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임원인사 '예전같지 않다'
은행 임원인사 '예전같지 않다'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4.01.28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단명현상 갈수록 심화

고속승진 →고속 퇴출 이어져
부행장 선임 고사하고 사례도

본격전인 인사시즌을 맞아 각 금융기관의 임원인사가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IMF이후 나타난 임원진의 단명현상이 더욱 두드러지는 양상을 보이고 있어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시중은행에서는 지난해 실적부진의 영향으로 이에 대한 문책성 인사가 줄을 잇고 있는 가운데 1년을 채 넘기지 못하고 퇴임하는 임원들마저 나오고 있다.

지난 14일 임원인사를 실시한 조흥은행은 지난해 8월 선임된 원문상 부행장과 이재준 부행장이 재임기간 4개월만에 물러났으며 신한은행 또한 9명 부행장 중 5명이 교체되고 연임은 1명에 그쳤다.

27일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실시한 국민은행도 지난해 7월 CIO로 승진했던 정진백 부행장이 이번 임원인사로 불과 4개월여만에 퇴임했다.
특히 정부행장의 중도하차를 두고 장기적인 비전을 가지고 업무를 추진해야 하는 전산부문 본부장이 불과 1년여 사이에 두 번씩이나 바뀐데 대해 어이없다는 반응마저 나오고 있다.

한 국민은행 관계자는 “업무상 특별한 과실이 없었음에도 불구, 불과 4개월여만에 또 다시 부행장이 경질된 것에 대해 많은 직원들이 황당해 하고 있다”고 전했다.

중도하차한 임원중 일부는 아직 입행 동기들이 본부부서장이나 지점장을 맡고 있는 가운데 발탁 승진된 경우도 있어 금융계 일각에서는 ‘고속승진은 곧 고속퇴출’이라는 자조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이에 한 시중은행에서는 부행장으로 내정된 인사가 임원 승진을 고사하는 사례가 나오기도 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초 전산부문 담당 부본부장의 부행장 승진이 예정돼 있었으나 본인이 고사해 부본부장직을 유지하면서 CIO를 맡게 됐다”고 말했다.

이 같은 임원 단명현상은 IMF이후 사업부제 도입이 정착단계에 접어들면서 실적부진에 대한 1차적인 책임을 사업본부장에게 묻는 성과주의 문화가 정착되는 과정에서 파생한 부산물이라는 것이 업계의 분석이다.

그러나 연간 성과에 따라 퇴출 여부가 좌우되면서 단기업적주의가 팽배하고 있는 것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와 관련 최근 국민은행 노조는 일부 외부 영입 임원들이 개인 경력관리를 위한 단기 실적 추구로 이벤트성 켐페인만 남발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이에 대한 시정을 요구하기도 했다.

더불어 각행의 CEO들이 실적부진의 책임을 임원진에 돌리는 ‘면피용’으로 임원인사를 활용하고 있다는 비난도 나오고 있다.
이와 관련 한 시중은행 노조 관계자는 “실적부진에 대한 책임을 물어 해당임원들을 경질한다면 최고 결정권자인 CEO 또한 이에 대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이에 금융계에서는 행장의 집행임원 인사권을 제한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이 제기되고 있다.
실질적인 오너가 없는 은행에서 은행장의 전횡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이사회의 행장 견제기능 강화와 함께 집행임원에 대한 임기 보장이 고려돼야 한다는 것이 요체.

이를 위해 집행임원의 선임은 행장 고유 권한으로 인정하되 해임의 경우에는 임원 평가기준에 따라 이사회의 심사와 의결을 거치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이와 관련 금융연구원 김병연 선임연구위원은 “행장의 권한이나 집행방법에 대한 개선점을 찾을 필요는 있으나 일률적으로 모든 금융기관에 적용하는 것은 무리”라며 “이 같은 문제에 대해 보다 이슈화하고 공론을 모을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국민은행

한편 국민은행은 지난 27일 경영협의회를 개최, 기존 13개 사업본부를 9개 그룹과 4개 본부로 재편하는 조직개편과 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이에 김성철, 정성현, 홍기택, 정진백, 이시영, 조봉환 부행장이 물러나고 새로이 이증락 전 전략기획팀장, 정연근 대구지역본부장, 이상진 카드사업부문 상무대우가 부행장으로 선임됐다.

이와 같이 기존 12명 부행장이 9명으로 축소되면서 9명의 부행장이 각각 개인금융그룹, 기업금융그룹, 신용카드사업그룹, PB/Asset Management그룹, 신탁/기금관리그룹, 영업지원그룹, 전산정보그룹, 리스크관리그룹, 재무/전략/HR 그룹을 맡게 됐다.

다만 주요업무에 대해서는 별도의 본부를 신설, 그룹대표의 부담을 경감시킬 수 있도록 했다.
신설되는 본부는 개인금융그룹산하 CS/온라인채널 본부, 기업금융그룹 산하 투자금융본부, 재무/전략/HR그룹 산하 HR본부 및 행장 직속의 자금본부로 각 기능별 본부장은 기존 부행장이 가지고 있던 담당업무에 대한 전결권을 행사하되 주요 사안에 대해서는 담당 부행장에게 사전/사후에 보고토록 했으며 담당 부행장이 성과평가 및 역량평가권을 가지도록 했다.


신한지주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13일 신한지주와 자회사인 신한은행, 조흥은행, 제주은행 및 신한캐피탈의 이사회를 개최, 각각 2004년 경영진인사를 실시했다.
지주회사 신임상무로 신한은행의 김희수 부행장과 이백순 신한은행부본부장이 선임되었

이 시간 주요 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