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절한' 금감원
'친절한' 금감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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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민규 기자] 금융감독원은 금융기관들을 감시·감독하는 기관이다. 이를 통해 금융사들의 건전성을 확보하고 공정한 시장질서를 확립하는 동시에 금융소비자를 보호하는 게 주목적이다.

그런데 평소 금감원의 태도나 입장을 보면 이 같은 목적을 망각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강하게 든다. 피감기관인 금융사들의 눈치를 지나치게 많이 본다는 느낌을 받기 때문이다.

일례로 얼마 전 한 외국계 생보사가 금감원의 기관경고를 받은 사실을 알고 이에 대해 금감원 담당자에게 자세한 내용을 묻자 구체적인 내용을 말해줄 수 없다는 답변이 돌아왔다. 세세한 내용을 밝히면 해당 금융사에서 항의가 들어온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래서 기자는 또다른 금감원 담당자 두어명에게 전화를 돌렸다. 하지만 돌아온 대답은 마찬가지였다. 이런 상황만으로도 금감원의 정체성이 의문스러웠지만 이는 약과일 뿐이었다. 잠시 후 더욱 황당한 일이 벌어졌기 때문이다.

금감원 담당자들과 통화를 한 지 얼마 되지도 않아 해당 생보사 홍보담당자에게서 전화가 온 것이다. 자사 기관경고 건과 관련해 취재중이라는 얘길 들었다며 저녁에 찾아오겠다고 했다.

누가 그쪽에 연락을 취한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금감원 담당자들 중 한명인 것만은 분명했다. 피감기관의 기관경고 내용을 설명해주지는 못할망정 피감기관의 '위험'을 걱정하며 이를 해당 기관에 '경고'해주는 것이 과연 금감원의 역할인지 의구심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고객들은 금융사를 믿고 자신의 자금을 맡기기 마련이고 금융사는 이에 부응해 '신의성실의 원칙'을 지켜야 한다. 하지만 이를 어겼다면 제재와 지탄을 받아 마땅하다. 고객과 금융사 사이에서 이 원칙이 지켜지도록 올바른 역할을 해야할 금감원이 금융사의 눈치나 보고 치부를 덮어준다면 고객과 금융사 간에 불신의 벽이 커질 수밖에 없다.

금감원이 피감기관의 분담금으로 운영되는 국내 특성상 어느 정도 금융사들의 눈치를 보게 되는 상황은 일견 이해가 가지만 이 정도까지 피감기관의 '편의'를 봐주는 게 정당하지는 않아 보인다.

그런 게 금감원의 합당한 업무라면 금감원은 존재 자체가 무의미하다고 할 것이다. 금융사들이 정도의 영업을 하고 경영을 하는지 감시·감독해야 할 금감원이 금융사의 잘못을 덮어주고, 나아가 그로 인해 미칠 파장까지 무마시켜 준다면 도데체 누굴 위한 금감원이란 말인가.

특히 해당 생보사는 홈페이지에 기관경고 사항을 공시하지도 않고 있었다. 현재 금감원 경고나 주의조치 등에 대해 금융사들은 자사 홈페이지에 이를 공시토록 돼 있다. 그럼에도 공시가 돼 있지 않아 이에 대해 금감원에 질의하니 시일이 별로 되지 않아 아직 공시를 못했을 거라고 친절하게 해명해줬다.

하지만 이 회사는 지난 2005년에 받은 금감원 경고에 대해서도 전혀 공시가 돼있지 않았다. 이 사실을 금감원 담당자에게 얘기하자 그는 그럴 리 없다며 공시여부에 대해 금감원이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다고 답변했다. 모니터링을 눈 감고 하는지 모를 일이다. 심지어 지난 2007년 4월 5일에 받은 금감원 경고에 대해서는 무려 8개월이나 지난 2007년 12월 18일자로 홈페이지에 공시해놨다.

금감원의 정체성에 대한 문제제기는 지겹지도 않은지 끊임없이 이어진다. 지겨울 만하면 금감원이 다시 지겹지 않도록 환기시켜주기 때문이다. 참 '친절한 금감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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