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바닥론, '섣부른 기대'
경기 바닥론, '섣부른 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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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선현 기자] 온 나라가 경기 바닥론에 술렁이고 있다. 미국 경제가 안정을 찾아가고 있는 가운데 금융위기의 뇌관이었던 주택관련 지표들이 회복세를 나타내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지난달 국내 무역 수지가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고 불마켓으로 접어든 주식시장 역시 이같은 바닥론의 단초가 되고 있다.

일부 증권사들은 이미 경기 바닥 관련 보고서들을 쏟아내며 투심을 자극하고 있고 한동안 우리경제가 망할 것 처럼 호들갑을 떨던 외국계 IB들은 최근 '한국 경제가 글로벌 경기 회복의 징후가 되고 있다'며 낯뜨거운 소리를 해대고 있다. 정부까지 나서 '경기가 바닥에 근접했다'는 말을 흘리고 있으니 국민들의 흥분은 어찌보면 당연하다.

그러나 이같은 기대감을 갖기에는 그 바닥론의 증거(?)들이 다소 허술해 보인다. 최근 위험자산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시중자금이 빠르게 증시로 유입되고 있지만 기업들의 실적 개선이 뒷받침되지 않은 유동성 랠리라는 점에서 한계가 있다. 물론, 일부 기업들이 '깜짝실적'을 발표하고는 있지만 시장 컨센서스가 낮아서 생긴 일종의 '착시효과'란 의견이 지배적이다.

무역수지 흑자 역시 자세히 들여다 보면 께림직하다. 지난달 무역수지는 42억원의 흑자를 기록하며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지만 수출은 전월대비 22% 감소하며 5개월 연속 하락했다. 수출이 늘은게 아니라 수입이 준 덕이다. 게다가 고용지표 역시 좀처럼 회복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고 지난 1분기 국내 GDP는 전년대비 4.3% 감소해 2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이런 가운데 최근 IMF가 우리나라의 내년 경제성장률이 1.5%에 그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당초 전망했던 4.2%에 훨씬 못 미치는 수준이이며 G20 국가 가운데 가장 낙폭이 크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 정부는 IMF가 한국 경제성장률을 맞힌 것은 2001년 이후 한 번에 불과하며 이번에도 한국경제에 대한 정밀한 조사 없이 일률적으로 끌어내렸다고 평가 절하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IMF가 단순히 성장률을 하향조정 했다는데 발끈(?)하기 보다 그들이 주는 메시지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들은 글로벌 경기 침체가 장기화 되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나라의 수출 의존도가 높은 것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성장률을 끌어 올리기 위해서는 수출에만 초점을 맞출게 아니라 내수 진작에도 힘을 써야 한다는 얘기다. IMF가 재정지출 확대와 추가 금리인하를 주문한 것도 같은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섣부른 기대는 더 큰 실망만 안겨줄 뿐이다. 우리는 1997년 환란과 이번 금융위기를 겪으면서 지독한 인내심을 길러왔다. 터널이 다소 길고 험난한 여정이 되고 있지만 섣부른 낙관론에 휩싸이기 보다 문제점들을 하나하나 해결해 나가며 장기적인 안목에서 경기 회복에 시그널을 확인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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