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코노미스트 방문' 초강수…藥될까 毒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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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론제기하자 이코노미스트 '재반박'..."독자들 판단에 맡겨야" 신중론 많아  

[서울파이낸스 이양우 기자]연일 계속되는 외신들의 '한국(경제) 때리기'에 속이 상한 정부가 맞대응에 나섰다. 그 첫 상대는 영국 경제주간지 '이코노미스트'. 하지만, 이코노미스트가 '한국이 이머징 국가 중 현 경제위기에 가장 취약한 국가'라는 기존 입장을 고수함으로써, 누구 말이 맞는지 헷갈리는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재정부와 금융위원회가 발끈하고 나섰다. 이코노미스트 본사를 직접 방문해 이코노미스트의 최근 기사에 대한 정부의 입장을 전달키로 했다는 것.

이코노미스트는 5일(현지시간) '독자편지 코너'에 '한국의 부채'라는 제목의 박철규 기획재정부 대변인의 글을 실었다. 내용은 이코노미스트의 '한국때리기'에 대한 반론의 성격. 그는 "2월28일자 이코노미스트 기사가 한국 경제의 현 상황을 반영하지 못했다"며 "마치 한국을 세계에서 3번째로 위험한 국가로 묘사했지만 단순한 문제가 아니다"고 원론적 입장에서 기사내용을 반박하고 나섰다.

그는 특히, "한국의 단기 대외부채는 외환보유고의 75%로 계속 감소 중"이라며 "한국은행들의 예대율 역시 지난해 말 현재 118%로 지난해 6월부터 줄어들고 있다"고 주장했다. 수치를 통한 구체적인 증거를 들이댄 것. 한마디로, 한국 경제에 대한 이코노미스트의 리스크 측정은 잘못된 정보와 추정치에 근거하고 있다는 게 박 대변인의 주장. '오보'라는 얘기다. 

문제는 이같은 박 대변인의 주장에도 불구, 이코노미스트가 이를 고분고분 인정하지 않는다는 데 있다. 이코노미스트는 '편집자주'를 통해 "우리가 외환보유고 대비 단기 부채로 제시한 수치는 12개월내 만기가 돌아오는 모든 부채를 포함했다"며 "이는 국제통화기금(IMF)에 의해 선호되는 정의이며 12월말 현재 96%였다"고 반박에 반박을 가하고 나섰다.

박 대변인이 제시한 '75%'는 장기 부채 만기를 포함하지 않은, 단순히 만기가 1년 이내인 부채만을 포함한 것이라는 것. 이코노미스트는 또 "예대율 역시 모든 상업은행과 특수은행을 포함한 것으로 양도성예금(CD)을 포함하지 않았다"며 "우리가 조사한 모든 국가에 대해 동일한 정의가 활용됐으며 한국은행이 제시한 최근 수치 상으로 지난해 12월말 현재 136%였다"고 주장했다.

앞서, 이코노미스트는 "이머징 국가들의 위기가 심화될 전망"이라면서 "특히, 한국의 단기 채무 비율과 은행들의 예대율이 두드러지게 높아지고 있어 위기에 가장 취약하다"고 경고한 바 있다.

그렇다면, 어느 쪽 주장이 맞단 말인가? 여전히 헷갈린다.

문제의 대목에 대해서는 전문가들도 어느 쪽이 옳다고 선뜻 말하지 못하는 분위기다. 이와관련, 국내 경제지 '머니투데이'의 관련 보도내용이 눈길을 끈다. "이코노미스트에서 단기외채라고 표현한 대목이 내용상 유동외채를 말하고 있었던 점에서 오류기는 하지만, 이코노미스트의 전망치도 나름대로 맞는 측면이 있고 재정부의 해명 역시 타당성을 갖고 있다"고 8일 보도했다. 민간연구소의 익명을 요구한 시니어 금융애널리스트의 말이라고 한다. 애매모호하다. 설명을 듣고도 명쾌하지가 못하기는 마찬가지다.

그러면서, 그는 "근본적인 문제는 정부가 외신에서 취재요청이 왔을 때 사전대응을 하기 보다는 보도가 나가면 그때서야 해명자료를 내놓는 패턴을 반복하는 것"이라며 "지속적인 투자설명(IR)을 통해 오해를 줄이고 소통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이같은 상황에서 과연 이코노미스트 본사를 방문해 '항의'내지는 설명한다고 해서 소기의 성과를 달성할 수 있을까 하는 의구심(걱정)이 생긴다.

현 상황에서 냉정히 보자면, 지상논쟁으로 비화된 이코노미스트의 '한국때리기'에 대한 시시비비는 글로벌 시장의 다수의 독자들의 판단으로 넘어간 것으로 보인다.

재정부와 금융위의 이코노미스트 본사 방문이 '대내용이'라면 모르지만, 그게 아니라면 자칫 모양새가 더 안좋아질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이코노미스트가 오보를 시인할 가능성이나 정정보도를 받아내는 것이 쉬워 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혹시라도, 주도면밀한 준비없이 '맞짱뜨기'에 나섰다가, 자칫 '혹떼려다 하나 더 붙이는 꼴'이 되지 않을까 하는 염려도 된다. 만에 하나, '국제적 망신살'로 이어진다면 그 이상의 대미지를 입을 수도 있다. 확신이 없다면 '결행'하지 않는 게 낫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드는 이유다. 

최근 이명박 대통령의 동남아 순방을 수행 중인 손경식 대한상의 회장은, 대통령과 가진 경제인 간담회에서 원달러 환율 폭등과 관련,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된다'면서 '외환관련 자료를 만들어 국제금융시장에 뿌리는 게 어떻겠느냐"고 즉석 제안을 한 바 있다. '오죽 답답했으면' 하는 생각이다.

이같은 분위기로 미루어, '한국 때리기'에 대한 당국의 또 다른 맞대응이 있을 수도 있어 보인다. 그러나, 어설픈 대응은 약이되기보다 되레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점에서, 신중에 신중을 기해야할 것이라는 게 금융권의 중론이다.

국가차원에서 특정언론과의 논쟁은, 그 자체로 '나라'쪽이 불리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돼야할 것으로 보인다. 더구나, 일각에서 제기하는 것처럼, '한국때리기'에 글로벌 투기자금이 연루돼 있을 가능성까지도 염두에 둬야한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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