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M&A 신경쓸 때 아니다
산은, M&A 신경쓸 때 아니다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은행권에 또 다시 M&A 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발단은 산업은행이다.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최근 "산은법이 통과됨에 따라 예금기능을 가진 시중은행을 인수 추진 중이다. 산은법에도 명시돼 있다. 외환은행 인수도 고려사항이며 한국씨티은행도 눈여겨 보고 있다"며 인수합병 논의에 불을 지폈다.

이에 이종휘 우리은행장은 "앞으로 금융권 인수합병(M&A)은 우리은행을 중심으로 이뤄질 것이다. 우리은행 규모나 사업 포트폴리오 등 모든 면에서 그럴 수밖에 없다고 본다"며 맞불을 놓았다. 이에 질세라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은 "산은이 인수자가 될지, 피인수 은행이 될지는 두고 봐야 한다. 현재 자본확충펀드에서 자금을 받고 있어 당장 M&A에 나설 처지가 아니고 올 하반기 쯤이면 인수합병이 조금씩 시작될 수 있다"고 응수했다.

지난해 글로벌 금융위기로 인해 수면아래로 가라앉았던 M&A 논의가 다시 급부상하면서 주도권을 차지하려는 은행간의 신경전이 가열되는 양상이다.
지난달 국회에서 산은법이 통과되면서 본격적인 민영화 준비에 착수한 산은으로서는 취약한 수신 기반을 확보가 무엇보다 시급한 문제임에는 틀림이 없다.
그러나 민 행장의 M&A 발언이 다소 성급하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는 대표적인 해외 투기자본으로 '먹튀' 논란의 중심에 서있다.

지난 3월에는 외환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16.6%나 줄어들고 대손충당금도 전년대비 2.3배나 급증하는 등 수익성과 건전성이 모두 악화됐음에도 불구하고 주당 125원의 배당을 확정해 대주주 배불리기에만 급급하다는 비난을 받았다.

사실 외환은행의 투자금 회수에 급한 론스타로서는 당장 외환은행 매각이 시급한 상황이다. 이미 두차례나 매각에 실패한 론스타는 최근 은행매각을 염두에 둔 은행장 교체작업에까지 나섰다.
이런 상황에서 산은이 섣부르게 M&A를 언급하고 나설 필요는 없다. 민 행장의 의욕만 앞선 경솔한 발언이 외환은행의 몸값만 올리게 되는 결과를 초래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 행장의 발언이 시장에 전해지자 외한은행의 주가가 급등하면서 론스타는 이날 하루만 2800억원의 평가이익을 얻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일각에서는 산은의 외환은행 인수가 외국자본의 먹튀를 도와주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까지 나오고 있다.
민영화를 앞두고 시중은행들과 경쟁해야 하는 산은의 조급한 마음을 모르는 바는 아니다.그러나 우물가에서 숭늉을 찾을 수는 없는 일이다.

산은이 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은 성공적인 지주사 전환 작업을 수행하는 것이다. 이와 함께 아직 경제위기가 말끔하게 해소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책은행으로서 산은이 해야 할 제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진동수 금융위원장도 "제일 중요한 것은 국민경제다. 금융의 발전이고 안정이다. 산은 지주사 만들고 민영화하는 것도 국내 금융과 경제의 발전을 위한 것이다"라고 말한 바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다소 진정돼가고 있다고는 하지만 불확실성은 여전하다. M&A를 통한 몸집키우기에 집중하기 보다는 산은 민영화의 본래 취지를 위한 고민이 더욱 절실한 상황임을 주지해야 할 것이다.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