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기급등 증시 '과속 경계론' 대두
단기급등 증시 '과속 경계론' 대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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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에이션ㆍ실적시즌ㆍ옵션만기일 등 부담

가파른 상승 행진을 벌여온 국내 증시에 과속을 경계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지나치게 높은 수준까지 올라온 밸류에이션과 1분기 실적시즌에 대한 부담, 옵션만기일의 매물 출회 가능성 등이 겹치면서 증시의 속도 조절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점차 힘을 얻고 있다.

7일 코스피지수는 최근 단기 급등에 따른 경계론이 부각되면서 오전 11시30분 현재 전날보다 3.57포인트(0.28%) 내린 1,294.28을 기록해 지난달 31일 이후 6거래일 만에 약세를 나타내고 있다.

증시 과속을 경계하는 전문가들은 최근 단기 급등으로 지나치게 높아진 밸류에이션을 주요 근거로 꼽고 있다.

주요 증권사들이 전망한 상장기업의 올해 예상이익을 기준으로 삼으면 코스피지수 1,200대 후반에서 주가수익비율(PER) 수준은 13배를 넘어선다.

이는 증시가 대세상승을 즐기던 2007년 상반기의 밸류에이션과 비슷한 수준으로, 해외 증시와 비교하더라도 일본을 제외한 아시아 주요국 11개 증시 중에서 4번째로 높은 수준이다.

미래에셋증권의 이재훈 애널리스트는 "현재의 밸류에이션 수준은 2분기부터 점차 경기침체에서 벗어난다는 것을 전제로 한 것으로, 만약 경기회복이 가시화되지 않으면 투자자들이 상당한 부담감을 느낄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주가 급등의 최대 배경 중 하나였던 원·달러 환율 하락도 반드시 긍정적인 측면만 있는 것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온다.

환율 하락이 은행권의 외채 상환 부담이나 중소기업의 키코 손실을 줄여주는 효과는 있지만, 국내 수출기업의 가격경쟁력을 떨어뜨리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실제로 이달 초 100엔당 1,612원 수준까지 올랐던 원.엔 환율은 최근 원화 강세로 전날 1,299원까지 떨어져 최대 경쟁국인 일본 기업에 대한 가격 우위가 점차 사라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1분기 실적시즌에 대한 부담감도 만만치 않다.

이번주 시작되는 기업들의 1분기 실적 발표에서 실적악화 행진이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감으로 전날 뉴욕증시가 하락한 것에서 알 수 있듯 국내외 기업의 실적 악화에 대한 부담감은 여전한 상황이다.

신영증권의 이경수 애널리스트는 "경기회복에 대한 낙관론으로 최근 증시에서 경기민감주의 상승세가 두드러졌으나, 실적시즌을 거치면서 이들에 대한 지나친 기대가 걷힐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했다.

유동성 장세론의 최대 근거가 됐던 머니마켓펀드(MMF)에서의 자금 유출이 주춤한 것도 증시에는 별로 긍정적이지 않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3일과 5일 이틀 새 MMF로 5조원이 넘는 자금이 들어와 단기 부동자금이 몰려 있던 MMF 등에서 증시로 자금이 유입된다는 유동성 장세론을 무색게 했다.

또 지난달부터 프로그램 순매수가 지속돼 9일 옵션만기일에는 2천억원 가량의 프로그램 매물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다는 것도 증시에 상당한 부담이 되고 있다.

하지만 상당수 전문가들은 주가 조정이 있더라도 일시적인 현상에 그치고 증시의 추세적인 상승세가 이어질 것이라는 낙관론을 고수하고 있다.

글로벌 금융시장의 신용경색이 완화된데다 경기회복과 함께 기업 이익이 1분기를 저점으로 하반기 들어 본격적으로 회복될 것으로 보여 증시를 부정적으로 볼 이유가 없다고 이들은 주장했다.

하나대투증권의 곽중보 애널리스트는 "국내 증시의 매물대가 집중된 코스피 1,150~1,200대를 통과한 만큼 일시적인 조정을 거친 후 지수가 다시 우상향 곡선을 그릴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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