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썬 대규모 퇴직은 후한 퇴직금 덕분(?)
한국썬 대규모 퇴직은 후한 퇴직금 덕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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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8’로 퇴직금 정산, 1억원 이상도 수두룩
퇴직자 120~170명…내부직원 챙기기 차원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한국썬의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후한 퇴직금 덕분인 것으로 전해졌다. 당초 예상보다 더 큰 규모의 퇴직금이 지급되면서 직원들의 퇴직신청이 몰렸다는 분석이다. 한국썬은 각 부서별로 퇴직신청을 받았는데 그 규모가 120~170명에 이르는 것으로 추산된다.

9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썬은 이번 퇴직자들에게 ‘M+8’ 방식으로 퇴직금을 지급한 것으로 확인됐다. M+8에서 M은 직원이 10년차일 경우 10개월치 월급을, 5년차일 경우 5개월치 월급을 지급하는 것을 말한다. 즉 연차 수에 비례해 월급을 챙겨주는 것. +8이란 이 금액에 8개월치 월급을 더 지급한다는 의미다.

일례로 한달에 700만원을 받는 10년차 직원이 퇴직을 할 경우 700×10=7000만원에 8개월치 월급인 700×8=5600만원을 합쳐 총 1억 2600만원이 지급된다. 보통 10년차 영업담당 직원의 경우 연봉이 1억을 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퇴직금 액수는 더욱 늘어나게 된다. 한국썬 내부 관계자에 따르면 1억원 이상의 퇴직금을 챙긴 경우도 상당하며, 대부분 이 같은 금액에 상당히 만족해했다는 후문이다.

한국썬의 퇴직금 규모는 다른 IT기업과 비교해도 상당히 높은 편이다. 보통 IT기업의 퇴직금은 M+3이 일반적이며, M+4만 돼도 괜찮은 수준이라는 평을 받는다.

IT업계의 한 CFO(최고재무관리자)는 “한국썬은 직원 급여 면에서는 다른 IT기업과 비교해도 상당히 후한 편”이라며 “자발적 퇴직이 아닌 강제퇴직의 정산방식인 M+8이 적용된 것도 퇴직금 규모가 커진 이유 중의 하나”라고 말했다.

근로기준법에 따르면, 국내기업 직원이 자발적 퇴직을 할 경우, 퇴직금 규모는 3개월치 월급에 위로금을 더한 수준에 머문다. 더욱이 국내기업의 급여는 수당은 많고 본봉은 적은 구조이기 때문에 그 규모는 더욱 줄어들게 된다. 반면 외국기업의 급여 구조는 수당 보다는 본봉이 훨씬 많다. 퇴직금 정산에도 더 유리한 셈이다.

CFO는 “한국썬이 모든 직원들에게 일괄적으로 M+8을 적용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며 “10년 이상 근무자에게는 M+10, 5년 이상은 M+7, 2~3년 미만은 M+3으로 차등지급하는 방안이 유력해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평균적으로 따지면 M+8 이상은 되는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썬이 이처럼 거액의 퇴직금을 지급한 배경에 대해 IBM과의 합병을 앞두고 ‘내부 직원 챙기기’에 나선 것이 아니냐는 예상이 나오고 있다. 서버업계 관계자는 “IBM과 썬은 서버‧스토리지 부문 등에서 겹치는 사업이 많기 때문에 합병이 이뤄질 경우 대규모 인력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썬이 IBM과의 합병에 따른 구조조정을 염두에 두고 기존 직원들에게 마지막 선심을 썼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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