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M&A 신경전 재개 조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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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유성 "전략적 M&A 추진"
이종휘 "우리은행이 중심축"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국내외 금융시장이 최근 안정세를 되찾으면서 은행권 재편 논의가 재개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금융위기 직전인 지난해초까지는 황영기 KB금융지주 회장 및 김승유 하나금융 회장 등 시중은행 CEO들이 인수합병(M&A) 신경전을 주도했다면 이번에는 국책은행장들이 M&A 논의에 불을 지폈다.

은행권 재편 논의의 물꼬를 튼 건 산업은행이다. 산업은행은 오는 9월께 산은지주회사로 전환하고 5년내 지분매각을 통해 민영화를 완료한다는 게 정부의 목표다.

이와 관련 민유성 산업은행장은 7일 "수신기반 확보를 위해 국내 금융산업 재편에도 도움이 되고 기존 금융기관과 시너지를 높이는 차원에서 전략적 M&A도 고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날 산업은행의 한 고위관계자도 외환은행 등을 M&A 대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금융당국도 산업은행의 취약한 수신기반 확대의 필요성에는 공감하고 있지만 여타 시중은행과의 M&A에 대해서는 조심스런 입장을 나타냈다.

진동수 금융위원장은 "5월에 산업은행의 민영화 관련법 시행령을 완비하고 6월에도 세부적으로 정해야 할 것이 많다"며 "산업은행이 바람직한 모델로 갈 수 있도록 하면서도 금융위기 극복과정에서 산은이 중요한 역할을 원활히 해나갈 수 있도록 지도, 감독하겠다"고 밝혔다.

이날 실적발표를 한 우리은행의 이종휘 행장도 은행권 재편에 관한 의견을 개진했다.
이 행장은 "M&A는 우리금융지주 소관이지만 규모나 사업 포트폴리오, 인적 자본, 고객 구성 등을 고려하면 은행권 M&A가 이뤄질 때 우리은행이 중심축이 될 수밖에 없다"며 "어떤 형태로든 우리은행 중심으로 금융권 개편이 이뤄질 것"이라고 말했다.

우리금융 역시 산업은행과 함께 정부의 민영화 추진 대상이다. 산업은행의 경우 관련법 시행과 지주사 전환이라는 절차가 남아 있지만 우리금융의 경우 예금보험공사가 보유하고 있는 73% 지분만 내다 팔면 된다.

그러나 우리금융도 이른 시일내에 민영화가 이뤄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지난해 금융위기에 따른 주가폭락으로 우리금융의 주가는 2007년말 대비 절반 수준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또, 3월말 현재 우리금융의 총자산은 337조9000억원으로 KB금융(329조2000억원), 신한금융(325조)과 비교해 덩치가 지나치게 크다는 점도 M&A 추진의 걸림돌이 되고 있다.

당초 산업은행과 함께 민영화 추진 1순위로 꼽혔던 기업은행도 중소기업금융 전문 은행으로서의 정체성을 당분간 유지한다는 게 금융당국의 입장이다.

한편, KB금융지주 및 하나금융지주 역시 '금융시장이 안정되면'이라는 전제 하에 여타 은행과의 M&A에 적극 나설 뜻을 밝혀 왔으며, 반면 신한금융지주는 역내 M&A보다는 해외 은행 인수에 관심을 두겠다는 의중을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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