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컴과 위니아만도의 다른 점
한컴과 위니아만도의 다른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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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우리나라가 지난 1997년 IMF 시대 때 미국을 위시한 선진국들은 부실자산 정리라는 명목으로 알짜배기 회사들을 외국계기업과 사모펀드에 매각하도록 압박했다. 자본시장 개방은 시대적 대세라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외국 자본은 물밀듯이 국내에 밀려들어왔다. 알짜배기 회사나 부동산 등 자산은 헐값에 외국계 자본에 넘어갔다. 사태가 진정되자 이들은 엄청난 시세차익을 남기고 국내를 유유히 빠져나갔다. 먹튀'자본이니 투기성 자본이니 하면서 논란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

최근 경기위기에 처한 일부 서방국가들의 태도는 정작 우리와 다른 관점을 유지하고 있어 다소 의아스럽다.  정작 자신들의 경제위기에 대한 처방이 우리와 사뭇 다른 태도를 취하고 있다. 일부 국가에서는 공적자금 투입을 통해 은행을 거의 국유화하다시피 하고,  쓰러져가는 기업을 살리기 위해 무리한 경기부양도 마다하지 않는다. 심지어 미국은 모든 공공사업에 반드시 미국산 제품과 장비만을 사용토록 하는 ‘바이 아메리카’ 법안을 하원에서 통과시켰다. 이는 무역국가들에 대한 분명한 불공정 거래 행위여서 논란이 이어질 전망이다.

 이같은 국가들의 이중적인 태도는 잇속 챙기기의 전형이라는 비판을 받을만하다. 귀에 걸면 귀걸이, 코에 걸면 코걸이 식의 논리다. 문제는 현재 우리는 외환위기의 후유증에 시달리고 있다는 점이다. 

자동차 부품에서 출발해 지금은 김치냉장고 등 가전제품까지 사업을 확대한 위니아만도가  그 대표적인 사례다.이 회사는 한때 ‘딤채’라는 브랜드로 김치냉장고와 에어컨 시장의 강자로 군림했다. 이 회사가 최근 대규모 구조조정으로 다시 주목을 받고 있다. IMF 경제위기 이후 사모펀드에 회사를 넘긴 것이 화근의 시작이었다.

한라그룹의 핵심기업이었던 위니아만도는 최근 10년간 UBS캐피탈 컨소시엄과 CVC라는 사모펀드에 경영권이 넘어간 상태다.이들 대주주는 대규모 구조조정과 유상감자를 통해 투자금을 훨씬 넘는 수천억원의 이익을 환수해갔다. 조세회피처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해 단 한푼의 세금도 내지 않은 것은 물론이다. 투자는 뒷전이었고, 직원들의 복리후생은 관심 밖이었다. 아무리 튼실한 회사라 하더라도 무너지지 않는 게 희안할 정도다.

결국, 위니아만도는 또 다시 대규모 구조조정에 들어갔다. 문제는 이런 구조조정이 지난 10년간 수차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사모펀드가 수천억원의 이익을 환수해간데 반해, 위니아만도 직원들은 여전히 감원과 퇴직불안에 시달리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국내SW 기업의 자존심이라 불리는 한글과컴퓨터가 사모펀드에는 절대 매각하지 않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그 속내야 정확히 알 수는 없겠지만, 사모펀드 매각의 부작용을 익히 파악하고 있어서일 것으로 예상된다. 매각 협상의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이 같은 방침을 매각협상 내내 유지하기를 기원해본다. 매각금액의 규모보다 더 중요한 것이 한컴이라는 상징성과 비전, 직원들의 자부심이라는 것을 잊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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