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폭등에도 '침묵'…당국, 정책기조 바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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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입없자 상승 폭 커져...윤증현 장관 "환율 방향성 언급 않겠다" 해석 분분

[서울파이낸스 안보람 기자] 원·달러 환율이 11년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며 시장참가자들을 당혹스럽게 하고 있다. 이날 환율 급등에도 기다리던 외환당국의 시장개입은 없었다. 불과 며칠전 재정부와 한은이 이구동성으로 외환보유고에 구애받지 않고, 필요시 개입하겠다던 태도와는 사뭇 다르다. 이에, 외환당국의 의중이 무엇인지에 대한 궁금증이 증폭되고 있다.  

24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달러화에 대한 원화 환율은 전날보다 달러당 27.3원 급등한 1516.3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종가기준으로 1998년 3월13일의 1521원 이후 10년11개월 만에 최고 수준이다.

이날 환율은 역외 원·달러가 지난 주말보다 9.5하락했음에도 여전히 1500원선을 유지한 것을 반영해 전날보다 14.5원 오른 1503.5원으로 거래를 시작했다. 개장직후 환율은 대기매수가 폭주, 1515원으로 오르며 전날의 고점을 갱신한 뒤 매물 유입으로 상승폭을 약간 줄여 1510원 부근에서 움직였다.

이후 환율은 장후반 들어 매수세가 강화되면서 1517원까지 고점을 높였다.

이날 환율 급등은 국내외 주가 급락의 여파라는 게 일반적인 분석이다.

밤사이 뉴욕증시에서는 은행 국유화 논란속에 투자자들의 정부에 대한 신뢰가 급속히 무너지면서 다우지수, S&P500지수 등 주요 지수가 1990년대말 수준으로 내려 앉으며 세계 금융시장을 공포로 몰아넣었고, 이에 안전자산 선호심리가 심화됐다.

전날 반짝 상승세를 보였던 국내 증시 역시, 이 영향으로 하락세로 돌아서, 코스피지수는 이날 전날보다 35.67포인트(3.23%) 하락한 1063.88로 마감했다. 코스닥지수도 5.46포인트(1.44%) 떨어진 370.11로 장을 마쳤다.

외국인 투자자들은 11거래일째 주식 순매도 행진을 이어가면서 국내 주가와 원화 약세를 견인했다. 지난달 28일 이후 지난 9일까지 유가증권시장에서 9거래일간 순매수로 1조6천637억원 어치를 사들인 외국인은 지난 10일부터 순매도로 돌아선 후, 11거래일째 매도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이날 역시 3천억 원 이상 주식을 순매도하면서 달러화 수요를 촉발했다.

전고점 부근에서는 외환당국 개입에 대한 경계감으로 상승세가 주춤하기도 했지만, 장 후반까지 개입이 없자 손절매수가 촉발됐다. 시중은행 외환딜러는 "역외세력이 적극적으로 달러화 매수에 나섰다"며 "외환당국이 개입하지 않으면서 장 후반 상승폭이 확대됐다"고 말했다. 결국, 당연히 개입이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실망으로 변하면서 상승 폭을 키운 셈이 됐다. 

이에, 시장참가자들은 이날 윤증현 장권의 발언을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윤증현 기획재정부 장관은 이날 오전 팔레스호텔에서 열린 경제5단체장 간담회를마치고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정부 당국자가 환율방향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면서 "두고 보자"고 말했다. 말을 극도로 아끼는 듯한 인상이다. 

대부분은 이를 구두개입으로 판단하고 장초반 달러매수를 자제하기도 했지만, 이날 환율급등에도 불구하고 외환당국이 움짐임을 보이지 않자 일각에서는 환율 방향성과 관련해선 언급치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하고 있다. 즉, 환율의 급등락에 관여하지 않겠다는 의미로 받아 들인다는 것. 섣부른 개입이 가져올 부작용 등을 우려해 외환당국의 외환정책이 신중론으로 돌아선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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