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 공짜폰 공세…KT 자극 ‘노림수’(?)
SKT, 공짜폰 공세…KT 자극 ‘노림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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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KTF 합병 발표 후, 총공세…과열경쟁으로 내몰아
합병논리 약화, 필수설비 문제 공론화가 목적일 듯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SK텔레콤이 지난 1월 중순부터 ‘공짜폰에 가입비 면제’라는 마케팅 파상공세를 펴고 있어 이동통신 시장이 다시 과열 조짐을 빚고 있다. 지난해 지나친 마케팅 비용 지출로 업계 전체가 홍역을 앓은 지 채 1년도 되지 않아 ‘악순환’이 반복되고 있는 셈이다.

업계 일각에서는 SK텔레콤이 합병을 앞둔 KT-KTF를 자극해 유리한 합병 인가조건을 받아내기 위한 전략이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이동통신 업계 관계자는 “KT가 KTF와 합병해도 마케팅 경쟁에 나서지 않겠다고 밝힌 이석채 사장을 자극하기 위해서 일부러 선수를 치는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통업계에 따르면, 1월 중순부터 SK텔레콤은 SK텔레콤 대리점 및 판매점, 텔레마케팅을 통해 30만~50만원대인 휴대폰을 공짜폰으로 제공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SPH-W460(38만8천300원), LG전자의 LG-SH240(33만5천500원), LG-SH400(41만8천원), 팬택의 IM-S330(41만8천원), 모토로라의 Z8M(42만2천400원) 등 20여종의 모델이 그 대상이다.

온라인은 보조금 규모가 더욱 크다. 온라인 사이트 ‘세티즌’에서는 가입비까지 면제해 주고 있다. SK텔레콤이 유통하고 있는 LG전자의 비키니폰(LG-SH640, 출고가 44만9천900원)과 모토로라 페블폰(VU20, 42만3천500원)은 신규 가입자에게 ‘공짜+가입비 면제’ 조건으로 판매되고 있다.

이와 함께 ‘SK텔레콤 행사팀’을 통해 KTF나 LG텔레콤으로 번호이동을 한 011번호 사용자를 다시 SK텔레콤으로 끌어들이는 텔레마케팅을 진행 중이다. 이 과정에서 재가입조건으로 휴대폰 단말기 무료 제공과 함께 5만 5천원의 가입비 면제도 약속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국내 이통시장 부동의 1위를 자랑하는 SK텔레콤의 이 같은 마케팅 움직임은 우선, 과열경쟁 논란을 다시 야기 시킬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국내 이통시장은 SK텔레콤과 KTF가 ‘3G 출혈 마케팅 경쟁’을 벌이면서 수익성이 크게 악화됐다. SK텔레콤은 작년 당기순이익이 전년대비 22.2%나 급감했으며, KTF는 작년 2분기, 9년만에 13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기도 했다.

이 때문에 올해 정부는 과도한 경쟁을 자제하고 투자유치에 힘써 줄 것을 각 이통사에 당부한 바 있다. 하지만 SK텔레콤은 이 같은 정부의 당부도 개의치 않는 모습이다.

가입비 면제의 경우 이용약관을 위반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될 소지가 다분하다. 특히 특정 소비자 집단에게 차별적인 혜택을 주면서 전반적인 소비자 피해를 불러올 가능성이 크다는 지적이다.

‘공짜폰 마케팅’을 시작한 시점이 1월 중순이라는 것에 의구심을 표하는 시각도 있다. KT-KTF 합병 문제가 수면위로 부각하기 시작한 시점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것. SK텔레콤 정만원 사장이 직접 나서 KT-KTF 합병을 강하게 반대하고 나섰지만, 또 다른 한편에서는 ‘공짜폰 마케팅’을 통해 KT를 자극하면서 소모적 경쟁으로 내몬 것이 아니냐는 주장이다.

이통사 관계자는 “SKT의 공짜폰 공세는 이석채 사장이 KT-KTF 합병을 통해 마케팅 절감에 나서겠다고 밝힌 이후 부쩍 강해지고 있다”며 “KT-KTF의 합병 논리를 약화시키면서 KT의 필수설비 분배를 공론화시켜 더 많은 이득을 취하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SK텔레콤 관계자는 "회사 차원에서 가입비 면제는 전혀 이뤄지지 않고 있으며, 영업직원들이 본인 부담으로 소비자들의 가입비를 대납해 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2월 1일부터 23일까지 번호 이동 고객숫자를 살펴보면, SK텔레콤이 400여명 늘어나는데 그치고, KTF가 1만5천명 가량이 줄어든 반면, LG텔레콤은 1만5천명 가량이 늘었다"며 "이는 공짜폰과 가입비 면제 등 마케팅 공세를 펴는 곳이 SK텔레콤이 아닌 LG텔레콤이라는 방증"이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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