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기 취업전선 요지경
불황기 취업전선 요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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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채용 시장을 들여다보면 불황의 시대를 살아가는 대학 재학생 등 구직자들의 치열하고도 서글픈 현실을 엿볼 수 있다.

원하는 정규직이 엄두가 안나 아르바이트를 아예 본업으로 삼는가 하면 두드려도 취업의 문이 열리지 않아 의욕과 방향감을 상실한 채 방황하는 청년들도 많다는 것이 채용업계의 분석이다.
인크루트와 알바몬 등 취업·아르바이트 전문 포털과 함께 `취업 백태'를 알아봤다.


◇ `묻지 마' 지원
조급한 마음에 일단 아무 데나 지원하고 보자는 유형이다.

이런 지원은 최종 면접까지 봤다가 혹은 입사해서 약간 다니다가 후회하고는 그만두는 일이 잦다.
여기저기 원서를 냈다가 그만두는 일을 반복하다 보면 금전적, 시간적 비용은 자꾸 들어가고 애초 목표도 상실하게 된다.
실제로 인크루트가 작년 말 벌인 설문에서 구직자 10명 중 3명이 이러한 `묻지 마 지원'을 한 적이 있다고 응답했다. 불황이 본격화하면서 불안해진 구직자들의 심정을 반영하는 현상이다.

불황 때는 목표기업을 미리 정해 맞춤 준비를 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인크루트는 조언한다.

◇ `졸업 유예'
바늘구멍 같은 채용 시장을 비집고 들어갈 자신이 없는 대학생들이 선택하는 길이다. 취업이 여의치 않자 생각지도 않았던 대학원을 간다. 또는 일단 휴학과 복학을 반복하면서 채용시장이 풀리기를 기다린다.

두말할 필요도 없이 유학이 좋지만, 돈이 많이 드니까 워킹홀리데이를 택한다. 호주나 일본 등지를 택해 6개월가량 워킹홀리데이를 떠나는 대학생이 최근 부쩍 늘었다고 알바몬은 분석했다. 입사 지원서에 어학연수 경력으로 써먹을 수도 있다.

호텔 경영 관련 전공을 한 임모(31.여)씨는 대학 때 워킹홀리데이를 3개월 갔다가 나중에 3년까지 연장, 일과 공부를 번갈아가면서 고생을 한 끝에 지금은 원하는 호텔 일을 하고 있단다. 하지만, 이런 사례가 많지는 않다.
◇ 새내기 때부터 공무원·전문직 준비
대학 입학하자마자 고시나 6급 이상 공무원 또는 회계사 등의 전문직 공부에 돌입한다. 돈이 많은 학생은 방학을 이용해 학원을 부지런히 수강한다. 이러한 현실 때문인지 방학 때 운영하는 공무원 시험 등 각종 학원에는 대학 초년생들로 북적댄다.

그러나 용돈이 여의치 않은 학생들은 오로지 고시원이나 도서관만 다니면서 형설지공 할 수밖에 없다. 최근 고시원에는 `총무' 자리를 놓고 경쟁이 치열하다고 한다. 총무는 방값을 안 내는데다 월 20만∼30만 원의 수당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11일 9급 공무원과 순경을 채용하는 '공시(公試)'에서 17만여 명이 응시했다. 9급 공무원 경쟁률은 59.3대 1이었고, 여경 채용에는 198.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한다.

◇ 자격증 만능주의
원하는 곳에 취업하려면 웬만한 학점으로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한마디로 학점은 기본이라는 의미다.

학점 말고도 이력서를 장식할 것들이 많아야 한다. 인터넷 실무 관련 자격증부터 시작해 딸 수 있는 자격증은 닥치는 대로 쓸어모은다. 자격증을 획득하려고 학원을 수강해야 하는 비용이 만만찮다.

관공서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오피스 프로그램도 배우고, 문장력도 넓히는 등의 경력을 쌓은 것도 이력서에 써넣는다.

◇ `멀티알바'로 연명
대학 졸업 후 아르바이트(알바)로 생계를 유지하는 이른바 `프리터족(族)'이 최근 다시 늘고 있다고 한다. 제법 돈벌이가 괜찮은 아르바이트 몇 개만 뛰면 수입도 대기업에 취업한 동기들 못잖을 수 있다. `프리터족'이자 `멀티아르바이트 족'이다. 그러나 언제 일자리가 없어질지 항상 불안하다.

`프리터족'은 전후 특정 집단에 소속돼 명령을 받으면서 일하기를 싫어하는 일부 일본 젊은이들을 지칭하는 용어로 4∼5년 전에 자주 등장했다. 일본 젊은이들은 자발적이지만, 생계를 위해 어쩔 수 없는 한국 청년들은 비자발적이라는 것이 차이라면 차이다.

◇ 자포 자기형
이도 저도 안 돼 결국 체념하는 유형이다.
외부와의 접촉을 끊고 집에서 `은둔'하면서 인터넷 등을 하며 온종일을 보낸다. 취업을 위한 이런저런 구상은 많이 하지만 실행에 옮길 의욕이 생기지 않는다.

집에만 틀어박혀 사는 은둔형 외톨이를 의미하는 일본어인 `히키코모리'에 비유되기도 한다. 오래가면 장기 실업자 신세로 전락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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