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들, 금융위기로 자존심 '반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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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이후 몸값 1/3토막
구조조정·수익성 등 악재 첩첩

[서울파이낸스 공인호 기자] 한 때 시가총액에서 국내 굴지의 대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했던 국내 시중은행들의 몸값이 하루가 다르게 폭락하고 있다. '바겐세일'이라는 말로도 모자라 '폭탄세일'이라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지만, 은행주에 대한 투자자들의 관심은 여전히 냉랭하다.

24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20분 현재 KB금융·신한지주·우리금융·하나금융 등 4대 금융지주사는 일제히 4% 가량 급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같은 시간 코스피지수(-3%) 하락률과 비교해도 하락세가 눈에 띈다.

KB금융과 우리금융은 지난 10일 이후 단 이틀을 제외하고 10거래일 연속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으며, 신한지주와 하나금융 역시 3거래일을 제외하고 9일째 하락세를 나타내고 있다.

은행주들이 이처럼 부진한 흐름을 보이고 있는 것은 ▲금융위기에 따른 글로벌 금융주의 약세 ▲수익성 악화 및 기업 구조조정에 따른 대손충당금 적립부담 ▲외화유동성 조달환경 악화 등 다각적인 요인이 산재해 있다.

특히 은행주의 약세는 씨티그룹과 BOA(Bank of America) 등 미국 금융회사들을 넘어 전세계적인 추세로 굳어지고 있는 상황. 보스턴컨설팅그룹(BCG)에 따르면 2007년 하반기 금융위기 이후 세계 은행산업의 시가 총액은 5조5000억달러가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돈으로 무려 8000조원이 넘는 금액이 증발한 셈이다.

씨티그룹의 시가총액은 올해 들어서만 50% 넘게 줄어들며, 최근에는 국유화 가능성에 무게가 실리고 있는 상황이다. 국내 은행들 역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같은 기간 몸값이 최대 1/3토막까지 났다.
 
특히 KB금융과 우리금융지주의 주가 하락폭이 컸다.
지난 2007년 6월, 9만원대에 육박했던 국민은행(KB금융의 전신)은 최근 2만7000원대까지 하락하며 무려 70%가 넘게 폭락했으며, 우리금융지주도 금융위기 이후 77% 급락하며 5000원대까지 주저 앉았다.

신한지주와 하나금융지주 역시 같은 기간 68% 가량 급락했으며, 기업·외환은행 역시 2007년말 금융위기 직전과 비교해 각각 73%, 66% 급락했다. 주가급락으로 이들 은행의 시가총액도 급격히 쪼그라들었다.

KB금융과 신한지주의 23일 현재 시가총액은 각각 9조7000억원, 8조6000억원을 기록하며 2007년말과 비교해 절반 넘게 줄었다. KB금융과 신한지주의 2007년말 시가총액은 각각 23조2000억원, 21조2000억원이었다.

IBK투자증권 이혁재 연구원은 "씨티그룹의 국유화 소식은 국내 은행주에 호재로 작용할 수 있으나 기업 구조조정 관련 부담 및 불확실성 감안시 지속성은 의문시 된다"며 "특히 지난해말 금융지주회사들이 채권발행을 통해 은행자본을 대거 확충해줬다는 점에 비춰볼 때 이자비용 부담에 따른 수익성 악화는 한동안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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