썬, IBM 아닌 오라클 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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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라클, 74억달러에 썬 인수…사업영역 확대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썬마이크로시스템즈가 IBM이 아닌 오라클에 인수되는 길을 택했다.

주요 외신들은 20일(현지시각), 오라클이 썬을 74억달러(주당 9.50달러)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썬은 27년만에 문을 닫게 됐다. 실제 인수가격은 74억달러에 못 미칠 전망이다. 썬의 부채 18억달러가 인수대금에서 차감되기 때문이다.

주당 9.50달러는 지난 17일 썬의 종가인 6.69달러에 약 42%의 프리미엄을 붙인 것이다. IBM이 썬에 제시한 가격은 주당 9.40달러로 총액은 70억달러다. 사실상 오라클이 제시한 가격과 큰 차이가 없다. 썬이 오라클을 택한 표면적인 이유가 적어도 가격이 아님을 짐작케 하는 부분이다.

실제로 월스트리트저널은 IBM이 썬을 인수할 경우 유닉스 서버 시장의 점유율이 50%를 넘어섬에 따라 반독점 문제가 제기될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에 따라 썬은 협상을 진행하면서 IBM 측에 반독점문제와 관계없이 인수를 포기하지 않을 것이란 보장을 해달라고 요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반독점 이슈로 합병이 원천무효되는 사태를 우려한 것이다. 반면, 썬과 중복되는 사업부문이 적은 오라클은 반독점 이슈가 제기된 가능성이 거의 없다.

오라클은 이번 인수로 첫해에 15억달러의 영업이익이 늘어나고 두번째 해에는 20억달러 이상이 증가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이는 BEA, 피플소프트, 시벨시스템즈 인수 때보다 좋은 것이라는 게 오라클의 주장이다. 오라클은 양사의 이사회가 만장일치로 이번 합병을 승인했다며 올 여름까지 합병을 완료할 것이라고 밝혔다.

오라클은 썬 인수로 프로그래밍 언어인 ‘자바’, 운영체제(OS)인 ‘솔라리스’ 등에 대한 운영 및 소유권과 서버‧스토리즈 등 하드웨어 부문도 확보하게 됐다. 사실상 OS부터 데이터베이스(DBMS), 미들웨어, 기업용 소프트웨어, 하드웨어 등 IT 모든 분야의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게 된 셈이다.

하지만 오라클이 경험이 일천한 하드웨어 사업을 그대로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IT업계에서는 오라클이 HP와 함께 썬을 분할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했음을 상기시키고 있다.

서버업계 관계자는 “오라클이 하드웨어 사업 경험이 없지만 이 부문을 재매각할 가능성은 낮다”라며 “우선 썬의 강점인 미드레인지와 로우엔드 시장에 주력한 뒤, 솔라리스 OS를 탑재해 하이엔드 시장으로 진출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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