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실적공포' 이어진다
은행권, '실적공포' 이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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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체율↑…대규모 상각 불가피
전분기 이어 분기 순손실 예상
실적부진 장기화 가능성 농후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지난해 8년만에 처음으로 분기적자를 기록하며 녹록치 않은 한해를 보냈던 은행들이 올해에는 더욱 험난한 여정을 준비하고 있다.

은행들은 이미 올해를 '부실과의 전쟁'의 해로 선포하고 연체율 관리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하지만 기업구조조정에 따른 대규모 부실채권 발생이 불가피한데다, 정부와의 MOU 때문에 연체율 관리에도 애를 먹고 있는 실정이다.

■자산건전성 악화일로
최근 자산관리공사(캠코)는 연체기간이 3개월 미만인 은행의 '요주의' 채권도 매입하기로 했다. 캠코가 매입대상을 '고정' 이하 여신에서 '요주의' 채권까지 확대한 것은 은행 연체율이 예상보다 심각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통상적으로 부실채권은 '정상' 및 '요주의' 채권을 제외한 '고정' 이하 여신을 일컫는다. 실제로 은행 연체율은 올 들어 상승폭이 점차 확대되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월말 현재 은행의 중소기업대출 연체율은 2.67%로 지난 2005년 5월말(2.80%) 이후 최고 수준을 나타냈다.

가계대출의 경우 0.89%로 아직까지는 안정적인 수준을 유지하고 있지만 두달만에 0.29%포인트 급등하며 '가계발 금융부실' 우려를 더하고 있다.

더구나 지난해말 현재 개인부문 금융부채는 802조원으로 사상 처음 800조원을 돌파한 반면, 개인 금융자산은 1677조4000억원으로 전년대비 35조4000억원 쪼그라들었다. 가계의 부채상환 능력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다는 얘기다. 

부채가 늘고 자산이 줄어드는 자산디플레 현상이 가속화되면서 대다수 시중은행의 총 연체율도 1% 중반대를 나타내고 있으며, 일부 은행의 경우 연체율이 2%에 육박한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연체율이 2%를 기록할 정도면 실질 수익은 제로라고 봐야 한다"고 설명했다.

더 큰 문제는 정부와 맺은 외화지급보증 양해각서(MOU) 때문에 은행들의 연체율 관리가 쉽지 않다는 것. 금감원은 지난해말 중소기업대출 순증 목표치를 연간 50조원으로 제시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2월 1조8000억원 감소했던 은행 중기대출은 올 1월 3조원, 2월 3조1000억원으로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

■은행별 희비 갈릴듯
일단 올해 3월말 은행 연체율은 예상보다 심각하지는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들이 건전성 관리를 위해 분기마다 부실채권을 매각 또는 상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렇게 매각·상각된 부실채권은 손실증가로 이어지기 때문에 올해 1분기 역시 큰폭의 실적악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이번 1분기 실적에는 1-2차 기업구조조정에 따른 여파가 고스란히 반영되는 만큼 부실채권 규모가 전분기 대비 크게 늘어날 수 있다.

은행별로는 기업대출 비중이 높은 우리은행의 실적악화가 예상보다 클 것으로 전망된다. 이 은행의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2340억원으로 전년 대비 86.2% 급감하는 초라한 실적을 거뒀다.

신한은행의 경우 지난해 전년 대비 29.5% 줄어든 1조4467억원의 순이익을 달성하며 선방했다는 평가를 받았지만, 1분기 실적은 예상외로 부진할 것이라는 관측도 제기된다. 이백순 은행장이 새로 취임하면서 대규모 상각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장이 바뀌거나 대규모 조직개편이 단행되면 통상적으로 기존 부실채권을 대규모로 정리하는 게 관행"이라며 "이같은 관점에서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이 상대적으로 실적이 부진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반면 중소기업대출 비중이 낮은 국민은행과 하나은행은 상대적으로 양호한 실적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그러나 상당수 전문가들은 국내 은행들이 3000억원 순손실을 기록한 지난해 4분기에 이어 올 1분기 역시 당기순손실이 불가피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골드만삭스는 "2차 기업구조조정은 1차 때에 비해 더 많은 비용이 필요할 것"이라며 "급격히 늘어날 무수익여신(NPL)과 마진 축소로 인한 순익 감소 등으로 1분기 총 손실이 크게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부실과의 전쟁이 장기전으로 치달을 수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피치는 내년까지 발생한 국내 은행의 손실규모가 42조원에 달할 것이라는 충격적인 전망을 내놓기도 했다.

푸르덴셜증권 성병수 연구원은 "실물경기 침체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고 있는 만큼 은행들은 기나긴 구조조정 과정을 겪어야 한다"며 "부실차단 정책과 함께 기업구조조정도 강력히 추진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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