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한해 정말 무사할까?
올 한해 정말 무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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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썽 많던 경제팀 수장이 바뀌었다. 윤증현 신임장관은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전임자와는 달리 올해 우리 경제의 비관적 전망을 솔직히 인정하고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했다.

그렇다고 현 정부의 경제정책 기조가 바뀔 것 같지는 않다. 전임 장관 때도 그랬지만 현 정부 경제정책의 기본 구상은 기획재정부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청와대 경제팀의 입을 통해 나오는 이명박 대통령의 70년대식 정치·경제 철학이 대한민국이라는 자동차의 운전석을 차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 다수 국민들은 70년대의 고도성장이라는 단맛에 흠뻑 길들여져 있어 그 시대의 독재적 행정 전횡조차 미화하려 들기 일쑤다. ‘잘 살아보세’라는 참으로 간명한 구호 아래 먹고사는 문제 해결 하나에 온 나라 사람이 총동원되던 시절의 추억에 젖어 시대가 변하고 국제사회에서 대한민국의 위상이 바뀌었다는 점은 생각하려 들질 않는다.

대한민국은 이제 더 이상 빈국이 아니다. 이제는 절대적 가난이 아니라 상대적 가난의 문제를 풀어야 할 상황이다. 그런데도 여전히 절대빈곤의 시절, 일의 노예가 돼 살던 때로 되돌아가야 지금의 경제난국이 풀릴 것이라는 참으로 단순한 발상들이 넘친다.

이게 경제를 모르는 서민 대중들만 그렇다면 그럴 수도 있다고 넘길 수 있다. 문제는 정책을 세우고 집행해야 할 정부의 수뇌부들 발상이 그 수준이라는 데 있다.

윤증현 장관이 일자리 창출을 최우선 과제로 삼겠다고 하면서 추경예산 편성을 전제로 삼았다. 일자리 창출, 좋다. 필요하면 추경예산 편성도 할 수 있다.

게다가 정부 일각에서는 은행권에 대한 공적자금 투입 얘기가 솔솔 흘러나온다. 그것도 필요하면 해야 옳다.

문제는 바로 그런 문제들로 지난 시절 10년을 내내 정부 발목 잡고 수렁에 빠트린 정권의 해결책이 결국 거기로 갈 수밖에 없는가 싶어 어처구니가 없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는 점이다. 뿐만 아니라 감세를 깃발로 내세우며 집권한 정부 아닌가. 기업의 세금 줄여주자고 이미 큰 폭의 재정적자를 감수한 터에 추경예산 편성으로 재정적자를 대폭 늘려놓으면 앞으로가 심히 염려스러운 것이다. 이후 대한민국은 지금의 중병이 치유되기 보다는 더 깊은 병증을 불러들여 치유되기 어려운 상태로 빠질 위험이 크기 때문이다.

또 일자리 창출을 빌미로 그 예산들을 대체 어디에 투입하려는 것인가 하는 점이다.

현 정부의 발상으로 보아 복지 분야나 미래기술 개발을 위한 장기적 연구 활동에 쓸 것 같지는 않다. 오히려 SOC라는 이름으로 토목사업에 더 열을 올려 일용직 노동자들을 연인원 몇 십만이니 몇 백만이니 고용했다고 생색내는 데 쓸 가능성이 더 커 보인다.

지금 경제정책을 주무르는 이들에게 복지는 낭비로 보거나 고작해야 투표권 몇 장으로 계산되는 수준이 아닌가 싶다. 또 미래기술 개발은 벤처라는 말 그대로 모험적 투자가 선행돼야 하는 데 그런 기술의 가치를 가릴 눈이 있어 보이질 않는다.

실상 벤처기업 지원은 정부가 아니라 금융권이 심사능력을 키워 나설 분야다. 정부가 앞장서봐야 결국 엉뚱한 데로 흘려보내기 십상이다. 정권은 어차피 정치적 승리의 결과물이고 정권의 유지를 위해 정치 논리에서 헤어날 수 없는 생리를 가졌으니 당연하다면 당연한 일이겠다.

지난해 대한민국은 산업생산도 실업률도 두루 남들보다 심하게 죽 쑤면서 물가는 OECD 회원국 중 6등을 했다. 지난해 주저앉은 경제의 여파는 올 4월 중소기업 대란이 예고되며 전전긍긍이다. 서민경제는 이미 악에 받친 철거민들의 처절한 몸부림을 통해 그 실상이 드러나 보이고 있다.

그런데 정부는 여전히 30여 년 전의 단맛에 취해 현재를 옳게 보지 못한다. 그런 정부를 보고 있자니 연전 미국산 쇠고기 수입반대를 외치던 촛불집회에 고등학생 몇이 들고 나왔던 피켓 구호 하나가 새삼스럽게 기억난다. ‘2MB는 제발 아무 것도 하지마라’

정부도 국민도 돈 더 벌어 잘 살자며 목매달다보니 조급증에 빠져 엉뚱한 수를 거듭 두고 있는 오늘의 한국이 자꾸 내일의 한국을 수렁으로 끌어 들이는 악몽에 소름이 돋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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