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생선가게를 맡긴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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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종헌 기자
[서울파이낸스 전종헌 기자]최근 충남 홍성의 한 새마을 금고에서 이사장과 전 직원이 작심하고 수년 동안 고객예금을 빼돌려왔다. 새마을 금고가 지역 밀착형 기관인 점을 감안하면 지역 주민들이 느꼈을 배신감과 허탈감은 이루 말할 수 없이 클 것이다.

새마을 금고는 지역 상인들이나 주민들이 친근하게 이용하는 금융기관인 한편 직원들에게 통장과 도장을 맡길 만큼 믿음과 정감이 넘치는 이웃이다. 새마을 금고를 방문하면 누구누구 어르신, 학생, 엄마 등 도심 은행에서 볼 수 없는 정감 있는 풍경에 처음 방문하는 사람에게도 넉넉함과 친밀함을 선사한다. 지역민들에게 새마을 금고는 금융기관이기에 앞서 이장 댁과 같은 곳이기 때문이다.

이런 새마을 금고가 수년간 금고를 이용한 마을 사람들을 속여 왔다는 것은 한마디로 ‘사기’라는 말로 밖에는 표현할 수 없다. 금고를 이용한 마을 사람들이 직원에게 보낸 믿음과 사랑이 비수가 되어 돌아왔기 때문이다.

횡령 사고를 저지른 금고 직원들의 범행 수법은 치밀하고 교묘했다. 관리 감독을 피하기 위해 새마을금고연합회와는 독립된 전산시스템을 설치해 고객예금을 횡령해왔다. 주로 만기가 긴 정기예금이 횡령의 주 타깃이었다. 돈을 빼낸 후 예금 만기가 도래하면 다른 계좌에서 돈을 빼내 메우는 방식으로 횡령 사실을 수년간 숨길 수 있었다.

홍성 마을 주민들이나 상인들이 사고 발생 금고에 예금을 맡길 때 금고 직원들은 아마도 쾌재를 부르지나 않았을까?

검찰 수사에 따르면 새마을 금고 직원들이 허위 예금과 인출을 반복한 금액은 누계로 1500억원에 이르고 이 가운데 개인 용도로 사용한 실제 사고금액은 168억원으로 밝혀졌다. 사고금액 중 116억원은 새마을금고 전 이사장이 개인 사업자금으로 써왔다. 그 아들은 토지를 담보로 빌린 6천만원을 갚지 않고 서류상으로 채무를 변제한 것처럼 꾸며 해당 토지를 팔아넘긴 혐의로 구속됐다. 또, 작년 3월까지 출납 업무를 맡았던 여직원는 1억5천만원을 횡령해 명품 가방과 의류 등을 구입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전 직원이 ‘짜고 치는 고스톱’에 예금을 맡긴 지역민이든 새마을금고연합회든 눈 뜬 장님처럼 횡령사실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던 것이다.

이 같은 소식을 접한 새마을금고연합회는 불쾌한 심정을 드러내면서도 일부 금고의 사고를 전체 금고의 사고처럼 보도하는 언론이 못마땅하다는 기색이다. 연합회 한 관계자는 “몇몇 금고의 잘못이 전체 새마을금고의 이미지로 그려지는 것이 답답하다”고 심정을 전했다.

그러나 어떤 이유에서든 연합회 차원에서 금고 사고를 사전에 예방할 수 있는 전산시스템을 창사 이래 마련하지 못한 점은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이번 사고가 전산시스템 조작으로 시작된 만큼 충분한 보안과 통합 관리를 위한 시스템 개발을 조기에 했더라면 사고를 방지 할 수 있었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또, 새마을 금고는 서민금융기관인 저축은행보다도 운영상의 큰 특혜를 받고 있다. 예금 3천만원까지 이자소득에 비과세 혜택을 주기 때문에 주로 영세 자영업자들이 세금상의 혜택을 받기 위해 이용해 왔다. 그렇다면 특혜에 따른 책임과 의무도 다해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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