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헌재 펀드' 어떻게 운영되나
'이헌재 펀드' 어떻게 운영되나
  • 서울금융신문사
  • 승인 2004.01.12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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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간전략투자자 컨소시엄 형태...철도청 등 공기업 민영화에도 참여

실효성 논란을 불러일으켰던 ‘이헌재 펀드’가 구체적인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지난 9일 이헌재 전 재정경제부 장관은 롯데호텔에서 열린 ‘신한·조흥은행 우수기업 초청 오찬세미나’에 강연자로 참석, “3조원의 사모펀드를 조성해 우리금융지주 경영권 인수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또한 “‘이헌재 펀드’를 통해 정부가 추진 중인 국영기업과 공기업 민영화에 적극 참여하겠다”며 “첫 과제로 우리금융 민영화에 참여할 계획이며 투자규모는 경영권 인수가 가능한 수준일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금융계 일각에서는 이 전 장관의 사모펀드 조성에 대해 ‘취지는 좋지만 가능성은 낮다’는 반응을 보여왔다. 자금조달이 만만치 않은 데다 자산운용도 호락호락하지만은 않을 것이라는 게 그 이유다.

우선 3조원이 조성되려면 연기금 참여가 필수불가결하지만 현재로서는 법적으로 막혀 있는 상태. 연기금의 주식투자 확대를 규정한 정부 ‘연기금법 개정안’은 올해도 통과되지 못했다.

게다가 자금 운용에 있어서도 분산 투자에 의한 포트폴리오 수립이 상식이지만 우리금융을 인수할 경우 투자금이 대부분 여기에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이 전 장관은 장밋빛 미래를 구상중이다.
그는 “단기 차익을 노리는 투자자보다는 투자자금을 최소한 3∼5년 보유하는 전략적 투자자들이 핵심 주주로 참여하는 컨소시엄을 구성할 것”이라며 우리금융 외 철도청 등 공기업 민영화에도 적극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그는 또한 민영화 참여에 성공하면 2∼3단계까지 펀드가 발전할 것으로 예상하고 이르면 2월 초부터 펀드 조성에 들어갈 계획이다. 투자자들은 직접 투자 또는 특정금전신탁 형태로 참여하고 기업은 재무투자 형태로 참여시키겠다는 복안.

그는 “개인 저축자금이나 연기금들이 이 펀드를 많이 활용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해외 투자펀드에 대해서도 배타적인 것은 아니며 개방된 형태로 펀드 조성이 추진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펀드 운영과 관련, 책임자로 공무원 출신보다는 시장 전문가를 찾고 있으며 회계법인은 삼일회계법인을 선정했다.

한편, 강연에서 이 전 장관은 참여정부의 금융·경제정책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은행들이 서로 손실을 줄이려고 경쟁적으로 가계 대출 등을 축소하다 보면 작년의 카드 위기에 이어 올해에는 심각한 가계 신용 불안이 촉발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개별 은행의 손실 확대를 막을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결과적으로 가계 신용 부실을 몰고올 수도 있다는 것.

부동산 대책에 대해서도 비판적인 시각을 나타냈다.
이 전 장관은 “특정 지역 부동산 버블을 보유세 인상 등 일반 정책으로 대응하는 바람에 정책에 심각한 불균형이 나타나고 있다”며 “올해부터 건설회사의 현금 흐름 등에서 부작용이 일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이헌재 전 장관은 김대중 정부 5명의 재경부 장관 중 세 번째 장관으로 2000년 1월부터 8개월 동안 대대적인 금융·기업 구조조정을 강력히 수행한 인물. 경제시스템을 경제 외적 요소가 아닌 시장시스템에 의해 작동되도록 하는데 기초틀을 닦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러나 기존과 다른 시장 중심의 강력한 개혁으로 인해 반발 세력이 조성, 결국 관료 출신인 진념 전 장관에게 바통을 넘겨주었다. 그래도 개각 때마다 경제팀 수장으로 꾸준히 거론, 김종인 전 청와대 경제수석, 정운찬 서울대 총장과 개혁세력 3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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