잡셰어링, 신입직원이 '봉'(?)
잡셰어링, 신입직원이 '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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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문선영기자]국책은행에 이어 시중은행도 잡셰어링 행렬에 동참하고  있다. 은행들은 대졸 초임 삭감을 통해 재원을 마련, 잡셰어링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대졸초임 삭감을 통한 잡셰어링이 각종 부작용을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우리은행은 시중은행 최초로 대졸초임을 20% 삭감해 정규직 채용을 25% 확대한다고 24일 밝혔다. 이에 따라 우리은행의 대졸 평균 초임은 3400만원 수준에서 2700만원 수준으로 낮아지게 된다.

우리은행 관계자는 "우리은행은 직원들의 자발적인 연차휴가사용에 따른 휴가보상금 반납과 복리비용 삭감 등을 통해 청년인턴채용을 위한 재원을 마련한 바 있다"며 "대졸초임 삭감조치와 청년인턴 추가 채용을 통해 금융위기를 극복하고 양질의 일자리를 더욱 늘려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기업은행도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에 채용 예정인 총 200여명의 정규직 신입행원 초임을 20%깎아 400명의 청년 인턴을 뽑기로 했다. 이에 따라 기업은행의 대졸초임은 3700만원에서 2900만원 수준으로 내려가게 된다. 산업은행과 수출입은행 역시 대졸초임 연봉을 20~30%, 약 1000만원 내외를 삭감해 잡셰어링에 나설 계획이다.

이같은 대졸초임 삭감을 통한 잡셰어링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기존 직원 임금에는 손도 대지 않은 채 대졸 초임만을 깎는 것이 각종 문제를 야기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우리·기업·산업·수출입 은행에 올해 입사하는 신입사원들은 삭감된 임금체계를 적용받게 된다. 문제는 이들이 간부가 될 때까지 삭감된 임금체계를 그대로 적용받는다는 점이다.

똑같은 업무를 수행해도 입사시기에 따른 차이 때문에 임금을 적게 받게 되는 것이다. 결국 이같은 이중 임금체계는 '동일 노동 동일 임금 원칙'에 어긋나게 된다.

또한 경제위기의 책임이 없는 신세대들에게 책임을 전담시킨다는 비난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에 신구세대 간 갈등이라는 또 다른 사회적 문제를 양산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금융노조 관계자는 "결국 정부나 은행이 힘이 없는 신입사원들을 희생양으로 삼겠다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그동안 은행권의 고임금 체계가 문제점으로 지적돼 왔다는 점에서 이번 임금삭감에 기존직원들 역시 포함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정부가 유독 금융기업과 은행에 대한 일자리나누기를 종용하는 것도 은행권의 고임금 논란 때문이다.

실제로, 국내 대졸 신입 은행원의 연봉은 미국은 물론 일본, 싱가포르, 홍콩 보다도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신한·하나·외환·SC제일·한국씨티 등 국내 6개 시중은행의 대졸초임(군필 기준)은 평균 4316만4500원으로 제조업 등 국내 타 업종과 비교해도 월등히 높다.

그러나, 대졸 신입 행원의 임금 삭감이 기존 직원들의 임금 삭감으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노조의 반발이 거세기 때문이다.

KB지주의 경우 대졸초임 삭감이 아닌 임직원의 자발적인 임금 줄이기를 통해 일자리 나누기에 나섰다. KB금융그룹은 지주사 및 국민은행을 비롯한 전 계열사 부·점장급 이상 직원 1400여명이 급여 5%를 회사에 반납해 인턴 및 신입사원 채용 등에 쓰기로 한 것이다.

KB지주가 타 은행들과 다르게 임원임금 삭감을 통해 일자리 나누기에 나선 것은 이른바 '노조 눈치보기'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임원들의 임금은 노조협의 사항이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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