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위기속 생존전략 '선택과 집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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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점 통폐합 및 VIP고객 집중 공략
해외진출 중단·인원축소 '비용절감'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은행권의 비용절감 바람이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평판보다는 수익성 위주로 네트워크를 재구성하는 한편, 부자고객들을 상대로 한 자산관리서비스는 더욱 강화하고 있다.

은행권에 따르면 국내 4대 시중은행이 지난해말 이후 2월말까지 폐쇄한 점포는 130여 곳에 이른다. 3700여개에 달하는 전체 점포수에 비하면 4%에도 못미치는 규모지만, 수익성 회복이 당면과제인 은행들로서는 저수익 점포 축소 움직임은 앞으로도 지속될 전망이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은행들의 영업점 운영이 평판보다는 수익성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달 우리은행이 인천국제공항 지점을 철수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공항지점의 경우 은행 수익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지만 '국제공항 입점은행'이라는 상징성 때문에 입점경쟁이 치열하다"고 전했다.

은행들은 저수익 점포를 폐쇄하는 대신 VIP고객들을 대상으로 한 PB센터는 더욱 확대하고 있다. 경기침체가 장기화될수록 거액자산가들의 안전자산 선호심리는 더욱 심화되기 때문이다. 특히 PB부문에서 비교우위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는 하나은행은 올 들어 12개의 VIP클럽 네트워크를 확장시켰다. 

한편, 리스크 관리가 금융권 최대 화두로 등장하면서 지난 수년간 추진해 왔던 해외진출 계획도 전면 백지화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신한은행은 지난해말 러시아 현지 은행 인수를 포기했으며, 올해 말레이시아 및 두바이 사무소 개설도 보류했다.

하나은행도 러시아 모스크바사무소 개설 계획을 취소했으며, 우리은행은 홍콩우리투자은행 자본금 증액을 유보한 상태이다. 글로벌 금융불안이 지속되고 있는데다 외화조달 여건도 녹록치 않은데 따른 것으로 해석된다.

은행권의 인력구조조정 작업 역시 갈수록 탄력을 더하고 있다. 지난해말 이후 희망퇴직 및 전직지원제 등을 통해 은행을 떠난 직원들은 2000여명에 육박하고 있다. 이달에는 HSBC와 우리은행이 희망퇴직제 및 전직지원제를 실시하고 있다.

하지만 은행들의 전방위적 비용절감 움직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감지된다. 해외진출 중단 및 인력축소는 자칫 은행의 장기적인 성장 잠재력을 훼손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특히 인력감축의 방법으로 활용하고 있는 희망퇴직제의 경우 은행의 잠재 성장동력인 젊은층 직원들의 대량 이탈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회사의 경쟁력은 곧 인재라는 측면에서 비춰볼 때 희망퇴직제는 자칫 은행의 경쟁력 저하를 초래할 수 있다"며 "이번 금융위기로 금융인재에 대한 투자가 중단되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스위스 국제경영대학원(IMD) 발표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금융인력 구인수준은 조사대상 55개국 가운데 44위를 기록했으며, 금융교육 수준도 37위에 그치는 것으로 조사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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