의 후순위채권을 발행했으며, 이에 앞서 외환으행도 2500억원 규모 하이브리드채권을 발행했다. 은행들의 이같은 자체 자본확충 노력은 오는 6월로 예정된 정부의 2차 자본확충펀드 신청을 앞두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 상황이 호전된 만큼 굳이 정부에 손을 벌일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금리 측면에서도 후순위채권이 5%대 중후반대로 6%대인 자본확충펀드보다 조건이 낫다. 이를 통해 은행들은 자산건전성과 정부의 공적자금과의 고리를 끊겠다는 복안이다.

전문가들은 그러나 경기침체가 장기화될 경우에 대비한 공적자금 수혈이 불가피하다고 지적하고 있다.

지난 21일 열린 '한국금융, 무엇이 문제인가' 심포지엄에서 서울대 이인호 교수는 "올 하반기부터 경기가 회복하더라도 은행 부실채권은 향후 1년간 늘어날 것"이라며 "외환위기 당시에도 경기가 1998년 저점에 이르렀지만 부실채권 비율은 1년 뒤까지 지속적으로 상승했다"고 말했다.

국제신용평가사들 역시 국내 은행들의 자산건전성에 부정적인 시각을 유지하고 있다.

무디스는 지난 20일 국민·신한·우리·하나은행의 재무건전성(BFSR) 등급을 'C-'로 하향 조정하며 "금융위기로 인해 증가하는 압박과 한국 정부의 은행들에 대한 지원 여력 및 채무부담 능력 등을 반영한 조치"라고 설명했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