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은행IT시장, 상반기부터 '그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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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세대 대부분 마무리, 신규투자는 IFRS가 유일
IT예산 일제히 삭감, 집행률도 50%대 머물듯

[서울파이낸스 이상균 기자] IT서비스 업체들이 ‘전전긍긍’하고 있다. 올해 경제 한파가 본격적으로 불어 닥칠 것으로 전망되면서 매출 목표조차 아직 설정하지 못한 곳이 상당수다. 특히 각 경제기관과 정부부처에서 내놓은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제각각이다보니 1분기 IT경기 추이를 지켜본 뒤 매출 목표를 정하겠다는 업체도 나오고 있다.

이에 본지는 올해 IT서비스 시장의 성장률을 예측해보기 위해 금융권의 IT투자 계획을 살펴봤다. 이번 순서는 금융권 중에서도 가장 규모가 큰 은행권이다.

■대규모 프로젝트 자취 감춰
IT서비스 시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용역으로 분류되는 인건비, 즉 개발자의 임금이다. 인건비가 대거 투입되는 곳으로는 차세대시스템과 IFRS(국제회계기준) 시스템 구축과 같은 ‘빅뱅식’ 시스템 구축 시장을 꼽을 수 있다. 이런 프로젝트 예산은 보통 계약금, 중도금, 잔금으로 나눠 IT서비스업체에 지급된다. 즉, 차세대나 IFRS 같은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 중인 은행은 이미 잡아둔 예산을 계속 소진해야 하기 때문에 IT예산의 대폭적인 삭감이 힘들어진다.

이 사실대로라면, 금융IT서비스 시장은 올 상반기부터 고전을 면치 못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차세대시스템을 개발 중인 곳이 국민은행과 하나은행뿐이고, 이중 하나은행은 5월이면 개발이 끝난다. 농협 역시 지난 1월 차세대시스템 구축이 완료됐으며, SC제일은행은 차세대 구축 예산을 잡지도 못했다. 수협만이 올해 유일하게 프로젝트를 발주할 전망이다.

금융권 IT담당자는 “각 은행들이 올해 잡아놓은 IT예산이 작년보다 줄어들었을 뿐만 아니라, 실제 집행률도 50% 이하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은행들의 IT예산 집행률은 70~80%에 달했다.

침체의 늪이 얼마나 깊을지는 IFRS 시장에 달려있다. 2011년부터 IFRS를 의무적으로 도입해야 하기 때문에 은행들은 2010년말까지 선택이 아닌 의무적으로 IFRS 시스템을 구축해야만 한다. 하지만 IFRS 시장은 우리금융(150억원)의 사례에서 보듯이 차세대 프로젝트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금융IT서비스 시장의 침체 기조를 획기적으로 바꾸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얘기다.

■집행률 높이기가 관건
올해 IT예산의 대폭적인 삭감이 불가피한 곳으로는 농협, 하나·기업은행 등이 꼽힌다. 농협의 경우 올해 IT예산을 3200억원으로 잡았지만, 예산 집행률이 높아질지는 미지수다. 지난 1월에는 900억원 규모의 차세대시스템을 가동했다.

하나은행은 오는 5월, 2000억원 규모의 차세대시스템이 가동된다. 중도금 지급이 완료돼, 투입예산은 그리 많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나은행 IT기획부 관계자는 “올해 하나은행의 3대 IT전략은 차세대시스템의 성공적인 가동, IFRS 시스템 구축, ATM 도입”이라며 “차세대 가동을 앞두고 작년부터 IT예산이 대거 투입된 상태”라고 말했다.

기업은행은 작년 하반기 정보계 시스템을 가동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엔 통합인터넷뱅킹 시스템, AML(자금세탁방지) 시스템을 가동한다. 올해 유일하게 발주할 예정인 프로젝트는 MCI(멀티채널통합) 시스템 구축뿐이다. 기업은행은 빅뱅식 구축보다는 점진적 구축에 초점을 맞출 계획이다. 특히 시스템이 가동된 지 4년 이상이 지난 계정계 부분의 업그레이드에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유일하게 수협만 차세대 발주
국민·신한·우리·외환·산업·SC제일은행은 올해 IT예산이 유지 혹은 소폭 축소될 전망이다. 이중 국민은행은 IT예산으로 3900억원을 책정했다. 시중은행 중 최대 규모다. 올 연말까지 이어지는 총 6000억원 규모의 차세대시스템 구축이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밖에 그룹 CRM 마트, 그룹 EDW, 계열사 경영관리시스템, 연결회계 및 주석산출 시스템 구축 등이 예정돼 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은 각각 2700억원의 IT예산을 책정했다. 하지만 IFRS 시스템, 카드신시스템 등을 제외하고는 뚜렷한 사업이 없어 집행률은 높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외환·산업·SC제일은행은 ‘빅4’에 비해 규모자체가 작아 IT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적다. 올해 역시 IFRS 이외에는 특별한 IT사업이 눈에 띄지 않는다. SC제일은행의 경우 숙원사업인 차세대시스템 구축이 IT예산에도 잡히지 않아 올해도 힘들 것으로 보인다. 최근엔 통합단말과 MCI 시스템 구축을 위해 관련업체에 RFI(정보제공요청서)를 요청한 상태다. 급한 불부터 우선 끄겠다는 전략으로 보인다.

올해 유일하게 IT예산의 증가가 예상되는 곳은 수협이다. 수협은 작년 11월 공제부분의 차세대시스템 구축에 착수한데 이어, 올 상반기 핵심부분의 차세대시스템을 구축할 예정이다. 핵심부분은 현재 삼성SDS와 베어링포인트가 컨설팅을 하고 있다. 공제부분은 200억원, 핵심부분은 900억원으로 총 1100억원이 투입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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