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계銀의 배짱(?)
외국계銀의 배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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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문선영기자]외국계은행들의 '배짱'이 대단하다. 경제위기에 잔뜩 움츠러든 국내은행들이 살얼음 판을 걷듯 조심스런 행보를 보이는 것과 달리 외국계 은행들의 경우 금융당국의 요구 쯤은 가볍게 무시하고 나서고 있다.  


최근 은행 경영진에 대한 과도한 스톡옵션 부여 관행에 대한 논란이 거세지자 금융당국은 이를 자제할 것을 권고했다.


이에 국내은행들은 서둘러 스톡옵션을 지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일요일임에도 불구하고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스톡옵션 전량을 자진 반납키로 결정했으며 국민은행과 대구은행 역시 잇따라 스톡옵션 반납을 결정했다. 은행들은 반납이유에 대해 "최근 경기불황을 타개하고 사회적 책임과 고통분담을 통해 경제 살리기에 적극 동참하겠다는 의지"라고 설명하고 있지만 결국 제재 방침을 밝힌 정부의 눈치보기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눈치보기에 따른 것이든 경제 살리기를 위해 나선 것이든 국내은행들행들의 스톡옵션 반납 결정은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은행권이 경제위기로 은행 직원들의 임금을 2년째 동결하고 신입 직원 초임을 20% 삭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인 가운데, 일부 고위 임원들에게 스톡옵션을 주겠다는 당초 계획 자체가 '도덕적 해이'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같은 국내은행들의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꿋꿋히 스톡옵션 지급을 강행하겠다고 나선 은행이 있다. 미국계 사모펀드인 론스타가 대주주인 외환은행이다. 앞서 외환은행은 다른 은행들이 배당 자제 움직임을 보이는데도 불구하고 홀로 배당을 강행에 논란을 일으킨 바 있다. 그때도 역시 금융당국이 은행권에 배당자제를 권고하고 나선 상황이었다. 외환은행의 대주주인 론스타는 배당으로 투자원금의 90% 가까운 금액을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환은행이 이같은 행보를 보이는 것은 외국계 대주주의 눈치를 살필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실제로 외환은행 측은 이번 스톡옵션 논란이 일자 "스톡옵션 부여에 대한 부정적 여론은 충분히 알고 있지만, 대주주 입장을 살펴야 하기 때문에 반납 등의 조처를 신속히 취하기 힘든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외국계 대주주의 눈치를 보느라 금융당국의 권고사항을 무시한 셈이 돼버렸다.


문제는 대부분의 외국계 은행들이 외환은행과 별반 다를 것이 없는 행보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외국계 은행들 대부분이 정부가 경제위기 극복을 위해 잇따라 내놓은 대책들을 외면하고 있는 것. 정부는 은행의 재무건전성을 높여 실물지원 기능을 강화하고자 자본확충펀드를 운영한다는 계획이지만 SC제일, 한국씨티은행 등 대부분의 외국계 은행들은 불참의사를 밝히고 있다. 정부의 경영권 간섭을 우려해서다.


외국 자본이 대주주인 외국계 은행으로서는 대주주 혹은 모기업의 방침을 따라야 할 수 밖에 없다는 점은 충분히 이해된다. 그러나 외국계 은행들의 이같은 돌발행동이 금융시장에 대한 정부의 영향력도 약화시킬 수도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운 것은 사실이다. 국내에서 매년 막대한 수익을 얻어가는 외국계 은행들이 국내 경제위기 극복에는 다소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는 것 같아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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