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비정규직 노조, 출범은 했지만...
금융권 비정규직 노조, 출범은 했지만...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4.01.1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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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해지 등 불이익 우려에 가입 저조
금노와 지부간 비협조로 난항 예상.

지난 15일 금융노조 비정규직지부가 의욕적으로 출범했다. 그러나 발기인 대회 참가인원 저조와 개별은행 노조의 협조 부족 등으로 비정규직노조의 앞날이 쉽지만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날 출범식엔 비정규직 60여명을 포함해 100여명이 참가했다. 이용득 금융노조위원장은 출범식에서 “비정규직 직원들이 헌법에 보장된 ‘단결권’을 자주적으로 행사, 노조지부를 결성한 것은 대단히 뜻깊은 일”이라며 “더욱이 4만여 비정규직 조합원을 조직화하는 것은 금융노조 운동의 사활이 걸린 전략적 과제”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현존하는 금융노조와 개별은행노조의 근본적인 갈등, 비정규직에 대한 사측의 회유나 압박 가능성이 걸림돌로 남아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현재 비정규직 조합원들이 가입원서만 내놓고 상황을 살펴보는 경우가 다수”라며 “이는 노조활동을 할 경우 계약 해지 등의 불이익을 두려워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노조 관계자는 “금융노조가 보다 확고한 입장을 표명해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하며 “비정규직지부 출범은 노동운동 역사의 한 맥락으로 이해해야 하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모두의 양보가 전제되지 않는 한 불가능한 일”이라고 못박았다.

은행권 반응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뉜다.
우선 크게 염려할 것도 아니고 사실상 부당노동행위에 해당하기 때문에 구체적인 대책을 마련하기도 애매하다는 입장이다.

시중은행 노사관련 인사 담당자는 “사실 금융노조도 지부의 비협조를 비판하는 현실을 볼 때 지부와 금융노조간 갈등 해소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며 “경영진으로서도 특별한 대책이나 방안이 없고 크게 염려하는 분위기도 아니다”고 은행 분위기를 전했다. 특히 비정규직은 사회적 문제이기 때문에 개별은행 차원에서 풀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반응이다.

또 다른 입장은 장기적으로 노조의 힘이 커짐에 따라 금융권 혼란이 야기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은행측은 고용의 유연성을 위해 비정규직을 채용했는데 그 조직이 힘을 갖는다면 경영측면에서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며 “은행별로 대책마련에 분주한 것 같다”고 말했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도 “비정규직 노조가 본격 가동되면 고용여건이 불안해져 전 금융권의 혼란을 야기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한편 이날 설립 발기인 대회에서 초대 위원장에 엄문정(경남은행 계약직)씨가 선출됐으며 부위원장은 이승민(금융노조 전문직)씨, 회계감사엔 민수진(기업은행 계약직)씨가 새로운 집행부로 구성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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