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만 풀면 萬事亨通(?)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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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박선현 기자]정부가 경기 부양에 더 많은 돈을 쏟아 붓지 못해 안달이 난 모양이다. 지난해 11월 10조원 규모의 채권안정펀드를 조성한 정부는 12월 은행들의 자기자본비율 하락에 따른 시장 불안감 해소를 위해 20조원에 달하는 은행자본확충펀드를 마련했다. 이어 지난달에는 40조원 규모의 구조조정기금도 조성했고 금융기관의 건전성 제고를 위해 20조원에 이르는 금융안정기금까지 마련했다.

이같은 정부의 '양적 완화'에 힘입어 유동성 랠리가 이어지고 있지만 신용이슈에 대한 부담감은 여전해 보인다. 정부의 구조조정 초점이 부실 기업을 골라내기 보다 '한계 기업이라도 살려놓고 보자'에 맞춰진 탓이다. 구조조정 대상을 확정하는 '칼자루'를 민간이 쥐고 있는 점도 한계다.

실제로 윤증현 경제팀은 최근 이뤄진 해운 구조조정에서 정부의 입김을 거뒀다. 신용평가 기준을 일률적으로 만들지 않았고, 채권단들에게는 자율적으로 살릴기업과 퇴출기업을 구분하라고 주문했다. 회생 가능한 업체를 지원하면서 업황 회복을 기다리겠다는 의도다.

그러나 정부의 방안이 구체적이지도, 지원 규모가 크지도 않은 상황에서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 해운업 상황을 감안하면 누가 선뜻 돈을 내줄까에는 의문이 남는다.  정부의 의중에는 산업은행, 수출입은행 등 국책 금융기관이 해결책으로 자리잡고 있는 듯 하지만 그동안 중소기업 지원과 부실채권 매입으로 자금여력이 바닥을 드러낸 그들이 또 정부의 보조를 맞춰 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달 말 마무리될 것으로 보이는 74개 중소 건설ㆍ조선 회사에 대한 2차 신용평가 역시 벌써 부터 잡음이 흘러나오고 있다. 부실 기업의 평가 자체가 부실하다는 지적이다. 1차 신용평가때 농협이 B등급을 매겼던 신창건설과 C등급으로 판정한 대동건설은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물론, 정부가 취할 수 있는 조치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음은 수긍이 간다. '부실기업'을 골라냈던 외환위기때와는 달리 작금의 상황은 '부실징후기업'을 가려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당시의 악몽으로 인해 '관치'에 강한 반감을 드러내는 국민들로 부터 사회적 합의까지 도출해 내야 한다.

그러나 부실화가 덜 진행 되야 구조조정이 쉽다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게다가 지금 우리 경제는 IMF때와는 달리 기업구조조정과 금융정상화를 동시에 추진하더라도 이를 충분히 감내 할 만한 체력도 갖추고 있다.
정부는 내수 진작을 위해 30조원에 달하는 '슈퍼추경'을 진행하고 있다. 그러나 구조조정이 선행되지 않은 재정 투입은 시장의 혼란과 재원의 낭비만 초래할 뿐이다. 조속하고도 결단력 있는 정부의 대수술이 무엇보다도 절실한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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