익명성을 요구하는 사회…최선책은 '신뢰회복'
익명성을 요구하는 사회…최선책은 '신뢰회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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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안보람 기자] 지난해 9월 리먼사태이후 본격화된 금융위기가 좀처럼 사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는다. '전대미문'이라는 말이 유행처럼 사용되고, 모두의 관심은 '언제쯤 이 위기에서 벗어날수 있을까?'로 집중되지만 좀처럼 탈출구를 찾긴 어려워 보인다.

외환시장에 출렁대니 증권시장이 출렁대고, 이 출렁임은 다시 외환시장으로 전해지면서 국민들은 고스란히 고통을 떠안는 모습이다.

언제쯤 이 어둠의 터널에서 빠져나갈수 있으려나만 정확히 알게된다면 조금 참을만 할텐데, 금융시장은 짙은 안개에 휩싸여 한치앞도 볼수 없는 것이 오늘날 대한민국 경제의 현주소다.

최근들어 외환시장 관계자들이나 전문가들과 통화를 할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제이름 나가면 안돼요"와 "답이 없어요"다.

익명성을 보장하고, 기사에 쓰지 않겠다는 다짐을 한 후에야 들을 수 있는 정직한 답변은 '환율이 어디까지 갈지 모르겠다는 것'과 '금융시장 전반에 악재만 쌓였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우스갯 소리는 '저 이런 소리하면 잡혀갈지도 몰라요'다.

신문지면이나 인터넷을 통해 등장하는 전문가들의 답변은 "환율이 1550원까지 오를수도 있다"는 것이었지만 그런 정보가 제공된 후 하루나 이틀이 지나자 환율은 반항이라도 하듯 1600원을 육박하며 시장을 뒤흔들어 놓는다. 그리고 전문가들의 전망치는 조심스럽게 1600원으로 올라선다.

하지만 외국계 금융회사들이 1700원, 1800원을 전망한 지는 오래다. 그리고 여전히 유효하다. 그러한 전망의 원인이 하나도 해결되지 않은 탓이다. 국내 연구기관들도 이런 전망에 고개를 끄덕인다. 단지 후환이 두려워(?) 국민들에게 전해지지 않았을 뿐이다. 물론, 이런 전망들은 알음알음 퍼져나가며 '공포'란 이름으로 둔갑, 공공연한 비밀로 자리잡는다. 어떤 곳보다 '소문'이 중요한 금융시장에서는 정부의 발언보다도, 신문의 보도보다도 이런 '설'들이 더욱 영향력을 발휘한다. 오늘날, 신뢰를 찾아볼 수 없는 대한민국은 더욱 그러하다.

지난해 10월 한창 외환시장이 요동칠 때 한 딜러와 통화를 했다. 정부가 어떤 역할을 해야하냐는 질문에 대한 대답은 "그냥 아무말 안하고 가만히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었다. 그 당시 시장의 추이를 살펴보니 정부가 외환시장에대해 언급을 하면 아이러니하게도 시장은 더욱 요동치고 불안심리가 강화됐다는 것이다. 정부가 얼마나 국민들에게 신뢰를 잃었는가하는 방증이다.

이제는 대통령이나 경제팀이 어떤말을 하더라도 곧이 곧대로 해석하는 이는 없다. 가령 '국채을 팔아서라도 외환시장을 안정시키겠다'라는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의 발언은 시장참가자들에 정부의 강력한 시장개입의지로 받아들여 지지 않는다. 그들은 되레 '아, 외채를 팔아야 할 정도로 외환보유고가 부족하구나'라고 해석하며 달러 매수에 나선다. 실제로 윤 장관의 발언 다음날, 환율은 25원 치솟으며 1500원을 '훌쩍' 넘어섰다.

물론, 최근 요동치는 금융시장의 원인이 대외변수에 기인한다는 사실 자체를 부정할 수는 없다. 하지만 동일한 대외환경 속에서 우리시장이 더 크게 요동치고 있음은 분명 내부에서 그 원인을 찾아야 할 것이다.

그래서야 안되겠지만 세계경제가 회복됐음에도 우리 경제는 회복될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면, 그때는 더이상 어떤 핑계도 댈수 없게 된다. 어떤 대응책보다 신뢰회복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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